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 독후감]
「청렴 독후감」공모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것이 김영란법의 정식 명칭이다. 아마 우리 공사의 직원이라면 도로교통법만큼이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법이 아닐까 한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법을 제안한 김영란이 국민권익위원장이었다는 사실밖에 몰랐었고, 공직사회 등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이상적인 법을 만든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그녀는 1981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2004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재직하기까지, 법조계에 일상화된 청탁과 금품수수 관행을 직간접적으로 두루 경험하게 되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국민권인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김영란법을 제안하는 데 주력했다.
이 책이 김영란법만 다룬 것은 아니다. 두 저자이신, 전직 검사 김두식 교수와 전직 대법관 김영란 교수가 우리사회 전반의 부패와 그 해법을 다룬 책이다. 선거와 정당운영에 너무 많은 돈이 드는 현실에 알맞은 정치자금법의 개혁안도 고민한다. 또한 권한(수사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이 집중된 검찰조직을 견제하는 기구의 신설문제도 다룬다. 그 중 뇌물과 청탁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제안된 김영란법이 어떠한 의도였으며 어떻게탄생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내용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두 저자 역시 법조계에 몸담으면서 부정부패와 청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김영란은 판사 재임 시 본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부서원 전체를 위해 밥값으로나 체육행사 지원금 명목으로 돈을 받게 된다. 이러한 돈은 본인은 받기 싫어도 거절하기 힘들게 만들고, 이런 돈을 거리낌 없이 주고받는 것이 청탁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한다. 그녀는 어떤 명목으로든 돈을 못 받도록 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간 법으로는 대가성 있는 뇌물만 처벌할 수 있지, 대가성 없는 금품 수수에 대한 처벌이 어려웠다. 그러나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것은 오히려 대가 없는 금품수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11년에 발생한 ‘벤츠검사사건’이다. 현직 검사가 변호사로부터 벤츠자동차와 명품가방 등을 선물 받았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내려지면서 부정부패방지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것이 김영란법 제정의 계기가 되었으며, 공직자가 대가성에 관계없이 100만 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처벌을 받도록 입법 예고했다.
이 법은 공직자를 비롯한 언론인, 교직원까지 확대적용이 되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2012년에 발의한 법안이 여러 차례 수정되었고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도 3년 가까이 걸렸으며,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와 기자협회가 헌법소원을 내면서 위헌 시비에도 휘말렸으며 합헌 판결을 받은 그 해(2016년) 9월이 되어서야 시행되었다.
얼마짜리 밥은 먹어도 되고, 얼마의 선물은 받으면 안 되는지 정해놓은 법을 보고 꼭 이렇게까지 제정해야 되나 생각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문에 대해 김영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소수의 악당을 잡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착한 사람들이 부정부패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고 그것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정의롭게 만드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현실을 무시한 법이 아니라, 뇌물이나 청탁을 거절할 수 있는 확실한 명분이 되어주는 법이다. 이것이 선행되어야만 대한민국이 엘리트 카르텔(정치인, 고위 관료, 기업가, 군 지도자 등 사회 상층부 구성원들이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현 시스템을 관리하고, 기득권을 지키는 시스템)을 끊고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제안한다.
우리는 누구나 대한민국이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이길 바란다. 한국사회를 옮아 매는 부정부패, 연줄, 청탁 등을 끊고 공정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