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친구들]
더 좋은 주거환경 위해 소통하고 이를 ‘문화’로 구현할 것
㈜로모 박주로 대표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주거문제를 집약시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든 공유 공간 플랫폼 ‘서울하우징랩’. 누구나 집처럼 편안하게 머무르며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주거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울하우징랩은 현재 도시나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혁신기업 ㈜로모가 이끌어가고 있다. 서울하우징랩을 계획할 때부터 연구했고 현재 운영까지 담당하고 있는 ㈜로모 박주로 대표를 만나봤다.
코워킹 스페이스와 청년공간을 이끌었던 사람들
㈜로모는 2014년부터 코워킹 스페이스인 ‘스페이스 노아’와 청년공간 ‘무중력지대 G밸리’를 이끌었던 멤버들을 주축으로 지난 2017년 12월 출범했다. 신생 회사이지만 임직원들의 공유 공간 및 지역 재생 관련 경력은 5년 가까이 되는 것이다.
공간을 넘어 도시나 지역의 주거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로모의 비전도 △운영 노하우와 정책 이해도를 통한 ‘민관 협력 공간운영’ △공간 상상력을 가진 주체로서 공간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회 혁신 공간 기획’ △다양한 삶의 가치를 존중하고 개인과 공공성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 재생 프로젝트’ △커뮤니티 공간 활성화를 위한 체계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공간 연구 및 컨설팅 등 다양하다.
“과거나 현재에도 주거문제가 심각한데 이를 해결하려고 해도 진척이 없었어요. 그래서 주거문제만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는 ‘주거 의제 거점 공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마침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서울시 안에 있는 유휴공간을 조사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는데요. 4년간 방치돼 있던 이 공간을 찾게 됐고, 서울하우징랩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서울하우징랩은 우리나라 최초로 시도된 ‘자산화 모델’
“서울하우징랩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등장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관이나 공사에서 공간에 대한 운영비를 전액 지원하는 것이 보통이라면 이곳은 공사에서 35% 운영비를 제공하고 나머지 65%는 저희가 자체적으로 돈을 벌거나 인원을 써서 채우는 개념입니다. 부족한 운영비는 직접 카페를 운영하거나 대관 사업, 그리고 저희 회사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들로 채울 예정입니다.”
독특한 점은 35% 지원되는 예산도 점진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박주로 대표는 “계획 때부터 시민들에게 공간을 환원한다는 개념으로 시작했다”며 “처음 시도되는 만큼 회사의 부담이 크지만 헌신하는 마음으로 지속가능한 모델의 기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로모는 서울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니버셜 디자인을 공유 공간에 구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서울하우징랩의 공간도 유니버셜 디자인이 적용된 사례”라고 밝혔다. 참고로 유니버셜 디자인은 도시 안에 사회적 약자 전용 시설이 없어도 다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공간디자인을 말한다.
현재 서울하우징랩은 공유공간 전문가, 주거권관련 단체, 회계사 등 10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세부적인 운영을 ㈜로모에서 주관하고 있다. 입주 사무실의 경우 총 4개의 공간이 있는데,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공유공간 플랫폼인 만큼 사회주택협회와 어르신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사업 팀, 영상미디어를 제작하는 팀 등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나 단체를 우선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사람들이 주거문제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기회가 되길
“사람들은 태어난 환경과 상관없이 질 좋은 주거환경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하드웨어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문화적으로도 이런 환경을 제공할 수 있죠. 저희는 사람들이 더 좋은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문화로 구현하려고 합니다. 바로 서울하우징랩을 통해서요.”
박주로 대표가 말하는 ‘더 좋은 주거환경’이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제공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임대주택에서도 실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님비현상이 높은 임대주택을 지을 때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먼저 만들어 하나의 문화를 만들면 된다. 그리고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앉아서 부엌일을 할 수 있도록 낮은 싱크대를 공급하는 그런 일들을 뜻한다.
박 대표는 “혐오시설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을 꼭 필요한 시설로 만들고 사회적 약자나 신체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편의까지 고민하는 장이 열리는 것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며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사회적인 효용을 높인다면 서울주택도시공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