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사람들] 


‘사람이 행복한 도시’만드는 것이 나의 소명 


김소겸 도시공간사업본부장 


 




“도시라는 건 살아있는 생물입니다. 좋은 도시란 ‘폼’나는 도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한 도시인 거죠. 모든 건 거주할 사람들의 관점에서 풀어야 합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재직 30여 년, 현재 공사가 추진하는 사업의 틀을 잡고 기반을 일궈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김소겸 도시공간사업본부장의 말이다. 택지개발사업 시행권이 서울시에 있던 시절 거여, 방화, 가양 지구 개발부터 2000년대 은평·왕십리·길음뉴타운, 세운 재정비 촉진 지구, 한남뉴타운, 마곡·위례 지구까지, 손닿는 곳마다 주택도시개발의 이정표를 세워 온 그가 마음속에 오롯이 품고 있는 철학은 바로 ‘사람이 행복한 도시’다.



개발 현장에서 울고 웃었던 ‘다이내믹’ 30년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서울시에 발을 디딘 김소겸 본부장은 토지구획정리사업 감독 업무를 수행하다 5년 뒤인 1989년 서울주택도시공사로 자리를 옮겼다. “조금 답답한 공무원 생활보다는 더 다이내믹한 인생을 꿈꾸며 공사로 자리를 옮겼어요. 공무원 연금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웃음)

그의 말대로 김 본부장의 인생은 ‘다이내믹하게’ 흘러갔다. 공사 창립 이후 약 40개 지구, 1천 800만㎡의 택지 개발, 19만 호 이상의 주택이 건설되는 동안, 숱한 사연을 품은 개발 현장에서 웃고 울었던 세월이 29년이다. 개발을 통해 새로 탄생한 도시만이 그 지난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공영개발사업은 늘 빛과 어둠을 함께 합니다.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삶의 터전을 등져야 하는 원주민들의 애환도 있었고, 사욕을 챙기려는 시도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공사업무를 담당하며 적지 않은 일들을 겪었죠.”

가장 먼저는 1999년 공사가 처음으로 택지개발사업 시행권을 얻어 독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기억에 남는다. 장월지구였는데, 처음으로 공사 이름을 내건 사업이다 보니 잘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앞섰다고 한다. 외부에 용역을 주지 않고 자체적으로 개발 계획, 설계를 했던 기억이 아직 새롭다. 더불어 “공사에 시행권이 없었을 땐 보상계약 하나를 체결할 때도 시장 직인을 받기 위해 시청을 들락거려야 할 정도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고 김 본부장은 말했다.



공사 사업의 분수령이 된 뉴타운 사업, 그 수장이 되어 

공사는 2000년 무렵을 계기로 분수령을 맞이한다. 장월지구 개발을 마지막으로 자연녹지가 고갈돼 버린 것. 서울 외곽의 자연녹지는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손 댈 수가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개발제한구역 해제 공약으로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해제 가능한 지역들의 개발이 허용됐다.

이에 공사의 사업에 활력이 돌았다. 전담조직을 만들어 개발 가능 지역을 조사하고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시범 뉴타운 사업이다. 공사가 신시가지형 은평뉴타운과 도심형 왕십리 뉴타운, 주거중심형 길음 뉴타운까지 3개 유형 사업을 실시하게 됐을 때 김소겸 본부장은 ‘시범 뉴타운 조성 팀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가장 규모가 큰 은평뉴타운은 공사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고, 나머지 2개 뉴타운은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이었다.

“기본계획에는 고 정양희, 정기용 선생 등 도시설계·건축 전문가들이 MA(Master Architect)로 위촉되어 치열한 고민 끝에 계획을 완성했습니다. 당시 많은 스터디와 실험을 했는데, 우리 역시 빠짐없이 참석했고 늘 현장에 있었죠. 오늘날의 도시 설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많은 부분에서 뉴타운에 의해 골격이 마련된 것을 볼 있습니다. 도시설계에 대해 새롭게 눈 뜨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문화, 환경, 산업 등이 연계돼 있는 살아 있는 유기체로 인식하게 됐거든요. 특히 계획수립을 위해 처음 접한 유럽의 도시들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저는 직원들에게 백권의 책보다 한번의 체험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해 가능한 많이 나가서 직접 견문을 쌓도록 권장하고 있고요.”


