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사람들] 


산 정상을 향해 함께 이끌어 주며 더 돈독해지는 우리들 
서울주택도시공사 산악회(SHMC)  






영국의 등산가인 조지 맬러리는 ‘어차피 내려올 산을 뭐 하러 오르는가’ 하는 질문에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제 곧 30돌을 앞둔 서울주택도시공사 산악회 회원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 ‘산이 좋아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서’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화려한 봄꽃이 아름드리 수를 놓는 봄부터 순백의 눈꽃송이들이 만발한 겨울까지 매월 세 째 주 토요일마다 함께 모여 전국 명산의 정상을 밟는 동안, 서로 이끌어주고 밀어주며 더욱 돈독해진 동료애는 각자의 삶과 일터에서 즐거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조직 속 낯선 회사 분위기를 바꿔놓은 산악회 

서울주택도시공사 산악회(SHMC)는 1989년 공사 창립 직후 만들어진 첫 번째 동호회이자, 현재 회원 83명을 보유한 가장 큰 동호회로, 서울시 산악회에서 활동하던 전백진 전 회장과 문완식 현 회장 등이 주도해 같은 해 4월 발족했다. 공사 직원이 200명이었던 초기에 산악회 회원이 30명이었으니 일곱 명 중 한 명은 산악회 회원이었던 셈인데, 산악회는 낯설기만 했던 사내 분위기 속에서 결속력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새로운 조직인 데다 행정에서부터 기술직까지 모든 직종이 다 있는 종합건설 분야잖아요. 직종이나 직급별로 화합하기 쉽지 않은데 동호회 활동을 통해서 자유롭게 소통했던 게 조직문화 형성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문완식 산악회 회장)


문완식 회장문완식 회장은 산악회 설립 당시 총무를 맡았다. 그는 “신입 직원들이 공채로 많이 입사하면 산악회가 활성화될 테니 총무직은 조금만 하면 될 거란 생각이었는데 그 뒤로 13년이나 총무를 하게 됐다”며 웃었다. 민동조 총무 역시 2009년부터 지금까지 10년간 산악회 살림을 맡고 있다. 민동조 총무는 “같은 취미를 가진 직원들끼리 만나 산에서 호연지기를 키우고, 하산 후 내려와 술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는 동호회”라며 “개인적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일터에서도 업무 협조가 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SH공사가 전 경기여고 자리, 즉 폐교에 둥지를 틀었던 탓에 사무실 환경도 좋지 않고 직원들도 적어 썰렁했는데, 매월 회원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함께 산에 오르면서 친목을 다졌고, 이 산행 사진을 전부 인화해 사내 게시판에 붙여놓는 방법으로 더 가족 같은 사내 분위기를 연출했었다고 회상했다.




안전한 산행이 최우선, 회원들의 의견 수렴해 산행 계획 

30년이란 세월 동안 SH산악회가 많은 SH인들의 관심 속에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집행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완식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서울시 산악회 모임과 동반 산행을 했을 때 아침부터 내린 보슬비를 계속 맞고 걷던 회원 한 명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일을 겪고 난 뒤부터 등반 회원들의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

게다가 3년 전부터 ‘전문 산악인’인 윤종호 등반대장이 합류하면서 회원들의 산행길이 더 든든해졌다. 대학교 다닐 때부터 해외 원정을 다녔던 윤종호 대장은 1996년에 SH공사에 입사했는데, 안나푸르나, 킬리만자로를 함께 등정한 대장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이후 산과 소원하게 지내다 이후 SH산악회에서 등반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본격 동참하게 됐다. 


윤 대장을 비롯한 산악회 집행부들은 매월, 그리고 연간으로 산행계획을 수립하는데, 이를 위해 회원들에게 희망 산행지가 어디인지 미리 의견을 수렴한 뒤 이 결과를 놓고 집행부와의 논의를 거쳐 확정한다. 그런데 사실 의견을 일치시킨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체력이나 연령이나 연륜으로 따졌을 때 모든 회원이 산행을 다 잘하는 건 아니잖아요. 못하는 사람 위주로 하면 일부 회원들은 재미가 없다고 하고, 또 너무 잘하는 사람 위주로 하면 못 따라오는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두 번은 짧게, 한 번은 길게 가죠. 1년에 한 번 정도는 무박 2일로 전날 야간에 출발해서 버스에서 약간 눈을 붙인 뒤 해뜨기 전에 올라가는 힘든 산행도 하고요. 멀게는 18km까지도 가요. 그러다 보니 인원이 많이 줄었어요.(웃음) 내년에는 강도를 조금 더 완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윤종호 등반대장)




30년간 산을 올랐어도 가야 할 명산은 여전히 많다 

산악회 집행부들의 열정 덕분에 회원들은 올해도 덕유산과 월악산, 강천산, 오대산, 내연산, 주왕산 등 전국 명산의 정상고지를 밟아볼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산행으로는 주로 겨울에 가는 눈꽃산행을 꼽았다. 단풍시즌의 산도 멋있지만 워낙 사람들이 붐비다 보니 20~30명이 한 번에 갈 수가 없어서 되도록 가을에는 유명한 산을 가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간 쌓아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다. 작년 1월 소백산에 일출을 보러 갔을 때, 다들 피곤해서 모두 잠이 들어버렸는데 행선지를 착각한 버스 기사가 다른 곳에 데려다준 것이다. 윤종호 등반대장은 “지리산에서 일출을 보면 3대가 덕을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출을 보기 쉽지 않은데, 그날은 날씨가 좋았지만 결국 1시간 늦게 정상에 오르는 바람에 일출을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올해 방태산 아침가리골에 갔을 때는 소원이라도 성취한 듯 기뻤다. 2015년도에 갔을 때는 우천으로 인해 계곡물이 불어나 위험할 것 같다는 판단 아래, 산에 오르지 못한 채 식사만 하고 돌아와야 했지만, 올해는 계곡물을 따라 아름다운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등산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SH공사 사장과 임원 전체가 참가한 가운데 SH공사와 SH산악회의 발전·안전을 기원하는 안전기원시산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시산제 역시 산악회의 행사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자부심도 있다. 


2019년에는 5~6월경 울릉도로 무박 2일 산행을 갈 계획이고, 계룡산 근처에 위치한 회원 가족 소유의 산에서 밤 줍기도 함께 하는 이색 산행도 리스트에 올려놨다. 또한 참가자를 더 많이 늘리기 위해 쉬운 코스와 어려운 코스, 즉 8km와 15km 정도의 코스로 나눠서 각자 역량에 맞춘 산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30년간 전국의 산을 돌고 돌았다는 SH산악회. 이제 안 가본 곳이 없을 것 같아도 민동조 총무의 말은 다르다. “국내에 좋은 산이 너무 많다 보니 아직도 갈 곳이 많은 데다, 10년 전에 갔다 온 곳을 다시 가더라도 다른 등산로를 이용하거나 계단 또는 다리가 설치되어 있는 등 예전과 달라져 있으면 새로운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큰 산에는 선뜻 혼자 가기 쉽지 않은데 다 같이 독려하고 이끌어주면서 가기 때문에 매번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완식 회장은 “산에 오르면 맑은 공기에 몸과 영혼이 정화되는 장점도 있지만, 직원들과 자연스러운 화합과 친목 도모를 이룰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며 “공사 창립 30주년을 맞아 산악회도 더욱 번창하길 바라고 새해에도 건강하고 즐겁게 산행을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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