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감]
여행병 걸린 이들을 위한 책
높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만으로도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요즘. 이맘때쯤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는 것을 쉽게 결정할 수는 없을 터. 그렇다면 여행 대신 이 책과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 혹은 이 책을 읽고 다음 여행지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김영하, 『여행의 이유』
tvN <알쓸신잡>에 출연해 수려한 언변과 해박한 여행지식을 뽐낸 작가 김영하의 여행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여행의 이유』가 출간됐다. 김영하 작가는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최근까지, 여행하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홉 개의 이야기로 이 책에 풀어냈다. 여행지에서 겪은 경험을 풀어낸 여행담이기보다는,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타자와 삶의 의미로 주제가 확장되는 사유의 여행에 가깝다. 소설가이자 여행자로서 바라본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은 놀랄 만큼 매혹적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렸을 법한, 그러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남겨두었던 상념의 자락들을 끄집어내 생기를 불어넣는 김영하 작가 특유의 인문학적 사유의 성찰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여울, <빈센트 나의 빈센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명화를 물으면 대부분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꼽을 것이다. 그만큼 고흐는 우리에게는 친숙한 작가지만, 그는 살아 있을 때 단 한 번도 인정받지 못한 안타까운 삶을 살았다. 꿈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20대 시절 빈센트의 그림을 만나는 여행길을 정여율 작가가 담아냈다. 그는 10년간 머물렀던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곳곳을 다니며 기록한 고흐의 흔적과 풍경들을 소개한다. 불안으로 방황하는 시기, 빈센트의 그림을 만난 후 인생에서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깨달은 저자는 예술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길 원했던 빈센트의 삶 속으로 더욱 깊이 발을 내디뎠다. 불운에 대한 멋진 복수는 예술의 창조임을 보여주며 예술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의 삶을 이 책에서 만나보자.
최민석, <베를린 일기>
2010년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로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최민석 작가. 그는 2014년 가을, 한 예술 기관의 지원으로 2014년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베를린 자유대학에 머물렀다. 90일 동안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고, 매일 자신의 SNS에 올렸다. 당시 그의 글을 읽은 독자들 사이에 ‘최민석 일기체’가 유행할 만큼 큰 화제를 모았고, 그때 그 일기를 모은 것이 바로 이 책 『베를린 일기』다. 실제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는 일기지만, 온갖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진다. 하지만 최민석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재미에만 그치지 않는다. ‘진정성과 패기’ 그리고 ‘삶의 진실에 다가서려는 열정’ 등 최민석 작가에게는 다양한 찬사가 쏟아지는 것이다. 그의 진실과 진심이 담긴 이 일기를 통해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병운, <아무튼, 방콕>
출판사 제철소에서는 시인, 소설가, 활동가, 목수, 약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개성 넘치는 글을 써온 이들을 중심으로 ‘아무튼’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개성적인 글쓰기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아무튼 시리즈에서 여행 책이 등장했다. 바로 김병운 작가의 <아무튼, 방콕>이다. 김병운 작가는 2011년부터 연례행사처럼 방콕을 찾고 있다. 자칭 '동남아선호사상주의자‘라고 불리는 김병운의 방콕 예찬론을 담았다. 사실 그는 방콕이라는 도시보다 방콕을 찾는 여행자에게 관심이 더 크다. 이 <아무튼, 방콕>에서는 어두운 호텔 방과 고요한 수영장의 도시인 방콕에서 일어나는 작고 사소한 일들을 애정어린 시각으로 다뤘다. 작가는 이 책에서 방콕은, 여행은 “그 모든 차이와 균열의 순간들로부터, 그 모든 지루하고 멸렬한 순간들로부터 가장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무엇”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일상적이면서 인상적인 방콕 여행기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