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기행] 


네덜란드 건축의 수도, 로테르담


 



네덜란드 제2의 도시인 로테르담은 세계 2차대전 때 독일의 공습으로 도심 중심부가 완전히 파괴된 후 새로이 부활했다. 덕분에 전통적인 건물보다 실험적, 아트적인 건축물들이 온 도시를 장식하고 있다. 로테르담 중앙역의 건축물뿐 아니라 큐브하우스, 펜슬하우스, 마크트할레(Markthalle) 등 창조성이 강한 건축물들이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건축학도라면 로테르담은 꼭 가봐야 할 도시다.



창의적인 건축물로 가득한 도시

로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해 역사 밖으로 나오니 그 외관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중앙역 앞 넓은 스카우부르흐플레인(Schouwburgplein) 광장 너머에도 독특한 모양의 고층 쇼핑 빌딩이 즐비하다. 트램을 타고 블락(Blaak)역 근처의 숙소 큐브하우스(네덜란드어 kubuwoningen)를 찾아갔다. 숙소 건물 형태는 멋지고 기기묘묘했다. 정육면체 큐브 38개를 붙여 만든 건축물은 2개의 '슈퍼 큐브'가 서로 붙어있다. 이는 올드 하버 재개발의 일환으로 1984년, 건축가 피에트 블롬(Piet Blom)의 설계로 만들어졌다.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던 원시인들의 주거’에 착안해서 만들어진 이 주택은 설계한 55개 중 39개만 건축되었다. 


2009년, 한 개의 슈퍼 큐브가 호스텔(Stayokay)으로 바뀌었다. 외양만큼 복잡미묘한 큐브 하우스의 실내공간은 실용적이진 않다. 햇살이 들어오지 않아 축축함이 배어있고 실내에서는 인터넷이 되지 않아 휴게소를 따로 이용해야 한다. 숙소의 발코니로 나와 주변을 살펴보니 독특한 큐브 하우스가 비치는 옛 항구 자리는 작은 연못처럼 보였다. 좁은 수로에는 배들이 정박해 있고 주변으로는 카페 의자들이 에둘러 놓여있다. 그 앞쪽으로는 1898년에 세워졌다는 유럽 최초의 오피스 빌딩, 화이트빌이 우뚝 서 있다.



독특한 건축물의 으뜸, 마크트할레

배 모양을 추상적으로 형상화시켜 만든 듯한 해양박물관, 말발굽 형태의 마크트할레(Markthalle)는 벽화로 장식되어 있다. 또 노란 파이프가 걸린 건물과 연필을 뒤집어놓은 듯한 펜슬하우스는 시립도서관이다.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현대적이면서 개성 넘치는 건축물들을 볼 수 있다. 1945년, 2차대전 당시 독일공군의 집중 공습을 받은 로테르담은 초토화되었고 전후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도시 재건이 이뤄졌다. 옛 모습을 살려내는 대신 새롭고 현대적인 도시 기획을 선택한 로테르담은 ‘낡음’이 아닌 ‘새로움’에 맞춰 무수한 유명 건축가들을 끌어들여 변신했다. 건물마다 예술적인 감각이 물씬 풍기는 이유다.


특히 인상적인 곳은 2014년 개장한 마크트할레다. 길이 120m, 높이 40m(11층)에 달하는 시장은 건물 외관으로만 보면 마치 미술관 같다. 건물의 한 가운데가 확 트여있고 약 1만1000㎡에 달하는 실내 벽화가 있다. 마켓 천장엔 곡식, 과일, 꽃, 물고기 등이 화려한 색깔로 칠해져있다. 로테르담의 역사와 시장에서 판매되는 먹거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4500개의 알루미늄 패널을 사용했다. 이 벽화는 아르노 코에넨(Arno Coenen)과 이리스 로스캄(Iris Roskam)의 작품이다. 로테르담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으로 96개의 상점과 8개의 레스토랑, 228가구가 있다. 이곳 특산품은 치즈숍, 견과류, 샌드위치, 고기, 과자, 빵 가게 등으로 담(dam)광장에서는 매주 화, 토요일에 노천 시장도 열린다.



