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빌더] 


책 읽는 소리에 가을이 깊어가는

신정동 숲속마을아파트 작은도서관


 



가을볕이 내리쬐는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책읽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넓은 의미의 가족적인 풍경이었다. 작은도서관 ‘숲속북카페’는 주민들의 커뮤니티와 문화생활을 돕는 공간이며 아이들이 방과 후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입주한 신정동 숲속마을아파트의 작은도서관은 주민들이 필요에 의해 자생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10월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자원활동으로 꾸리는 마을도서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요즘은 아이들도 학원과 사교육으로 책 읽을 시간 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동네도서관에서 다달이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이곳을 지키는 활동가나 언니오빠들이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책을 읽어준다면? 스마트폰보다 책에 일찍 눈을 뜨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신정숲속마을 작은도서관의 이름, ‘숲속북카페’는 13명의 자원활동가들이 꾸려가고 있다. 주민공용공간으로 디자인해 건축해둔 빈 공간에 도서관을 꾸리자고 의기투합해 작년 12월에 문을 연 주민참여형 도서관이다. 이 13명 활동가의 열정에 더해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작은도서관 운영지원이 결합되어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입주민 단지 내 작은도서관들이 계속해서 자치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코디네이터 투입, 문화행사 기획 및 운영비용, 입주민을 위한 도서구매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신정숲속마을 작은도서관의 경우 자체적으로 운영되었던 만큼 단지 특성을 반영해 코디네이터를 6개월간 파견하고 있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6개월 이상 꾸려가다가,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작은도서관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11월까지 주 2회 파견근무할 예정입니다.” (이수연 코디네이터)


“관련 전문지식을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도와주시는 분들 덕에 여기까지 올 수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책이 부족해서 여기저기 부탁하면서 근근히 운영하다가 이제는 전문인력이 와서 행사 진행도 도와주시니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전혜진 관장)

 

자원활동가들은 ‘숲속북카페’ 운영 중 도서관활성화를 위한 구청 공모사업 정보를 접하게 되었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4월부터 ‘숲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 공모사업을 통해 노인정 어르신을 일일교사로 모셔서 자연해설도 듣고 자연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지원과 구청 공모사업을 통해 스스로 운영해 나갈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고 또 이걸 통해서 지역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수 있는 도서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매월 2차례의 소식지도 만들어 단지 내에 홍보하고, 어른부터 아이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또 정리수납과정 등 주부들의 직업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 마을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자원활동가들의 봉사활동으로 이루어지 때문에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지만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입주민들이 잘할 수 있는 재능기부를 통해 입주민들이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경력단절 육아여성에게 뜻깊은 기회

활동가들은 결혼이나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아를 키워줄 양가의 부모님이 근처에 살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아내가 육아를 전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길든 짧든 전업주부로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다보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을 잊어버리기 쉽다. 활동가들은 각종 지원사업이나 사업계획을 쓰면서 업무로 메일을 주고받는 자체가 신선할 정도였다고 한다. 임선우 총무는 도서관의 서류업무를 전담하다시피 하면서 업무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광고메일만 쌓여서 열어보지도 않다가 공적인 서류나 공문을 보는 일이 낯설더라고요. 잘 다루지 못했던 엑셀도 많이 배웠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2년을 집에만 묶여있다가 자신감을 찾고 있어요. 학업이나 성적하고 직접 연관되지는 않지만 독서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보람도 있고요.” (임선우 총무)


“책이라면 덮어놓고 싫어하던 아이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이 커요. 일곱 살인데도 책을 못 읽는 친구가 있었는데 친구 따라 한두 번 도서관에 오더니, 어느 날은 책을 읽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났어요. 아이들끼리 명작동화를 꺼내놓고 연극을 하거나 인형극을 하며 노는 모습을 보면 힘들어도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혜진 관장)


도서관은 평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여는데 언니오빠가 책 읽어주는 시간이 인기가 많다. 또 전문강사를 영입해 진행하는 아동미술 프로그램, 9월 후반부터는 주부들을 위한 정리수납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도 열렸다. 사람을 키우고, 스스로도 성장하는 걸 느끼게 해주니 활동을 게을리할 수 없다.


추석을 맞아 핸드메이드 봉투에 용돈을 담아드리는 프로그램도 있다. 단지 내의 인적자원을 활용하면서 시의성을 고려한 기획으로, 주부활동가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큰 도서관 부럽잖은 작은도서관 ‘숲속북카페’는 10월 21일 정식으로 개관식을 열고 지역민들에 더욱 문턱을 낮추어 다가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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