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청년·신혼부부의 튼튼한 주거 사다리가 될 청신호주택”
SH도시책임연구원 김형근 연구실장, 김진성 책임연구원
사는 모습이 달라지면 집도 모양새가 바뀌어야 한다. 1인 가구 시대, 불필요한 공간을 없애고 라이프 스타일에 꼭 맞게 공간을 누리는 집, 그리고 당장 목돈이 없어도 집다운 집에서 살다가 돈을 벌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곳, 이웃 눈치를 보지 않고도 당당하게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만들 순 없을까?
지난해 초 SH도시책임연구원에 이런 커다란 숙제가 주어졌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맞춤형 임대주택 이른바 청신호 프로젝트다. 연구진은 각종 설문과 의견수렴, 사례조사, 연구개발, 발표 및 자문 과정 등 치열한 1년여의 노력과 30년간 쌓인 SH의 노하우를 접목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특화평면주택’을 탄생시켰다. 연구를 주도한 김형근 연구실장과 김진성 책임연구원에게 ‘청신호’의 도입 취지와 추진과정, 향후 공급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청신호’라는 임대주택 브랜드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김형근 연구실장 | 청년 사이에서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잖아요. 최저 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살아가는 청년들, 주택마련에 힘겨워하는 예비·신혼부부들에게 미래 희망을 줄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맞춤형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출발했습니다. 1인 가구의 급증이라는 시대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요. 물론, SH공사는 다양한 계층과 세대를 위한 맞춤형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청신호 브랜드는 크게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우리 동네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님비 현상을 극복하고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청년 및 신혼부부들의 주거 문제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돌파구를 찾고자 했던 것입니다.
Q. 주거 취약계층 중에서도 유독 청년·신혼부부에게 집중한 이유가 있었나요?
A. 김형근 연구실장 | 취업난과 열악한 주거환경, 이로 인한 낮은 혼인율과 저출산 문제 등을 안고 있는 청년층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지원함으로써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게 하고, 돈을 벌어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주거 사다리’가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청년·신혼부부에게만 혜택이 집중된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그건 아닙니다. 기존의 임대주택제도는 그대로 시행이 되고 있고 청년·신혼부부에게 공급할 추가 물량을 주로 찾아서 공급하는 것입니다. 수요는 많고 물량은 한정돼 있으니 도로에 위에 임대주택을 짓거나 오래된 공공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급물량을 꾸준히 늘리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Q. 지난해 봄 ‘청신호’를 주제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는데, 그간의 추진과정을 설명해 주신다면?
A. 김진성 책임연구원 | 300일이 조금 넘은 것 같은데요. 그간 ‘토크콘서트’를 두 번 열어서 시민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고 1,000여 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청신호 UCC공모전을 진행하면서 시민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워크숍을 열었고, 학술발표대회를 통해 자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체 그림이 지난해 하반기 나왔던 거죠. 올해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되지만, 앞으로도 연구와 개발, 업그레이드는 계속될 것입니다.
Q. 청신호 주택은 다른 공공임대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요?
A. 김진성 책임연구원 | 그동안에는 공급량에 비해 임대주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공급자 중심의 설계, ‘물량’ 위주로 사업이 진행됐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젠 그냥 ‘살고 싶다’가 아니라 ‘잘 살고 싶다’는 시민들의 욕구가 강해졌습니다. 그러 트렌드에 맞춰 설계 방식을 개발했고, 지역주민의 특성에 맞춰 공급한다는 것이 청신호의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설계는 입주민의 연령, 가족구성원, 취향 등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다른 17종류의 ‘특화평면’을 개발해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서울에는 특정 직업군이 몰려서 거주하는 지역들이 있는데, 지역 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공급할 계획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청신호는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의 획기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Q. 청신호 임대주택은 어떤 방식으로 공급되나요?
A. 김형근 연구실장, 김진성 책임연구원 | 향후 임대주택 공급은 택지부족 등으로 ‘대형 단지형’보다는 ‘소규모 매입형 주택’으로 진행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고, 청신호도 마찬가지입니다. 신혼부부용은 ‘커뮤니티 공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단지형으로 추진될 수 있지만, 청신호 자체가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적은 물량이라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매입 방식’으로 진행될 계획입니다. 1호 청신호 주택인 정릉 역시 대체로 작은 규모라 할 수 있고요. 일단 매입신청이 들어오면 적정 기준에 따라서 도로 등 인프라를 전반적으로 검토해 수시로 매입하는데, 올해는 5,000호 내외로 진행할 것 같습니다. 매입된 주택(민간 부지를 활용한 공공임대용 주택)은 신축할 때 SH공사의 청신호 특화평면에 따라 설계해야 하는데요. SH공사는 ‘청신호 건축가’라는 설계자 풀을 구성·운영해서 민간사업자들이 청신호 건축가들을 선택해 설계용역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Q. 청신호는 임대주택을 둘러싼 님비 현상까지도 완화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던데요?
A. 김형근 연구실장 | 네 그렇습니다. 님비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집값이 떨어진다’는 인식과 ‘입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극빈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구 임대주택을 연상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청신호는 다릅니다. 현재 주변 시세의 80% 정도로 공급되는 행복주택처럼 시장과 동떨어지지 않은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SH도시책임연구원이 가좌지구 행복주택을 연구했는데, 집값이 떨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오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앞으로 그런 연구가 많이 발표될 것입니다. 두 번째로 SH공사는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공급을 통한 공간복지 실현’의 개념을 적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지역주민들이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청년주택이 집값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고 공용 공간을 제공받으면서도,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 마을에 활력까지 불어넣어준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Q. 청신호 입주를 기다리는 청년, 신혼부부들에게 전할 당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김형근 연구실장, 김진성 책임연구원 | 청신호에서는 비슷한 나이, 비슷한 여건의 청년들이, 그리고 육아라는 공동 관심사를 지닌 신혼부부들이 자발적으로 커뮤니티를 맺고 생활하기 좋은 환경이고, 또 그렇게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SH공사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커뮤니티를 활성화면 지속성이 없어요. 특히 신혼부부주택의 경우 내 아이만이 아닌 옆집 아이, 우리 단지 아이들까지 배려할 때 주변을 함께 둘러보는 긍정적 에너지가 지역 전체에도 확산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 번 임대주택에 들어갔다고 해서 그곳에 평생 안주해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공공임대주택은 ‘주거 사다리’니까요. 좀 더 나은 주거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딛고 가는 계단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더 열심히 살아서 하루라도 빨리 더 좋은 곳에 자리를 잡은 뒤 청신호주택은 후배에게 물려준다는 선순환 개념으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그런 선순환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임대주택이 사회적으로 상당히 좋은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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