성로렌스교회와 곳곳의 미술관들

온통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에 해묵은 성 로렌스 교회(Grote of St. Laurenskerk)가 있다. 1449년부터 1525년에 완공된 후기 고딕 양식의 이 교회는 세계대전의 폭격에도 살아남았다. 64m의 탑 등이 특징으로,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 동상(Desiderius Erasmus, 1466~1536)이 근처에 있다. 에라스무스는 로테르담에서 태어나 4살까지 밖에 살지 않았고 로테르담을 떠난 후에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로테르담에는 그를 기념하는 각종 랜드마크와 대학, 건물, 다리 등이 남아있다. 사생아였던 에라스무스는 가난 때문에 수도원으로 들어가 가톨릭 사제로 임명됐고, 아우구스티누스 교회법에 맹세했지만 일생 동안 꾸준히 교회의 부정부패를 비판했다. 에라스무스가 살던 시대는 많은 지식인들이 성직자의 권한 남용을 비판하던 때였다. ‘인문주의자들의 왕자’라는 칭호를 누린 그가 매독에 걸려 사망했다는 사실은 의아하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시청사(1920년 준공)를 비롯해서 시내의 길거리를 이리저리 둘러본 후 시내를 벗어나 미술관, 박물관 지구를 찾았다. 시립미술관인 보이만스 반 보이닝헨(Museum Boymans Van Beuningen)을 중심으로 5개의 미술관과 박물관 등이 모여 있다. 건축회관인 NAI, 1933년 개장한 카보트 박물관, 중세 말부터 현대까지의 각종 예술품이 소장된 보이만스 미술관, 자연사 박물관, 현대미술관인 쿤스트 할 로테르담 등이다. 요 코에넨(Jo Coennen, 1949년~)이 만든 작품은 자꾸만 눈길을 끈다. 미술관 주변에는 200~300년 된 나무들과 작은 운하가 있는데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 참 좋은 미술관 공원이다.



에라스무스 다리의 야경

짧은 겨울 해가 지려 하기에 서둘러 근처 마스(Mass) 강변으로 나섰다. 강 너머, 콥 반 자우드 지역으로 가기 위해 낙조가 일품이라는 에라스무스 다리를 건넜다. 길고 긴 푸른 빛의 에라스무스 다리는 벤 반 베르켈(Ben van Berkel)의 작품으로 1996년에 완공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802m)로 마치 백조가 나는 것 같은 형상을 지녔다. 기둥의 높이가 139m로 이 거대한 다리가 열리면 거대한 화물선이 항구를 드나든다. 에라스무스 다리 위에서 강변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해걸음은 말로 표현 못할 만큼 아름답다.


다리 끝이 콥 반 자우드 지역이다. 왼쪽으로 영화관이 있고 반대쪽으로는 고층의 독특한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강을 따라 마치 ‘곶’처럼 뚝 튀어 나와 얼핏 보면 섬 같기도 했다. 알바로 시자(Alvaro Siza)가 설계하고 2005년 완공한 주상복합빌딩인 네덜란드에서 가장 높은(43층, 152m) 주거건물인 ‘몬테비데오 빌딩(Montevideo Gebouw)’이 있다.


비스듬히 넘어질 듯한 건물을 가느다란 파이프 하나로 받친 모습이 독특한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KPN(telecom office tower) 빌딩’도 있다. KPN타워는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건물이 기울어져 마치 넘어질 것 같은 외관을 가졌다. 또 로테르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마스토렌(Maastoren)과 렘 쿨하스(Rem Koolhaas, 1944년~)의 야심작 ‘데 로테르담(De Rotterdam)’ 도 있다. 렘 쿨하스는 서울 이태원의 리움미술관과 서울대 미술관 등을 설계했으며 2000년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았고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평생 공로 금사자상을 수여받았다.\


이 지역 끝에는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이라는 글자가 불빛에 반짝거리는 ‘뉴욕’이라는 호텔이 있다. 이 건물은 1872년 첫 항해를 시작한 여객터미널이다. 당시 뉴욕까지는 약 15일 정도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라는 신기루를 좆아 떠났을까? 불빛에 물결이 일렁거리는 강변을 배회하던 그 밤, 푸른 에라스무스 다리의 불빛은 내내 시야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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