‘맹꽁이 너마저 나를 버렸구나’ 대성통곡한 이유 

지금이야 미소 띤 얼굴로 후일담을 이야기한다지만 은평뉴타운은 김 본부장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사업지구다. 미개발상태의 나대지가 아니라 4천 호, 7천 세대 이상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고 북한산 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천혜에 환경과 수도권 최후의 방어보루인 탱크 방호벽 등 군사시설, 서오릉을 비롯한 각종 매장 문화재 등이 산재한 지역이다 보니 유례가 없을 만큼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개발계획을 수립해야 했다.

특히 김소겸 본부장을 목 놓아 울게 만든 동물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맹꽁이였다. 당시 은평 뉴타운 지역에서 환경 2급 보호종인 맹꽁이가 출현해 사업이 1년 이상 중단됐던 것. 그것도 하필이면 환경 이슈 등으로 뉴타운 추진에 반대해 온 주민대책위사무실에 2마리가 ‘떡하니’ 제 발로 찾아 온 것이었다. 환경단체와 주민대책위 등에서 맹꽁이 보호를 위한 강력한 대책요구가 이어지자 공사는 전문가들을 위촉해 생태계 전반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했다.

“사업을 중단하면 어마어마한 금융비용이 발생해요. 그렇다고 맹꽁이 발견 지역을 존치하면 사업 자체가 흔들리고요. 처음엔 맹꽁이가 서식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현장에는 알까지 까놨다고 하니 제가 무너진 거죠. ‘맹꽁이 너마저 나를 버렸구나’라며 대성통곡을 했어요.”


결국 김 본부장은 조사를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해 은평뉴타운 환경계획을 재수립했다. 당시 사례는 다른 개발에도 선례가 되어주었다. 경부고속철 천성산 구간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국무조정실이 은평뉴타운과 동일하게 관련 단체간 협약을 통한 생태계 재조사를 벌여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었다는 후일담도 전해진다. 또 600미터의 탱크방호벽도 국방부와의 기나긴 협의 끝에 대체 시설을 설치하는 것으로 철거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바로 분양 사태를 맞이한 것.
“분양을 앞둔 마지막 2개월은 거의 미친 상태였어요.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죠. 자정까지 일을 하고 새벽에 출근하는 일이 이어지자 집에서 강제로 요양원에 입원을 시키려고 했어요.”
다행히 뉴타운 분양이 모두 마무리되고 시민들은 새로운 터전에서 행복을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뉴타운의 성공 여부에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김소겸 본부장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분양가와 사업성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용적률을 올려야 했던 점은 아쉽지만, 은평뉴타운에 가 보시면 품격과 쾌적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고요. 정말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추진했습니다.”



도시공간사업부로 바뀐 이유, ‘이름은 이념이자 방향’ 

개발현장은 이렇듯 환경, 문화재, 군사시설, 보상 갈등 등 수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데, 뉴타운을 추진하면서 쌓은 여러 경험은 김 본부장의 추진력에 날개를 달아줬다. ‘신규 사업의 선구자’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그 때문이다. 직원들에게도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그간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시범 뉴타운을 계기로 ‘행복한 도시’에 대해, ‘좋은 공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새로운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모든 건 사람의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는 것을요.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할 스마트 시티, 공간 복지 등도 그런 고민을 거칠 때 진가를 발휘할 겁니다.”

최근 김소겸 본부장이 이끄는 본부의 명칭이 택지사업본부에서 도시공간사업본부로 바뀌었다. 택지라는 언어자체가 택지개발촉진법에 근거해서 시대에 뒤떨어지고, ‘택지’라는 평면적인 개념을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평면적인 공간이 아니라 4D, 5D까지를 고려해야 해요. 도시를 보는 관점도 이제는 소비자가 주인인 4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쪽으로 바뀌어야 하죠. 이름은 이념이자,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그래서 본부 명을 도시공간사업본부로 바꿨어요. 본부의 명칭을 바꾼 것을 계기로 서울시민들을 더욱 행복하게 하는 도시주택건설에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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