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걷다] 


서울 같지 않은 서울, 부암동 & 윤동주와 시인의 언덕


글ㆍ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부암동은 서울 속 쉼터로, 불리는 곳이다. 한양의 동서남북에 사대문(四大門)이 있었고, 그사이에 사소문(四小門)이 있었다. 그중 서북쪽에 있는 창의문(彰義門)은 풍수적 이유로 거의 닫혀있는 숙정문을 대신해 북문의 역할을 해 왔다. 한양 도성의 사소문 가운데 온전하게 남아 있는 문은 자하문(紫霞門)이 유일하다. 자하는 ’신선이 사는 곳에 서리는 노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신선이 사는 궁전을 뜻하기도 한다. 실제로 자하문을 지나면 청계동천 백석동천 등 경치가 매우 빼어난 자연이 있어 사람들은 ’자하문 밖’을 신선 마을로 동경하기도 했다. 또 광해군 15년, 반정군이 자하문을 부수고 입성해 인조반정에 성공했기에 성문과 문루에는 반정공신들의 현판이 걸려 있다. 자하문부터 윤동주 시인의 언덕, 그리고 유명 맛집까지. 부암동의 조용한 길을 거닐어 봤다.


 

서울 성곽을 한눈에, 카페 산모퉁이 & 백사실 계곡

자하문에서 북악산 방향으로 여유롭게 산책을 나서보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부암동의 명물인 ‘산모퉁이 카페’가 나타난다. 원래 작업실로 사용되던 곳인데 2007년 MBC에서 방영한 드라마 ‘커피 프린스’의 촬영장소로 알려지며 갤러리 겸 카페가 되었다. 카페에 앉아 한눈에 들어오는 부암동 산자락과 한양 성곽의 자태를 감상하면 언덕을 오른 힘겨움을 보상받을 수 있다.


북악산 자락을 따라 더 오르면 ‘백석동천(白石洞天)으로 이어진다. 백석은 ’백악‘ 즉 북악산을 말하고 ’동천‘은 경치가 빼어난 곳을 의미한다. ‘북악산에 있는 경치 좋은 곳‘이란 의미인데 이곳 주민들은 이곳을 ’백사실 계곡’으로 부른다. 생태 경관 보호지역인 백사실 계곡에 들어서면 ’개도맹‘ 서포터즈 나무 안내판이 보인다. 개도맹은 개구리 도롱뇽 맹꽁이의 줄임말이다. 백사실 계곡의 청정 자연을 대변하는데 실제로 도롱뇽은 1급수에 서식한다. 아담한 사찰 현통사(玄通寺) 앞 너럭바위를 지나 마을로 내려오면 세검정이 이어진다.


 

몽유도원도 속 그곳, 무계정사 & 소설가 현진건 집터

이번에는 자하문로의 건너편으로 가보자. 부암동 주민센터 뒤쪽으로 향하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의 공간이 몇 있다. 그 첫 번째가 무계정사(武溪精舍) 자리다. 지금으로부터 600년 전쯤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은 꿈속에 본 도원(桃源)이 하도 신기해 당대 최고의 화가인 안견에게 그림을 부탁했다. 안견이 그려온 그림은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본 경치와 너무나 흡사했는데 그 그림이 바로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이다. 안평대군은 꿈속 풍경과 흡사한 곳을 찾다가 부암동의 이곳을 발견했다. 그는 이곳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1만여 권의 장서와 더불어 당대의 시인 묵객들과 시를 읊고 그림을 그리며 풍류를 즐겼다. 역사 속 무계정사는 현재 그 흔적만 남아 있다.


<B 사감과 러브레터>, <운수 좋은 날>, <술 권하는 사회> 등의 작품을 남긴 소설가 현진건 역시 부암동에 자리를 잡았다. 동아일보에서 사회부장으로 근무하던 그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사진 속 일장기를 없애 옥고를 치른 후 신문사를 나왔다. 이후 1937년부터 1943년까지 이곳 부암동에 자리 잡고 생계를 위해 닭을 기르며 <무영탑>, <선화공주> 등을 발표했다. 사실주의적 문학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 현진건은 장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현재 그가 살던 자리는 터만 무심하게 남아 있다.



윤동주의 발자취, 시인의 언덕

부암동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명소는 ‘윤동주문학관’과 ‘시인의 언덕’이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했다. 종종 인왕산 자락에 올라 시상을 다듬곤 했는데, 그때 <별 헤는 밤>, <자화상> 등의 작품을 남겼다. 윤동주문학관은 버려진 물탱크와 수도 가압장 시설을 재건축해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공간 활용이 독특해 ‘2014 서울시 건축상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윤동주 시인의 사진 자료와 친필 원고, 시집, 당시 발간된 문학 잡지 등이 전시되어 있다. 물탱크를 재활용해 만든 영상실에서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데 물탱크 외부에서 한 줄기 빛이 스며드는 설계가 인상적이다. 


물탱크 윗부분은 정원으로 꾸며져 있으며 시인의 언덕과 계단으로 연결된다. 시인의 언덕으로 오르는 계단과 나무 울타리에는 윤동주의 시가 한 구절씩 적혀있어 걷는 맛이 좋다. <서시>가 새겨진 시비와 작은 공연장을 지나 서울 성곽에 서면 윤동주 시인이 서울을 내려다보았을 그 자리에서 부암동을 조망할 수 있다.



자하손만두, 클럽 에스프레소

부암동에 있는 ‘자하손만두’는 2018년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됐을 정도로 유명한 맛집이다. 할머니의 손맛이 깃든 어린 시절 기억 속 만두를 만날 수 있다. 동그란 찐만두는 소고기, 돼지고기, 당면, 배추가 들어가고 네모난 편수에는 소고기, 표고버섯, 오이가 들어간다. 대표메뉴인 떡만두국에는 시금치와 당근 비트로 알록달록 색을 낸 만두가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게 담겨 나온다.


식사 후엔 자리를 옮겨 향 좋은 커피를 한잔 마셔보자. 직접 로스팅하고 블렌딩도 하는 클럽 에스프레소는 커피와 어울리는 나무 바닥과 테이블이 소박하면서도 아늑하다. 클럽 에스프레소에서는 12가지 정도의 원두를 선택할 수 있고, 간단한 베이커리를 곁들일 수도 있다. 볕이 잘 드는 2층 창가에서 잔잔한 음악과 더불어 사색에 잠기기에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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