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향기] 


장작에서 가스까지, 온돌방의 속사정_구들방 vs 보일러


전남일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교수





한국 전통주택의 난방은 아궁이를 통해 연료를 공급하고 그 열기가 구들 아래를 통과하여 방바닥을 데우는 방식이었다. 구한말 한국을 방문했던 외국인들이 불가사의하게 여겼던 한국인들의 풍습은 여름에도 방바닥이 절절 끓을 정도로 아궁이에 불을 땐다는 것이었다. 취사와 난방이 분리되지 않았던 한옥의 구조상 음식을 만들기 위해 여름에도 가마솥에 불을 때야 했던 것이다. 장작을 사용했던 부엌은 항상 매캐한 연기로 가득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연탄아궁이를 거쳐 지금은 보일러가 보편화되었다. 따스한 겨울을 나기 위해 선조의 지혜가 모인 우리나라 주거 문화와 그 변화를 알아보자.


 

연탄아궁이의 등장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연탄아궁이가 등장했다. 하지만 불을 때는 일이 수월해졌을 뿐이지, 부엌에서 난방과 취사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식은 그대로였다. 그래도 1960년대 연탄이 처음 나왔을 때 주부들의 소망은 부엌에 연탄아궁이를 두는 것이었다. 연탄보일러가 등장하기 전까지 난방은 아궁이로부터 방바닥을 데우는 전통의 온돌 방식을 유지했다. 특히 부엌은 안방의 난방을 책임지는 곳이기도 했으므로, 불 때는 아궁이가 존재하는 한 부엌과 안방은 꼭 인접하여 배치되었다. 안방이 아닌 다른 곳의 난방은 따로 마련된 아궁이에 연탄을 넣어서 하게끔 되어있었다.


하나의 주거 공간 내에서 이렇게 온돌 난방이 되는 곳은 ‘온돌방’, 바닥이 나무로 되어 난방이 되지 않는 곳은 ‘마루’로 구분했다. 또한 온돌방은 열기와 가까운 곳과 먼 곳인 ‘아랫목’, ‘윗목’으로 나뉘었다. 방바닥을 데우는 온돌 난방 문화는 주거양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실내에서 신을 벗고 방바닥에 앉아 생활하는 좌식문화가 수천 년 동안 지속되어 온 것이다. 침구는 요를 사용하였고, 요를 치웠을 때는 방을 침실, 식사실, 거실 등 용도로 다양하게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문화는 근대화 과정에서 비위생적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게 되었다. 계몽주의자들은 ‘식침분리(食寢分離)’를 하고 위생적이고 편리한 서양식을 주생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아파트의 난방방식

1958년 건설된 종암아파트를 비롯하여 초창기 아파트의 난방방식은 대부분 온돌이었다. 이후 정부의 근대적 주택공급정책으로 추진되어 1965년도 완공된 마포아파트는 아예 온돌을 없앴다. 난방방식의 혁신을 이룬 마포아파트는 온돌 대신 부엌에서 연탄으로 끓인 온수가 라디에이터를 통해 방바닥을 데우는 개별난방 방식이었다. 단독주택의 경우도 1960, 70년대는 다양한 연료 사용의 시험기였다. 연탄아궁이 방식, 연탄보일러, 기름보일러, 전기온돌 등이 잇따라 개발되었고, 이 방식들은 집집마다 다양하게 적용되었다. 1980년대 이후 연탄보일러의 보급이 확산됐지만, 지금은 찾기 힘들다. 1987년 LNG가 가정용 연료로 도입됨에 따라 연탄보일러는 가스보일러로 급속히 대체되었다.



서양식 입식 문화의 도입과 결합

1960, 70년대는 서양식 입식 문화가 도입됐다. 이 시기의 주거공간은 좌식과 입식의 기거 양식이 난방 방식의 차이로 확연히 구분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파트의 경우에도 원래 서구식 생활방식에 따라 모든 공간에 라디에이터만 설치하고 온돌방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는 한국인의 생활방식에 맞지 않아 곧 바뀌게 되었다. 거실은 마루의 개념이 유지되고 있어 온돌이 절실하지 않았으므로 라디에이터를 이전과 같이 그대로 두었고 침실에는 고유의 온돌 난방방식을 다시 도입하게 되었다.


1980년대 이후 거실의 난방은 라디에이터를 대신한 바닥 패널난방으로 발전했고, 바닥은 목재 대신 난방이 가능한 화학제품, 예를 들어 모노륨 등으로 대체되었다. 목재 바닥이 사라지면서 마루라는 명칭도 사라졌다. 바닥 패널히팅이 모든 공간에 똑같이 적용됨으로써, 한국 전통공간에서부터 시작되어 초기 아파트에서까지 유지되었던 마루와 온돌이라는 공간 구분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다른 공간의 바닥 재료가 여러 변화를 거치는 동안에도 안방의 바닥을 종이 장판으로 마감하던 관행은 오래 유지되었으나, 이것도 서서히 사라졌다.


오늘날에는 마루가 다시 부활하여 이제는 온 집안의 바닥이 마루로 마감되는 것이 일반적 모습이다. 그것은 바로 화학제품을 대체한 ‘온돌마루’라 불리는 재료 덕분이다. 그러나 이는 전통적 의미의 마루와는 크게 다르다. 오늘날 한국 주거 공간 내 모든 방들은 계절에 따른 사용의 구분이 없어졌고, ‘표면은 마루, 설비는 온돌’이라는 복합적 구조로 통일되었다. 다만 가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바닥을 무조건 뜨겁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바닥을 통해 공기를 데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현대식 설비는 온돌을 바탕으로 하는 좌식생활과 서구식 입식의 주거생활과의 절충을 가능하게 했다. 현대식 설비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한국 주거공간에서의 고유한 문화적 · 생활양식적 특징, 즉 온돌을 바탕으로 한 좌식생활과 입식의 서구식 주거생활과의 절충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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