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30주년 맞이한 SH, 사업영역 더욱 넓히며 세계로 진출하길”
도명정 제6대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SH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가 마련한 ‘사랑의 결혼식’ 현장에서 감동적인 주례로, 서울에 둥지를 튼 부부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 도명정 전 사장. 16년 전 퇴임한 후에도 SH공사에 변함없는 애정을 갖고 있는 도 전 사장은 직원들이 회사와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기회를 주고자 했던 ‘리더’였다. SH공사가 택지개발, 주택건설 및 임대주택 관리 등의 기본 업무를 넘어 도심재개발사업이나 SOC(사회간접자본) 분야에도 적극 뛰어들며 사업영역을 넓혀 나갈 수 있었던 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도 전 사장의 경영전략이 한몫했다. 특히, 서울 명소가 된 ‘북촌 한옥마을’이 지금처럼 보존될 수 있었던 것도 문화로 시민들과 소통하고자 한 그의 소신과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Q. 서울시 주거환경은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취임하셨을 때의 상황은 어땠나요?
1999년에 사장으로 취임했으니 벌써 20년 정도 됐네요. 지금이야 이미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지만, 과거에는 주택 자체가 매우 부족했어요. 그래서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주택 200만 호를 짓겠다는 대국민 공약을 내걸었죠. 당시 민간 대 공공주택 비율이 8:2 정도였으니 200만 호의 20%인 40만 호를 지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당시에는 서울시 산하의 사업소에서 직접 공공주택을 지었는데, 사업소가 이를 다 감당하기 힘들다고 판단해서 1989년 2월 ‘서울특별시 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됐습니다. 제가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는 공공주택을 열심히 건설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처음엔 건설 현장을 다니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고요.
Q. 취임 후 새로운 사업들을 다각도로 추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년쯤 지나고 나서 ‘다음엔 어디에다 집을 짓지? 아, 땅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시 TFT를 만들어 어떻게 땅을 확보할 것인지, 공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등을 연구하도록 했죠. 그때 토지에 관한 정보를 전부 모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교통안전공단이 갖고 있던 병원 부지를 발견했고, 이를 사들여 노인 아파트인 ‘효 아파트’를 짓고자 했습니다. 병원이 세워진 곳이라 건물이 남아 있었고 수리를 하면 아파트 단지 내에 노인질환만 진료하는 전문병원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거죠. 하지만 여러 여건이 맞지 않아 결국 무산이 됐습니다. 그때 성사됐더라면 아마도 혁신적인 시도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더불어, 주택건설 외에 재개발사업도 함께 추진하길 바랐는데, 세월이 흘러 올해 세운상가지구 재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심사위원장을 맡으며 사업이 잘 추진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니 20여 년 전 그때가 문득 생각나더군요.
Q. 고객만족경영 실천의지를 담은 고객헌장을 선포했고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민원 시스템도 확충하셨습니다.
사장으로 왔을 때 뜻밖에도 ‘사훈’이 없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택지개발, 주택건설 및 임대주택 관리 등의 목표는 있지만 사훈이 없었던 거죠. 그래도 기업인데 사훈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사훈은 공사의 목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직원들의 자세, 고객에 대한 자세 등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훈 4개 항목을 제시하고 사가(社歌)를 만들었으며, 고객을 위한 행정을 위해 민원업무 기능도 대폭 보강했습니다.
