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만나다] 


프랑스자수와 전통 패브릭의 아름다운 동행

이소공방 강이소 작가


 



‘한 땀 한 땀’이 이태리 장인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서양자수의 대명사인 프랑스자수를 기본으로 북유럽 자수까지 응용하고 있는 강이소 작가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따스한 매력과 한국적인 패브릭으로 동서양의 조화를 자수로 보여준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작가는 손글씨가 쓰인 수첩을 펼치고 수놓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예술인마을에 자리한 자수공방

이소자수공방이 있는 전북 전주시 서학동은 ‘예술인마을’로 유명하다. 한옥마을에 상업지구가 몰리면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난 예술가들이 하나 둘 자리잡아 골목 안쪽까지 작업실이나 갤러리, 다양한 문화공간이 있다. 겉보기엔 평범한 마을이지만 오픈 스튜디오 기간에 마을을 찾아오면, 작업실에서 차 한 잔을 마시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평범한 주부로 살던 강이소 작가는 1980년대 후반, 미국에서 처음으로 자수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군 헬기 조종사인 남편의 연수 때문에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에서 지내던 중 핸드메이드 자수 소품을 보고 홀딱 반했단다. 그 후 오랜 기간 독학과 강습, 연구를 거듭하며 작품활동을 해왔다. 남보다 오래 걸리지는 몰라도 자신이 터득한 노하우를 수강생들에게 알려주는 데 아낌이 없다. 딸도 엄마의 오랜 열정을 보고 자라 자수를 하고 있다.


“외국인 장교를 도와주는 후원인이 있어서 그분 댁에 놀러 갔어요.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셨는데, 당신이 시집올 때 침구와 커튼 일체를 자수로 직접 만들어 오셨다고 하더라고요. 이층 게스트룸을 5-60년 된 패브릭으로 채워놓았는데, 보는 순간 가슴이 찡했어요. 고향 생각이 나고 타지의 외로움이 녹는 것 같았어요. 제가 그 방을 너무 좋아하니까 한국에 돌아올 때 자수 도안집을 선물로 주셨어요. 그때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죠.”


좋은 옷이 없어 한복을 입고 공식성상에 가면 늘 환대 받고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했던 강 작가는 한국에 돌아가면 한옥에서 한복을 입고 지내기로 마음먹었다. 전북 나주에서 꿈꾸던 한옥을 장만해 오일장에 나가 한복장인에게 한복을 맞추곤 했다. 한복 소매가 통이 넓고 길어 일하기 불편한 옷이기 때문에 스스로 개량을 했고 그러면서 디자인과 전통 패브릭에 눈뜨게 됐다.


“무명이나 삼베, 광목을 주재료로 사용해요. 전통 패브릭에 본격적으로 서양자수를 한 사람은 제가 처음일 거예요. 돈도 안 되는 일을 한다고 가족들이 말리고 오픈식때도 안 왔지만 알아주는 이 없어도 수놓는 일을 멈출 수 없었어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자수를 했죠.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으니 색채학부터 야생화 공부까지 할 게 너무 많아서 가족들과 놀러 다닐 시간도 없었어요.”



자수의 매력 널리 알리고 싶어

서양자수는 유럽, 특히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단한 자수 기법으로 색실을 다채롭게 사용한다. 수법이 다양하고 쉽게 익힐 수 있으며 장식품과 각종 소품 등 실용적인 물품을 꾸미는데 많이 사용한다. 관리가 어렵고 손이 많이 가는 동양자수와 달리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양 자수는 작품이자 상품이다. 다소 심심한 공간에 자수로 따뜻함과 안정감을 채우면 작가가 경험했던 위안이 전해지는 듯하다.


반제품을 이용한 수업, 초급부터 전문가 과정까지 정기수업, 그리고 주문제작 상품과 전시 활동까지 하느라 강 작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주로 저녁시간에 수업이 있기 때문에 밤늦게 귀가해서 개인작품을 수놓거나 블로깅을 한다. 의자에 앉지 못하는 직업병도 생겼고, 바늘귀가 잘 보이지 않은 지도 수년이 됐다.


“북유럽 자수까지 섭렵하면서 자수의 세계는 끝이 없다는 걸 느껴요. 매년 전시준비를 하느라 바빠서 가족들에게 미안했는데 어느 순간 저를 작가로 인정해준다는 것에 기쁘고 감사했어요. 전시를 하면 작품을 팔라는 제의를 많이 받는데 저는 상품만 팔지 작품은 안 팔아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전시공간으로 지금 한옥을 꾸몄는데 남편과 손품을 많이 팔았어요. 이 공간에서 더 좋은 작품을 만들면서 동네작가들과 함께 작품전을 할 거에요.”


사업가 마인드로 지점을 늘리면서 대표 소리를 듣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는 탓일까. 강 작가는 18개의 지점을 내년까지만 운영하고 가맹사업을 접기로 했다. 수강료 문턱을 낮추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 더 즐겁게 작업하고 싶어서다.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그간의 노력이 보상받았고 이제는 숨을 돌려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앞만 보고 달려왔으니 이제 덤 많은 이에게 자수를 알리는 데 아낌없이 재능을 기부하고 싶단다. 여든까지 즐겁게 일하기 위해 실무는 딸에게 넘겨줄 요량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유산을 물려주고 싶어요. 무남독녀라서 일을 배우기 쉽지 않았을 텐데 스스로 번 돈으로 프랑스 유학도 다녀왔고요. 저는 퇴직한 남편하고 음악회, 여행도 다니면서 꾸준히 작품활동을 할 겁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여러 도움을 받았기에 함께 수놓는 즐거움을 나누면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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