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인에게 묻다]
첫 작품전시회 개최한 서연회 사람들
늘 민원인이 오가며 쉬어가는 공사 1층 로비가 서화로 채워지기 시작한 것은 11월 말. 그러더니 11월 27일 점심시간이 되자 세팅된 무대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공사의 서예 동호회 ‘서연회’와 밴드 ‘앤츠’의 합작 무대가 여송 한경선 선생의 퇴직을 기념해 마련된 전시의 개막을 알렸다.
손 글씨의 향수를 복기하는 사람들
요즘은 예쁜 손 글씨도 드물어지고, 구태여 손으로 글씨를 쓰는 자체가 비효율적인 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있는 세대에게 서예는 좋은 취미이자 마음수련의 수단이기도 하다. 서예는 붓글씨, 서화(書畵)는 글씨와 그림을 아울러 부른다. 서연회 회원 20여 명은 매주 화요일 저녁 6시가 되면 일손을 잠시 멈추고 교육실에 모여 일주일간 쓴 글씨를 공유하고 원 포인트 레슨을 받는다. 서연회의 창립자이자 멘토인 여송 한경선 선생은 전문위원직에서 12월 퇴직했다.
“북부 주거복지단 성북센터에 근무하던 2011년 9월, 서예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퇴근 후에 무언가를 배우는 일의 어려움을 절감하고 동료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서연회를 만들게 되었어요. 단순히 취미가 아니라 문화적 측면에서 주거복지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입주민과 직원들에게 서예를 나누는 일이 즐겁고 보람이 큽니다.”
배우고 또 익히고 가르치면서 한경선 선생의 실력은 일취월장, 공모전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대한민국 서예문인화대전(2015년)에서 초대작가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동방문화대학원 서예학과(지난 2월 졸업)를 다니며 주경야학을 실천, 다양한 이론과 실기를 배울 수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노하우와 다양한 서체를 서연회 회원들에게 전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 첫 결실로 작품전을 주최하면서, 사내의 작은 축제자리를 마련했다. 전시는 한경선 선생의 서화는 물론, 천성희와 이순구 회원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사내 밴드 ‘앤츠’의 열창과 무대가 오프닝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다. 연주곡 ‘레인보우 브릿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뮤지컬 <영웅> 그날을 기약하며, 델리스파이스의 ‘챠우챠우’ ‘나는 나비’와 앙코르 곡 ‘먼지가 되어’까지 다양한 음악과 노래, 연주가 오가는 이의 발길을 붙들었다.
이는 서연회가 직원들을 위한 사내 동아리에 그치지 않고 입주민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에까지 확장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다. 작품전은 11월 27일부터 12월 1일까지 로비에서 진행됐다.
미니 인터뷰 1
천성희 회장(미래전략부장)
서예의 매력은 첫째로 클래식한 고전미를 꼽을 수 있고, 마음을 수양할 수 있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에요. 단전호흡을 해야 하기 때문에 늘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2014년 서연회가 만들어진 이래 처음으로 열리는 전시입니다. 2016년에도 서화부채를 판매해 얻은 수익으로 불우이웃돕기를 한 바 있습니다. 서예 실력은 아직 부족할지 몰라도 나눔에서만큼은 으뜸이지요. 소모임 활동이 조직활성화는 물론, 사회에 작은 울림이 된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앞으로도 열심히 정진할 것입니다. 내년에는 작품발표회는 물론, 유관기관 임직원의 참여로 서연회를 더 확장해 나가겠습니다. 관심과 참여 부탁드려요.
미니 인터뷰 2
지도 여송 한경선(구 전문위원)
긴 공직 생활을 마감하면서, 서예전 수익금을 이웃에 기부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게 되어 감회가 큽니다. 퇴직하는 입장에서 문화도 할 줄 아는 일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많이 좋아하셨기 때문에 봉사와 직원들 레슨도 계속 할 겁니다. 흑인들에게 재즈라는 문화가 있었던 것에 비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반 여건이나 준비의 부족함이 있지만 그간의 성과를 내보이게 되었습니다. 저 혼자 한 것이 아니라 배우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었어요. 수고해준 회원들, 행사를 마련하느라 수고한 실무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서연회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