특히, 아파트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남이섬의 경영진에게서 들은 노하우를 접목한 건데, 주민들과 가까이 지내는 방법 중 하나로 놀이터를 만들 때 시설 개보수는 전문 업체에 맡기더라도 색칠은 아이들에게 맡기면 의외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거였죠. 제멋대로 색칠한 철봉대가 작품이 되는 데다, 아이들이 스스로 가꾼 놀이터에서 뛰놀면서 자기 물건처럼 소중하게 여긴다는 거죠. 이런 점을 반영해 주민들이 동참하고 공동주택에 대한 관심과 협조를 제고할 수 있는 아파트 수기 공모전 등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SH공사의 고객인 주민들과 문화를 통해 꾸준히 소통하고자 했고, 그러한 노력이 멈추지 않고 꾸준히 진행돼 온 데에 대해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Q. 재임 시 추진된 대표사업 중 하나가 세계 최초의 디지털 미디어시티(DMC)인데 이 사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당시 서울시에서 상암지구를 DMC단지로 만들겠다고 계획했습니다. 정보화시대 및 4차 산업혁명을 준비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앞서 나간 프로젝트였다고 평가합니다. 정보화시대의 핵심은 컴퓨터와 이를 연결하는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입니다. 무선 인터넷망을 통해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왔고, 특히 건설, 교통 분야에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교량에 칩을 설치하면 종합관제센터에서 데이터를 자동 분석해 교량 상태를 점검하는 게 사물인터넷의 사례입니다. 그러한 아이디어가 16~17년 전 DMC를 계획하며 나온 것이라는 게 대단하지 않습니까?
당시 SH공사는 용역을 받아 실행했는데, 토지보상 업무 등에서 우리 직원들이 여러모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DMC가 시발점이 되어 은평구, 마곡지구 등에서 택지개발이 진행돼 왔고, 지금은 서울시가 스마트시티 선두주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경험이 쌓이니 더 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가 내놓은 아이디어가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한 주체가 바로 SH공사라는 점에서 당시 직원들의 노고를 거듭 강조하고 싶습니다.
Q. 문화유산 보전사업이나 SOC 참여는 SH공사에 대한 인식을 바꾼 계기가 됐습니다.
지금은 ‘북촌 한옥마을’이 유명해졌지만 그때는 문화재가 아니었고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했다간 우리의 전통적인 삶의 모습, 한옥의 원형마저 망가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고민했죠. 시에서 깊은 논의를 한 끝에 나온 결과가 ‘미관지구’로 지정·보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민원이 엄청 들어왔습니다. 변화를 크게 주지 않으면서도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했지만 쉽진 않았죠. 그때 생각해 낸 게 핵심 요지(要地)에 위치한 집을 아예 사서 공방을 만들고 게스트하우스, 한식식당 식으로 임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알박기’라 할 수 있죠.(웃음) 그렇게 지킨 북촌이 다행히 지금은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많은 이들이 찾는 ‘핫 플레이스’가 된 것 같습니다.
SOC사업으로는 ‘우면산 터널’ 공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시 민자유치 1호 사업으로 SH공사가 사업 지분을 갖고 참여했는데, 지금은 그 지분을 팔았지만 오랫동안 흑자를 기록했죠. 또한, 목동지역에 집단에너지를 공급하던 ‘서울에너지’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주택에 에너지 공급하는 일이기에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새해 벽두부터 인수 작업에 들어갔는데, 이 일을 할 때도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인수과정에서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조직 혁신을 꾀한 이후 차츰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고, 나중에 서울시에너지공사로 독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Q. 도명정 사장님께 SH공사란 어떤 의미인가요?
제가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는 IMF외환위기 여파로 직원 채용을 중단한 상황이었는데, 취임 후 공채를 다시 시작했고 40여 명을 뽑았던 것 같습니다. 결국은 사람이 중요합니다. 직원들이 수익을 창출하며 조직을 성장시키기 때문입니다. 지난 30년간 진행해 온 택지개발, 주택건설사업과 도시재생 노하우를 바탕으로 SH공사 해외사업단이 서울형 스마트시티 솔루션을 수출하기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그러한 업무에 도전하는 직원들을 보면 자랑스럽고 뿌듯합니다.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전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제게 SH공사는 공공서비스 종사자로서 ‘시민들과 소통하고 희망을 키우는 터전’이었습니다.
Q. 2019년은 SH공사 3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당부와 축하 말씀 부탁드립니다.
난관을 극복하며 꾸준히 성장해 온 SH공사의 서른 살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청년이 서른이 되면 성인으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된다고 하는데, SH공사 역시 다르지 않다고 여깁니다.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방향과 전략을 짜서 공격적으로 추진했으면 합니다. 특히 ‘주거복지를 넘어 시민을 위한 공간복지의 대표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SH공사의 비전이 실현될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하며, 시민이 행복한 주거 환경을 공급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고객 우선의 서비스 정신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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