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어때요]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해요
행촌권 성곽마을 도시농업공동체
도시농업은 도시와 농업의 합성어다. 도시의 공간을 활용해 식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기르는 과정 등을 말한다. 과거에는 도시농업이 단순한 경작활동만을 뜻했지만, 최근에는 농업 활동의 다원적 기능을 활용한 생태교육, 환경보호, 공동체 활성화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그중에서 도시농업의 대표로 꼽히는 행촌권 성곽마을을 다녀왔다. 마을 주민들이 텃밭을 직접 가꾸며 서울시 도시 재생의 모범으로 꼽히는 행촌권 성곽마을 도시농업공동체를 만나보자.
도시농업공동체의 모범
서울시 종로구 무악동 한양도성 주변에 작은 텃밭들이 있다. 등산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곳은 바로 행촌권 성곽마을 도시농업공동체다. 2015년 서울시 도시 재생 지역으로 지정됐고, 2016년 공동체 법인으로 설립됐다.
행촌권 성곽마을 도시농업공동체의 텃밭은 성곽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다. 현재 육묘장, 공터 1, 2, 3호까지 꽤 넓은 부분을 행촌권 성곽마을 도시농업공동체에서 관리하고 있다. 면적은 약 141,234㎡로, 현재 25명의 주민이 이 텃밭을 함께 가꾸고 있다. 김동수 대표는 “네 구역, 내 구역 나누지 않고 말 그대로 공동체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며 마을을 소개했다.
“2015년에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농업을 하게 됐어요. 서울시에서 식물 재배 시설을 만들어줬죠. 처음부터 끝까지 자급자족이에요. 처음에는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각 회장님들을 위주로 15명 정도 함께 시작했어요. 이후 회원들이 점차 늘어나 현재는 25명 정도가 이곳을 가꾸고 있습니다. 모두 자식을 키운다는 마음으로 농사에 임하고 있죠. (웃음)”
이들은 서울시에서 농업에 대한 교육을 20강 정도 수강할 수 있었다. 강의 수료 후에는 농사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고, 온전히 농사에 전념하게 됐다고들 말한다.
채광이 좋고, 통풍이 잘 되는 마을
행촌권 성곽마을은 종로구에서도 바람이 잘 통하고 햇볕이 잘 들기로 유명하다. 구릉지가 많고 일조량도 높으며 바람도 많이 분다. 다양한 농작물들이 자라나기에 알맞은 환경이다. 박명화 대표는 “상추, 고추, 배추, 호박 등 다양한 작물이 자라나고 있다”며 자랑했다.
“우리 식물은 전부 유기농이에요. 농약을 쓰지 않죠. 그래서 벌레가 많이 생기기는 하지만, 공동체 회원들이 아침 저녁으로 각별히 신경 쓰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는 없어요.”
직접 수확한 배추는 김장 김치로 만들어 독거노인 어르신들이나 경로당에 기부하기도 한다. 종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400~500포기 김장을 담가 차상위 계층과 독거노인 100명에게 김장김치를 10kg씩 담아 나누기도 했다.
농작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제일 중요해요
김동수 대표에게 도시 농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농작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작물은 관심을 받아야 잘 자라요. 재배하는 사람이 얼마나 사랑을 많이주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나뉘죠. 내 농작물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길 바랄게요. 그 사랑을 주기 위해서는 그만큼 부지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동체의 단합도 중요해요.”
김동수 대표는 회원들의 단합이 도시 농업 마을 공동체 형성에 가장 큰 힘이었다고 설명했다. 박명화 대표는 “지금껏 일심동체로 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며 애정 어린 한마디를 남겼다.
김동수, 박명화 공동대표는 행촌권 성곽마을 도시농업 공동체에서 수확한 식물들을 주말에 직접 판매를 해볼까 구상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줬다. 배추, 상추 등의 쉽게 접할 수 있는 농작물뿐만 아니라 꿀, 약초, 허브 등 쉽게 구할 수 없는 작물까지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도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그 해답 중 하나가 도시 농업이 아닐까. 행촌권 성곽마을 도시농업공동체와 같이 도시농업하는 곳을 하나 둘씩 늘려나간다면 더 살기 좋고, 더 깨끗한 서울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