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이슈] 


고속도로 위 공중주택 독일 슈랑겐 아파트


김선형 경남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독일의 수도 베를린 동쪽에 위치한 빌머스도르프 지역에는 거대한 주택단지가 있다. 이 주택단지는 너이에 칸트 거리와 크노벨스도르프 거리́ 사이에 위치한 간선 고속도로 100번(예전에는 104번 고속도로)인 슈랑겐바드 거리 위에 상부 구조물로 지어진 공중주택이다. 이 주택의 정식 명칭은 ‘슈랑겐바드 거리의 고속도로위 공중주택’이나 보통 ‘슈랑겐 아파트(Schlangen Apartment)’라고 불린다.


 

휘어진 도로 위, 슈랑겐 아파트!

이 건물은 약간 휘어진 도로에 맞게 지어져, 똑바르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슈랑겐 아파트의 총면적은 44.000m², 총 길이는 남-북 방향으로 600m, 지상 46m 높이에 최고 층수는 15층에 이른다. 그리고 총 1,064가구가 살 수 있는 단일 아파트로 유럽 최대의 주택 단지 중 하나이다. 이 공중주택에 인접한 건물에 추가로 주택단지를 수용하여 총 1,758개의 주거용 주택이 있다. 이 주택단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에 맞도록, 120 여 가지의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제공한다.


 

왜 고속도로위 공중주택인가?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자 서베를린은 사방으로 담으로 둘러싸여 고립됐다. 1970년대에 이르러서 서베를린의 주거지역이 부족해지면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베를린 시는 위성도시를 건설하였다. 이 위성도시 건설 프로젝트로 1974년에 매르키시 구역이 첫 번째로 완성되었다. 다음으로 바우하우스의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1962년부터 건축에 참여하여, 그의 이름을 딴 그로피우스 슈타트도 1975년 완성되었다.


그럼에도 사회발전으로 인한 교통 수요에 따라 지속적으로 늘어난 고속도로 건설로 인해 집을 지을 수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자, 베를린 시의회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것은 바로 도로 건설로 인해 주거 공간을 잃지 않고, 오히려 도로 위의 공중에서 그 해답을 찾았던 것이다.


고속도로 위 주택단지의 설계는 1973년부터 1980년까지 하인리히, 베텔스만, 게르하르트 크레브스, 클라우스 데트레프가 함께 작업하였다, 건설은 베를린 소재의 건설회사 하인즈 모쉬 가 건설하기 시작하였으나 어려움에 처하자, 데게보 주식회사가 인수받아 공사를 계속하여 1980년에 완성하였다. 처음에는 빌머스도르프 주택공원 Wohnpark Wilmersdorf이란 명칭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경제성과 환경 문제

건설 프로젝트 초기에는 낮은 경제성과 환경 문제 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고, 건설 진행과정에서도 계획의 수정 및 지연 등의 많은 문제가 야기되었다. 주택단지는 일반 주택의 건설비보다 약 2.3배가 들어 전체비용은 1980년 대 4억 마르크(현재 화폐단위로는 20,45 억 유로)가 들었다. 후에 독일 6대 대통령이 되었고, 당시의 서베를린 시장이었던 바이체커 Richard von Weisäcker(1920~2015)는 “악마가 이 도시에 어떤 나쁜 일을 한다면, 슈랑겐 아파트(Schlange는 한국어로 뱀이란 뜻이다) 같은 것을 다시 짓게 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비판적 발언은 당시에 세워진 고속도로위 주택건설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이 주택을 건설하면서 발생한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비판을 뜻한다.


고속도로 위에 지어진 주택단지이기에 차량 운행으로 진동과 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주택단지와 자동차가 지나가는 터널을 서로 다른 독립된 기초 공사를 하여 구조적으로 완전히 분리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였다. 두 번째 문제는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터널 내 자동차 흐름을 일방통행으로 하고, 배기가스가 아파트로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아파트 길이보다 터널 입-출구를 50m 더 연장하도록 설계했다.



훌륭한 부대시설과 인프라

슈랑겐 아파트 주택단지 내에는 여러 가지 부대시설이 있다. 118개의 취미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 4개의 게스트 룸, 12개의 공용실, 자전거와 유모차를 배치할 수 있는 공간과 운동장이 있다. 고속도로 아래에는 76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로 각 세대로 통하도록 설계되었고, 개를 위한 화장실까지 마련되어 있다. 쓰레기는 집안에 설치된 쓰레기 수직 투하장치를 통해 버릴 수 있게 하였고, 28개의 상업 시설도 프로젝트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550그루의 나무를 심어 집들 사이에 작은 녹색 오아시스를 마련하였다. 이 건물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으로 손꼽는 것은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에 달려 있는 테라스와 베란다이다. 또한 ‘이웃을 위한 이웃’이라는 협회를 위한 공간도 제공되어, 퇴직자가 그들의 취미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슈랑겐 아파트 주택단지 주위에는 베를린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중 하나인 뤼데스하임 광장이 있다. 뤼데스하임 광장에는 나무, 화단이 있는 휴식 공간, 지그프리트 분수, 어린이 놀이터, 지하철 3번 노선의 정거장인 뤼데스하임 광장역에는 공공도로 도서관 등이 있어 주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하였다. 이 건물은 교통 구조 부분에서 재생 가능성과 사회적 호환성 부분을 인정받아 2002년에 ‘르노 교통 디자인상 Renault Traffic Design Award’을 수상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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