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다! 우리마을]
원전의 심각성을 인식한 주민들, 에너지 절약을 시작하다
동작구 상도 3·4동 ‘성대골 마을’
서울 동작구 상도 3·4동 성대골마을은 2만 2,000세대 약 5만 6,000명 등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마을에 초등학교와 도서관이 없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은 2009년부터 초등학교 건립과 도서관 만들기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2011년에는 에너지 절약 운동까지 확장했고 2014년에는 서울시가 처음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실시할 때, 에너지재생시범마을로 선정되어 재생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현재도 서울시 100개 지역 에너지자립마을의 롤 모델로 꼽히고 있는 ‘성대골마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시작된 에너지 모임
“저희 마을의 큰 변화는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어났어요. 위기감을 느낀 주부들이 원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한곳에 모여서 강의도 듣고 공부도 하면서 에너지 문제에 눈을 뜨게 된 것이죠.”
성대골 사람들 김소영 대표는 당시를 모임이 결성된 때를 생각하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이들이 모여 가장 먼저 실행한 것은 에너지 절약이었다. 생산할 수 없다면 사용량을 줄여서 자립률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참여한 주민들은 마을 절전소를 꾸려 가정별로 매달 전기사용량을 그래프로 그려 확인했고, 평균 10~15%를 절약할 수 있었다.
또한 주민들은 에너지 절약 운동을 다양한 활동으로 확산시켜가기 위해 비영리법인 ‘성대골 사람들’을 결성했고, 영리사업을 위해 협동조합법인 ‘마을닷살림’도 설립했다. 첫 사업이자 브랜드가 ‘에너지슈퍼마켙(슈퍼마켓+Energy의 합성어)’이다. 이곳은 단순히 에너지 절약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에너지 문제에 관한 고민과 정보를 나누고 풀어가는 ‘에너지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에너지슈퍼마켙은 인터넷쇼핑몰(www.e-super.co.kr)도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에 친근하게 접근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슈퍼마켓이에요.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물건을 사고, 마을 사람들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슈퍼마켓인데 에너지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에서 만들게 된 것이죠.”
마을로, 학교로, 서울로 이어진 에너지 자립의 운동
이런 에너지 절약은 단순 가정에서만 그치지 않고 마을로 퍼져 나갔다. 가게들의 조명 50% 이상을 LED 전구로 교체, 간판 타이머를 설치하는 등 ‘착한 가게’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다. 또한 마을 장터 행사를 에너지 축제로 바꿨고, 1톤 트럭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자전거 발전기를 돌려 주민들에게 솜사탕이나 과일 주스, 커피 등을 제공하는 등 푸드 트럭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역 학교도 이 운동에 동참했고 2012년 국사봉중학교에서 진행한 동네 안전지도 만들기 특강을 시작으로 교내 에너지 동아리가 만들어졌으며 생태에너지전환 수업이 정규수업 과정으로 진행하는데 이르렀다. 그러다 서울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캠페인’을 발표하면서 성대골 마을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에너지 자립마을의 롤 모델이 된 것이다. 성대골 마을을 이끈 사람들은 현재 ‘에너지 기후변화 강사’로 성장해 강의도 진행하고 서울시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신생 에너지 자립마을의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태양광을 보다 친하게! 모든 주민이 연구원이 되다
매년 서울시와 구청에서는 태양광 패널 설치비용을 지원해서 가정에서 태양광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효율적이지 않은 데다 제품이 낯설기 때문에 태양광 패널 설치가 크게 확산되지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대골 마을에서는 태양광이 사람들에게 친숙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고민했고, 해결책을 찾기에 이른다.
마을에 있는 모든 주민이 연구원이 되어 머리를 맞댔고 태양광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도출해낸 것이다. 주민들은 미니 태양광업체 마이크로발전소와 함께 ‘DIY용 미니태양광 키트’를 개발했고, 기존 한 개인 300W 태양광 모듈을 두 개의 패널로 분할해 운반이 쉽게 만들었다. 여기에 방수커넥터, 플랫케이블 등을 추가해 미니태양광 패널을 사용자가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설치에 드는 비용은 동작 신용협동조합과 협력해 ‘우리집솔라론’이라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 해결했다. 지자체에서 나오는 패널 설치 보조금을 제외하고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미니태양광 설치비용 전액을 동작 신협이 대출해 주는 것이다. 원리금은 매월 아낀 전기요금을 통해 상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니태양광 패널 설치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전기요금도 적게 나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지금은 정전되는 순간 모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마치 전기가 없으면 못사는 사회라고 할 수 있어요. 아직은 블랙아웃이 없지만 만약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면 정말 큰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해요. 마을에서 시작한 에너지 자립 운동이 디딤돌이 돼서 서울시로 확산됐는데요. 저희가 마중물의 역할을 한 만큼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에너지 운동을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