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옴부즈만칼럼 ]
갑질과 청렴도 제고의 근본적 해법은 무엇일까
최근 일부 재벌 오너 일가의 거래처 및 부하 직원에 대한 폭언 등 민간부문의 갑질이 심각한 상황에서 공관병 갑질, 공공기관 채용 비리 등 공공 부분의 갑질 문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갑질을 대표적 생활 적폐로 판단하고 공공분야의 갑질부터 근절할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정부가 부처·지자체·공공기관·민간 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갑질은 주로 재량권이 많은 분야에서 부당한 업무처리와 편의 제공 요구, 인격 모독 등의 형태로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더구나 피해자가 2차적 불이익 우려 등으로 신고를 기피해 갑질이 고착화되고 있으며 피해 구제를 위한 신고·상담 및 보호·지원은 미흡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갑질 특별단속과 구형 강화, 행동강령의 개정과 갑질 근절 가이드라인 마련, 갑질 피해 신고·지원 센터 운영, 갑질 옴부즈만 위촉과 모니터링, 신고자에 대한 비밀보장 및 불이익 처우 금지 등 종합적인 대책이 수립되어 시행 중에 있으며 개별 공공기관도 이러한 정부시책에 따라 속속 갑질 근절 대책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대책은 단기적인 경계효과와 아울러 재발방지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갑질의 본질을 고찰해 볼 때 이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갑질은 원래 계약 시 권리 쌍방을 뜻하는 갑을(甲乙) 관계에서 나온 말로 우위에 있는 '갑'의 부정적인 행동을 일컫는 일종의 신조어다. 그런데 갑질 문제는 개인의 도덕성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갑이 힘을 행사하고 을이 따라야 하는 사회 구조에 기인하며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성에서 유래된 측면이 더 크다. 이는 을이었던 개인이 또 다른 관계에서 갑이 됐을 때 같은 행동을 행하는 현상으로부터도 알 수 있다.
갑질은 대상에 따라 임직원에 대한 내부 갑질,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외부 갑질로 나눌 수 있는데 모두 권위주의와 성과 만능주의, 비밀주의, 수평적 소통 부족 등과 같은 조직문화와 관련이 크다. 따라서 갑질 근절을 위해서는 위에서 제시되었던 다양한 제도적 장치와 함께 조직문화의 혁신 노력이 시급하다. 더구나 이러한 제도적 대책이 효과적으로 작동되기 위해서도 조직문화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청렴의 개념이 부패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의미를 넘어서 직무수행과 일상생활 속에서 공정성, 투명성, 책임성 등 바람직한 가치를 실천하는 적극적 의미로 확대되고 있어 갑질 문제의 해소는 이제 청렴한 조직문화 구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크다. 조직문화는 조직 구성원들에 의해 공유된 가치와 신념의 공통집합으로 정의된다. 한마디로 핵심가치의 공유라 할 수 있다. 청렴한 조직문화(ethical culture)는 조직문화의 한 부분으로서 공유된 청렴 가치를 통해 구성원들의 청렴실천 행동을 유도하고 비윤리 행동을 예방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청렴한 조직문화의 구축을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의 가치 내면화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대부분 청렴과 관련된 핵심가치를 표방하고 있으며 핵심가치 교육을 정례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나 제대로 가치가 공유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예컨대 갑질근절과 관련된 존중(Respect)의 가치가 내재화되어 있다면 이러한 갑질 현상이 나타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공공기관의 현실은 핵심가치가 단지 홈페이지에만 존재하고 제대로 된 가치 이해와 내면화와는 거리가 먼 형식적 교육이 반복되고 있어 접근방식의 철저한 쇄신과 교육 프로그램의 재설계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조직문화의 선도자는 중간 간부 이상의 리더이므로 가치에 대한 이해와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 청렴 개념의 변화와 함께 청렴도 평가결과 역시 청렴한 조직문화와 상관관계가 크다. 최근 많은 공공기관이 내부 갑질과 관련성이 큰 ‘부당한 업무지시 경험률’이 높아지고 있어 청렴도가 저하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결국 청렴한 조직문화 구축은 갑질 문제 해소는 물론 조직의 청렴도 제고에도 근본적인 해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