[서울산책]

 

철거 위기에서 도시재생으로, 

잊혀가는 낙원상가 이야기





낙원상가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일대로 428, 낙원동에 있는 악기전문 복합상가다. 탑골공원(파고다 공원) 옆에 위치한 유서 깊은 복합 건물로 한국 주상복합 1세대의 대표적인 건물이다. 인근의 세운상가와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근대 상가 건물로 꼽힌다. 한때는 대한민국 음악 인력시장의 메카였으나 업계 수요 감소와 인터넷 쇼핑의 발달 등으로 사양길을 걷고 있다.


 

낙원상가가 들어선 배경

낙원상가가 들어서기 전, 이 장소에는 한국전쟁 이전부터 있었던 낙원시장이라는 재래시장이 있었다. 1960년대 서울시는 안국동에서 종로를 남북으로 관통하여 한남동으로 가는 간선도로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 도로 예정지에는 낙원시장이 있었고 도로 개설을 위해 철거가 불가피했다. 서울시는 시장 상인들과 협의 끝에 시장을 철거하는 대신, 도로 위에 상가와 아파트를 건설하여 시장 상인들을 입주시키기로 했다. 시장 상인들 거의 대부분이 이 상가로 입주했고, 상인 조합은 낙원상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이 건물을 운영하게 되었다.


 이렇게 기존의 낙원시장 상인들이 들어와 장사를 하던 낙원상가가 악기 중심 상가로 바뀐 것은 1970년 초 정부가 전국에 풍금과 피아노 공급 정책과 관계가 있다. 이때 탑골공원 등지에 건반 악기 점포들이 많이 들어섰고, 바로 옆 종로 2가에는 관악기 관련 점포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다가 정부가 1979년 탑골공원 정비사업으로 그 자리에 있던 악기 점포들을 낙원상가로 옮기게 되면서 낙원상가가 악기 중심 상가로 자리 잡게 되었다.


 

낙원상가의 전성기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이 통행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86서울 아시안 게임, 88서울 올림픽 등 많은 국제 행사를 위해 유흥업소 관련 규제를 많이 완화했다. 그로 인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라이브 밴드 수요와 더불어 수입 규제가 완화되면서 국내에 들어온 야마하 등 양질의 수입 악기들은 성장기에 있던 낙원상가를 크게 번영시켰다.


특히, 라이브 밴드의 호황으로 각종 기타, 드럼 등 여러 악기들도 취급하는 상점들도 늘어 1982년엔 3층의 전체가 악기점으로 채워졌으며, 4층의 사무실들은 악기점들의 물류창고가 되었다. 또한 낙원상가는 악기 판매뿐 아니라 연주자 양성소 역할도 했다. 당시 대중음악 즉 실용음악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시설이 거의 없다 보니 낙원상가는 각종 악기를 단기간에 배워 유흥업소에 취업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1990년대 초까지 낙원상가는 전문 연주자를 낮에 점원으로 고용하여 일반인들에게 악기를 판매하는 업주, 낮에 점원으로 일하며 악기 판매와 악기 레슨을 해주는 전문 연주자, 전문 연주자들을 밤에 유흥업소와 연결해주는 중개업자, 그리고 전문 연주자들에게 악기를 배우거나, 악기를 사려는 일반인들로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며 최고의 황금기를 누렸다. 또한 서울의 모든 연주자 관련 구인-구직정보가 모이는 음악 인력시장의 메카이기도 했다.


 

낙원상가의 쇠퇴기

1990년대 후반 경제 위기로 불황이 닥치면서 낙원상가도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유흥업소들의 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인건비가 비싼 라이브 밴드를 노래방이 대체하면서 전국의 전문 연주자 시장이 크게 축소되었다. 자연스레 악기 수요도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교회밴드에서 창출되는 수요가 낙원상가를 구명했다. 2000년대 후반 교회 수요가 한풀 꺾일 즈음, 소위 '실용음악'이라는 분야가 생기고 전문대와 4년제 대학교에도 실용음악과가 신설되면서 다시 일반 대중의 악기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1980년대~1990년대 초반의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는 건 요원해 보인다.



낙원상가, 철거 위기에서 도시재생으로

낙원상가는 1980년대 말부터 철거 이야기가 꽤 많이 나왔었다. 당시에도 20년 정도 지난 노후 된 구식건물이었다. 거기다 도로 위에 서 있어 도시 미관을 해친다. 사람들의 반응도 흉물스럽다는 쪽이 많았다. 이에 2008년 오세훈 시장이 뉴타운 공약을 내세우면서 노후 건물을 대거 철거할 때 세운상가와 같이 철거될 뻔했다. 그러나 2011년 박원순 시장이 이들 사업을 대거 중지했고, 현재는 도시재생으로 방향이 전환됨으로써, 낙원상가 철거는 백지화되었다. 앞으로 낙원상가가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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