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해외탐방] 방치된 준공업지역에서 활력 넘치는 문화예술지구로, 취리히 웨스트


스위스 취리히의 구도심지역이 유서 깊은 도시의 역사를 지닌 곳이라면, 취리히 웨스트는 현대 도시의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취리히의 서쪽 지역인 취리히 웨스트는 중공업공장들과 그 노동자들의 숙소들이 위치했던 지역으로, 과거 오랫동안 취리히 뿐만 아니라 스위스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공업지역이었다. 


20세기 중반 이후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취리히의 도시 확장, 지가 상승, 고속도로의 개통 등으로 공장들이 도시외곽이나 동유럽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취리히 웨스트는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폐쇄된 공장, 낡은 아파트 등이 방치되어 슬럼가로 전락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취리히시의 적극적인 재생 노력에 의해 매력 넘치는 문화예술지구로 거듭나며 취리히 시민과 방문객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되었다. 


● 민관협동을 통한 개발계획 수립

취리히 웨스트는 시정부의 일방적인 계획이 아닌 토지소유주, 관련 전문가와의 협동을 통한 개발계획에 의해 재생되었다. 취리히 시정부는 취리히 웨스트의 개발을 위해 정치, 사업, 행정, 시민의대표들로 이루어진 도시 포럼(City forum)을 마련하였다. 


포럼을 통해 주요 개발 이슈들에 대한 개방적이고 공공성 있는 토론이 이루어졌으며, 시 계획국은 토지 소유주와 함께 ‘취리히 웨스트 협동개발계획(Cooperative Development Planning Zurich-West)’을 수립•채택하였다. 취리히시는 협동개발계획을 토대로 ‘2000 Zurich West’를 발표하고 취리히 웨스트의 재생을 추진하였다. 취리히 웨스트의 재생 원칙은 다음과 같다.


  • 다양한 용도복합의 허용과 유도

  • 대중교통, 공공공간, 공급처리시스템, 학교 및 주요 지역편의시설 등 필수 인프라 구축

  • 현실적인 단계적 목표와 건물 및 각종 시설의 장기적⋅유연적 사용을 고려한 계획 

  • 지속가능한 개발

  • 높은 수준의 도시계획적 및 건축적 질 확보

  • 협동 과정에 따른 개발 실행



● 보존을 원칙으로 다양한 방식의 재활용

취리히 웨스트의 재생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표방하여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으로 보존을 택했다. 구 산업시설을 철거해야 할 대상이 아닌 보존해야 할 역사유산으로 여기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활용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펄스 5(Puls 5)’, ‘뢰벤브로이 예술단지(Löwenbräukunst)’, ‘ Im Viadukt’ 등이다. 


‘펄스 5’는 1989년 설립된 철을 주조하고 가공하던 제철소였다. 1975년 용광로가 폐쇄된 후 약 30년 동안 방치된 제철소는 복합상업시설로 재탄생하였다. ‘펄스 5’는 외부에서 바라보면 현대적인새 건물이다. 그러나 내부로 들어가보면 다르다. 기존 건물의 외관을 최대한 유지하는 다수의 산업유산을 재활용하는 방식과 달리, ‘펄스 5’는 외관을 현대식으로 바꾸고 내부를 유지했다. 


크레인, 용광로, 파이프 등 산업시대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파운드리 홀’은 중앙에 보존하고, 7층 건물을 신축하여 복합상업시설을 완성했다. 새로운 건물에는 상점, 음식점, 사무실, 피트니스 파크 등이 위치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파운드리 홀은 전시, 박람회, 패션쇼 등 다양한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적인 현대미술관 ‘쿤스트할레 취리히’, 스위스의 대형 유통회사인 미그로스가 운영하는 ‘미그로스 현대 미술관’. 이들이 위치한 곳이 바로 ‘뢰벤브로이 예술단지’이다. 1898년 건설된 붉은 벽돌의 뢰벤브로이 양조장이 문을 닫자, 젊은 예술가들이 이곳을 작업장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미그로스가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쿤스트할레 취리히’, ‘미그로스 현대미술관’, 다국적 화랑 ‘하우저 앤드 워스’ 등이 입주하였으며, 현재 총 8개의 갤러리가 있는 ‘뢰벤브로이 예술단지’가 완성되었다. 이 건물은 기존 양조장을 중심으로 주거 및 사무용 건물을 증축하였는데, 증축 부분은 기존 붉은 벽돌과 어우러지도록 붉은 색을 사용하였다.


구 산업유산을 훌륭하게 변화시킨 또 하나의 사례는 ‘Im Viadukt’라는 복합쇼핑공간이다. 이 공간은 취리히 공업지역을 지나는 철도의 아치형 교각 아래 조성되었다. 19세기 후반부터 이 교각 밑에는 200명이 넘는 석공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고, 1990년대 이후에는 레스토랑, 상점들이 개업하여 지역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철로의 확장 프로젝트 및 육교 재건축 계획 등으로 여러 번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들은 시민들의 항의와 반대로 무산되었으며, 지역주민들과의 워크숍, 건축 공모전 등을 통해 육교 지역을 채우고 있던 기존 상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생하기로 결정되었다. 


육교는 아치형 교각을 살려 복원하고 아치 아래 낮은 건물을 신축하는 방향으로 리모델링되었다. 고가 철로와 육교 사이엔 지붕이 덮인 시장이 형성되었다. 시장과 아치 아래의 상점에는 재활용과 친환경을 키워드로 하는 각종 가게들과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이외에도 취리히 웨스트에는 조선소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시프바우(Schifbau)’, 19개의 컨테이너를 쌓아 올린 프라이탁(Freitag) 본사 등 독특한 건물의 문화예술 및 상업공간이 조성 되어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황폐한 지역이 도시재생을 통해 취리히 시민과 방문객들에게 사랑받는 장소로 재탄생되었다. 


재개발에서 재생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우리 도시에서, 보존을 통한 도시재생은 더 이상 낯선 전략이 아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보존 전략을 펼친 취리히 웨스트의 재생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기존의 건물을 그대로 재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으며, 신축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과거 건물의 현재적 사용을 용이하게 하였다. 교각 밑과 같은 유휴공간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점, 또한 주목할 만 하다. 형식적인 시민참여에 머무르지 않고, 계획부터 실행까지 시민들과의 소통을 소홀히하지 않았다는 것도 취리히 웨스트 재생의 주요한 성공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참고

김정후, 2015, “도시의 보전과 개발, 대립에서 상생으로”, 세계와 도시, 제6호, pp.16-24

스위스 관광청 홈페이지 https://www.myswitzerland.com/

취리히시 홈페이지 https://www.stadt-zuerich.ch/zuerich-west

펄스 5 홈페이지 https://www.puls5.ch/

Im Viadukt 홈페이지 https://www.im-viadukt.ch/en/home/

Im Viadukt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mviaduktzu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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