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해외탐방]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네덜란드 위트레흐트(Utrecht)의 메르베데(Merwede) 지구 프로젝트
2021년 여름은 폭염과 코로나 4차 유행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서울의 7월 기온은 기상관측 이후 1994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기상이변이 나타나고 있다. 서유럽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북미에서는 폭염에 산불로 피해가 극심하다. 기상이변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로, 국제 사회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도시분야에서도 탄소중립도시, 생태도시, 지속가능성 등의 개념을 도입하며 동참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는 이러한 노력을 퇴색시키는 듯하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컴퓨터, TV, 에어컨 등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 배달음식으로 인한 플라스틱 등 쓰레기배출량의 증가 또한 지구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잠시 멈춰진 듯한 노력을 되살리기 위해서 이번 해외사례에서는 친환경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살펴보고자 한다.
Fig. 1. 위트레흐트의 위치
출처: 구글맵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암스테르담의 남동쪽에 위치하는 위트레흐트는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주의 주도로, 네덜란드에서 4번째로 큰 도시다. 위트레흐트는 네덜란드의 중심부에 위치하는 지리적 이점으로 철도 및 도로 운송의 중요한 교통 허브이며, 암스테르담에 이어 네덜란드에서 두 번째로 많은 문화행사가 열리는 활기찬 도시이다. 또한 위트레흐트는 이곳 출신 작가인 딕 부르나(Dick Bruna)의 동화책에 나오는 미피의 도시로 유명하다. 미피 박물관이 있으며, 도시 곳곳에 미피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Fig. 2. 위트레흐트의 전경
출처: Wikimedia Commons 무료이미지
Fig. 3. 미피 박물관
출처: Wikimedia Commons 무료이미지
네덜란드의 여타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위트레흐트에는 자전거도로 네트워크가 광범위하게 구축되어 있다. 자전거는 위트레흐트의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으로, 도시 내 교통수단 점유율은 약 33%로 가장 높다. 많은 자동차와 활기찬 도시는 서로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 위트레흐트는 1965년 시내 중심가의 차량 운행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는 실험을 시도했다. 이후 위트레흐트는 보행자 전용 도심이 일반적이 되었으며, 자전거친화적인 지역으로 거듭났다. 2019년에는 12,500대의 자전거를 수용하는 세계 최대의 자전거 주차장이 개장했다.
Fig. 4. 위트레흐트 내 미피 조형물
출처: Wikimedia Commons 무료이미지
메르베데 운하지대의 재생 프로젝트
메르베데 지구의 재생 프로젝트는 오래된 공장지구를 친환경 지역으로 전환하는 계획이다. 이 계획에는 대규모의 녹색 오픈 스페이스, 학교, 유치원, 운동 시설, 상업 공간, 소매 공간 등과 공공주택을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6,000개 주택 건설이 포함되어 있다. 신규 주택 중 30%인 1,800채는 사회주택(공공임대주택), 25%는 중간 임대료 및 저렴 주택(affordable housing)으로 계획되어 있으며, 나머지는 시장가 주택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모든 건물은 최저 에너지를 사용하여 패시브 주택에 근접하도록 계획된다. 또한 계획자들은 생물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자전거, 도보, 대중교통을 통해 메르베데 지구를 주변 지역과 긴밀하게 연결하고자 한다.
Fig. 5. 메르베데 지구의 현재 모습
출처: 위트레흐트시 외, 2020, 메르베데 도시계획, pp.20-21
Fig. 6. 메르베데 지구의 미래 모습
출처: 위트레흐트시 외, 2020, 메르베데 도시계획, pp.18-19
메르베데 프로젝트의 친환경적 계획은 크게 3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된다.
차 없는 메르베데
메르베데 프로젝트는 걷기, 자전거 타기, 대중교통 이용에 중점을 둔 건강한 이동성을 성공적인 도시 지역의 전제 조건으로 삼는다. 두 개의 새로운 자전거 및 도보 연결을 계획하여, 메르베데 지구와 주변 지역을 안전하고 편안하며 건강한 방식으로 연결하고 서로의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물론 모든 일상적인 교통량이 자전거나 도보로 극복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메르베데 프로젝트는 우수한 대중 교통 수단과 광범위한 공유 이동성을 결합한 혁신적인 이동성 개념을 도입한다.
버스와 트램으로 메르베데와 주변 지역을 연결하고, 모빌리티 허브에는 250대의 공유 자동차와 공유 자전거를 비치한다. 주민들은 필요에 따라 이동수단의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메르베데 주민들은 자동차 소유에 드는 높은 비용 없이 이동을 편히 할 수 있으며, 지구 내에서는 자전거 타기와 걷기에 중점을 두어 탄소발자국이 적은 건강한 거주지를 만끽할 수 있다.
Fig. 7. 메르베데의 교통 전략
출처: 위트레흐트시 외, 2020, 메르베데 도시계획, p. 26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메르베데
메르베데 프로젝트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지구 만들기에 기여하고자 한다. 앞서 살펴본 자전거, 도보 등의 무공해 이동성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저히 낮게 만든다. 또한 건축 자재도 재사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고 건물 지붕의 50%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에너지중립건물을 계획한다. 메르베데 지구는 열 및 가뭄 완화, 폭우 처리를 위해 최적으로 설계한다. 메르베데 운하의 물을 사용하여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지하 저장시설을 건설하여 지역 내 난방과 냉방에 사용한다. 메르베데 지구 곳곳에는 녹지를 조성하여 자연 냉각과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한다.
풍부한 녹색 공간
메르베데 공공공간의 대부분은 차 없는 곳이기 때문에 거리와 광장 모두 녹색이 풍부한 환경으로 설계할 수 있다. 건물의 안뜰은 꽃과 나무로 정원을 조성한다. 이러한 건물의 녹색 안뜰과 녹색 지붕을 통해 녹색 생태학적 틀을 만든다. 지구 내 박쥐, 칼새, 송버드(songbirds), 고슴도치, 나비 등의 서식지를 조성하여 생물다양성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Fig. 8. 메르베데 지구의 녹색 공간 계획
출처: 위트레흐트시 외, 2020, 메르베데 도시계획, pp.86-87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익숙하게 행해왔던 것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여전히 차량은 전 세계 대부분의 도시에서 공공 공간 디자인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메르베데 지구는 과감하게 차량을 배제하여 친환경 공간을 계획했다. 차 없는 공간의 계획은 탄소배출량 저감, 충분한 녹색공간 계획으로 연결되었다. 여기에 친환경 건축자재, 녹색 지붕, 태양광 패널 등 다양한 친환경적 요소를 추가하였다.
지구 온난화의 결과인 폭염을 몸소 느끼면서도 코로나 상황으로 지속가능성에 역행하고 있는 지금, 지속가능한 서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메르베데 지구처럼 보다 과감한 재생 계획을 통해 지속가능한 서울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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