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기행] 


외레순해협의 매력 넘치는 도시, 스웨덴 헬싱보리


 



스웨덴 헬싱보리와 덴마크 헬싱괴르는 외레순해협을 사이에 둔 채 인접해 있다. 뱃길로는 고작 7km.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배에게서 선박 통행세를 거둬들이던, 황금의 도시. 서로 차지하기 위해 호시탐탐 싸움을 벌이던 곳. 손바닥만큼 작은 도시지만 매력이 폴폴 넘친다. 특히 그곳에서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건축한 웃손가(家)의 둔커하우스를 만날 수 있다.



북스테우데가 처음 오르간 연주를 한 성모교회

스웨덴 남서부 말뫼후스 주 북부의 항구도시인 헬싱보리(Helsingborg). 느릿느릿, 여유롭게 쿨라가탄(Kullagatan) 쇼핑가를 배회한다. 골목은 넓고, 길지 않으며, 골목 숫자도 많지 않아 길 헛갈릴 일은 없다. 다행히 하늘은 맑고 햇살도 따뜻했다.


붉은 벽돌로 지은 고딕 스타일의 멋진 성마리교회(St. Mary)에서 발길을 멈췄다. 100년(1350~1450년경)에 걸쳐 만들어진 교회는 단아하면서도 멋스럽다. 경내에는 아름다운 제단이 있고 바닥에는 16~17세기의 무덤 석판이 흩어져 있다.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 옅은 햇살이 스며든다.


2층 발코니에 걸쳐놓은 듯한 두 개의 오르간 파이프가 눈에 들어오는데 청년 디트리히 북스테우데(Dietrich Buxtehude, 1637~1707)가 자유자재로 연주하고 있는 모습이 아련히 스쳐간다. 그는 청년 시절 헬싱보리(1657~1658)에서, 그 후에는 헬싱괴르(1660~1668), 31세부터는 독일 뤼벡(Lübeck)에서 40년 넘게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했다. 그는 헨델, 바흐 등, 후기 바로크 거장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1705년, 20살 청년의 바흐는 북스테우데의 곡에 완전히 매료당했다. 바흐는 아른슈타인에서 뤼벡까지 400마일을 걸어 그를 만나러 가서 3개월간 머물렀다고 한다. 당시 68세의 고령이던 북스테후데는 후임자를 찾고 있었다. 단, 그의 딸과 결혼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북스테후데의 딸이 박색이었는지, 바흐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헬싱보리의 위대한 영웅, ‘망누스 스텐보크’

중앙광장으로 나가 이 도시에서 가장 화려한 시청사(Radhuset, 1897년)를 본다. 네오-고딕 형식으로 지은 시청사 건물엔 63m의 탑이 있고 매일 차임벨이 울려퍼진다. 1967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건축물이다.


시청사 앞에는 헬싱보리의 전쟁 영웅인 망누스 스텐보크(Magnus Stenbock, 1665~1717)의 기마상이 있다. 보기만 해도 위상이 느껴지는 스텐보크는 헬싱보리전투(1710년)에서 덴마크를 물리치고 승리를 이끈 장본인이다.


중앙거리를 벗어나 체르난(Kärnan) 요새를 향해 오른다. 오르는 길목에 거인 골리앗의 목을 잘라 짓누르고 있는 다윗상이 있다. 다윗이 헬싱괴르를 노려보며 ‘넘보면 죽는다’고 위협하는 것만 같다.


성벽 계단을 따라 올라서면 짙은 가을색이 내린 요새에 탑 한 기(높이 35m, 폭 15m)가 우뚝 서 있다. 원래 14개였으나 전투 때 다 부서졌다. 체르난 요새가 덴마크령일 때, 1310년에 짓기 시작해 1320년에 완성한 감시탑이자 방어탑이다. 19세기에 개보수해 원형을 복원했고 1967년에 역사적인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기업가이자 건축가, 영화감독 잉그마르 베르그만

요새를 지나 외레순해협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방파제처럼 길게 이어지는 위티다리(Kvickbron, 1996년)의 이름이 재미있다. 세계적인 조각가 칼 밀레스(Carl MIlles, 1875~1955)가 만든 긴 석조물 꼭대기의 천사조각상을 고개를 외로 꼬고, 눈 치켜뜨고 쳐다본다.


마치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둔커문화센터(Dunkerskulturhus, www.dunkerskulturhus.se)도 기웃거린다. 이 문화관은 전시관, 극장, 박물관, 전시, 공연, 연주회 등이 열리는 종합예술센터다. 이 건축물은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건축한 요른 웃손(1918~2008)의 아들 킴 웃손(1957~현재)의 작품이다. 웃손 집안은 3대째 저명 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이 둔커하우스는 헬싱보리의 기업가 및 사업가인 헨리 둔커(1870~1962)가의 소유다. 둔커 일가는 고무공장(1891년)을 짓고 장화를 생산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헬싱보리 대극장(1921년 개장) 앞에서 만난, 해학이 넘치는 햄릿 돌조각 표정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길 건너의 대극장을 바라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잉그마르 베르만(Ingmar Bergman, 1918~2007) 감독이 떠올랐다. 1944년, 26세였던 잉그마르 베리만은 이 극장의 전임 연출가를 맡았다. 졸업 후 그의 첫 직장이었다. 당시 말뫼에 새로운 극장이 생기면서 헬싱보리극장은 존폐위기에 처해있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번민>의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화했다. 1945년에는 처음으로 <위기>라는 작품을 연출했다. 그는 2년간 머물며 역량을 충분히 인정받았다. 작품보조금을 돌려받은 후로 그는 본격적으로 영화감독으로 활동했다.


그의 작품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영화인들의 교과서로 일컬어진다. 그가 머물렀던 건물담벼락에 젊은 시절 사진이 남아있는데 예리한 눈빛이 인상적이다.



Travel data

*가는 방법: 스웨덴 스톡홀름까지는 직항노선이 없고, 대신 핀란드 헬싱키-서울 간 직항노선이 있다. 헬싱키를 경유하는 페리 여객선을 이용해 스톡홀름을 기점으로 헬싱보리까지 이동하면 된다. 헬싱보리에서 스칸드라인(Scandlines)을 타면 덴마크 헬싱괴르에 5분 만에 도착한다. 스칸드라인은 매시간 20분마다 운항된다.

*현지교통: 도시가 작아서 도보로 다니면 된다.

*통화 정보: 스웨덴은 유럽연합의 회원국이지만, 유로화가 아닌 스웨덴 크로나(SEK)를 공식 통화로 사용한다. 현지 은행이나 ATM을 이용하면 된다.

*맛집과 주류: 헬싱괴르 마리성당 주변이나 쿨라가탄 거리의 식당을 이용하면 된다. 스웨덴은 주류 숍이 따로 있는 것도 특색. 코파르베리(Kopparberg, 사과맥주, 7%)가 맛있다.

*언어: 공용어는 스웨덴어지만 국민 대부분이 영어를 잘 한다.

*헬싱괴르 보리 여행 정보사이트: www.helsingborg.se

*주변 연계 여행지: 구스타프 아돌프 6세(1882~1973)와 첫 번째 왕비인 ‘코넛 공녀 마거릿’이 사랑한 여름 궁전인 소피에로 궁전(Sofiero Slott, www.sofieroblomster.se)이 있다. 소피에로 궁전은 오스카르 2세 부부에게 결혼 선물로 받았다. 아돌프 6세와 마거릿은 식물에 관심이 많아 궁전을 영국식 정원으로 가꿨으며 스웨덴에서 정원 꾸미기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현재 카페로 꾸며져 있다. 헬싱보리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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