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친구들] 


‘주민들이 상상할 수 있는 발전’이 도시재생의 핵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 건축학부 이충기 교수 

 




이충기 교수는 마을과 도시를 이루고 있는 건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보는 것은 사실 건물만은 아닙니다.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빛, 바람, 온도 등 비가시적이고 동적이며 변하는 요소들과 나무, 사물, 사람 등 가시적인 요소들이 함께 관여하여 형성된 상황, 상태, 혹은 분위기를 함께 보는 것이죠. 심지어 만든 사람들의 기술뿐만 아니라 정성과 땀도 들어 있으며, 기억과 추억이라는 이름의 흔적도 함께 보게 됩니다.” 대학전공부터 약 40년간 건축가의 길을 걸어온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 건축학부 이충기 교수를 만나 도시재생이 가지는 의미를 들어봤다.



도시 재생은 원주민에게 ‘삶의 만족감’을 주는 것 

과거 급속한 압축성장의 시대에 ‘재개발’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개발과 도시재생 중 아직도 재개발을 선호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재개발은 말 그대로 기존에 존재하던 모든 것을 없애고 올리기에 변화가 빠르지만 도시재생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개발을 하고 나면 그곳에 있던 문화나 역사는 사라지고 만다. 또한 통계적으로 원주민이 해당 지역에 다시 거주하는 경우는 30%가 넘지 않는 실정이다.

“재개발과 도시재생은 둘 다 도시를 살리기 위한 방법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접근의 방식이 잘못됐다고 봐요. 어떤 것이든 원주민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재개발이 진행되고 입주를 시작하면 원주민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이렇듯 원주민들이 많이 떠났다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없죠.”

이충기 교수는 “도시재생은 시간이 걸리는 사업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마음을 모으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올려주고,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발전을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서울 곳곳에 녹아있는 역사, 보존해야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대해 사람들은 ‘이화 벽화마을’만 떠올리곤 한다. 이곳에 깃든 역사와 시련 등을 모르면 그럴법하다. 1958년 정부가 주택난 해결을 위해 무허가 건물을 철거하고 이화동에 연립주택 57동 140가구로 이뤄진 국민주택단지를 조성한 것인데, 이는 단독 2층 주택에 4가구 이내가 입주한 형태로 우리나라 타운하우스의 시초가 되었다. 또한 흙벽돌 대신 시멘트 벽돌을 사용했고 1층은 온돌, 2층은 목조구조로 지어지기까지 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적산가옥 건축법을 배운 목수들이 한국에 들어와 적산가옥과 시멘트 벽돌이 혼합된 건축물을 만들어낸 것인데요. 이런 역사적 가치를 가진 공간이 재개발 구역으로 묶이면서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었습니다. 그때 이화동 쇳대 박물관 최홍규 관장이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마을박물관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저도 참여해서 ‘목인헌’이란 카페 겸 전시공간을 리모델링했습니다.” 


현재 이화동의 재개발은 무산됐고, 성곽마을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중이다. 이외에도 이충기 교수는 서울시립대학교의 전신인 경성공립농업학교 시절(1937년) 건립된 경농관, 박물관, 자작마루를 복원하기도 했다. 언제든 새로운 건물로 바뀔 위기에 처해있던 이 건물을 학교가 보전하기로 하면서 프로젝트 책임자로 이충기 교수를 택한 것. 이들 세 공간은 외부 벽돌을 제외한 마감재를 모두 벗겨내고 초기의 건축물에 담긴 흔적을 그대로 드러냈다. 여기에 현 시대의 기술을 더한 건축물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총괄계획자(Master Planner)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충기 교수는 “세운상가는 도심 남북을 가로지르는 건물과 공중보행 데크를 가진 세계적으로 유례없을 건축자산”이라며 “민관 협력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으로 주민의 역량을 키우고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은 내 삶의 모습과 가치가 녹아있는 공간 

“현재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어가면서 사람들의 삶은 획일화 됐습니다. 현관을 열고 들어가면 TV와 소파가 있는 거실이 있고, 한 편에는 주방, 그리고 각자의 방들이 위치하는 것처럼 말이죠.”

건축가이자 공간디자이너로서, ‘자기만의 집’을 짓길 원하는 사람들의 열망을 공간으로 구현해 주고 있는 이충기 교수는 집을 디자인하기 전에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그래야 의뢰인의 일생을 해석할 수 있고 이를 공간으로 표현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배경을 만나는 것과 같다”며 “누구나 개성이 있듯이 집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삶의 모습과 가치가 녹아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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