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마을] 


만리동예술인주택협동조합 ‘막쿱’의 파티,

산만리싸롱 다녀오다


 



29가구의 예술인이 모여 사는 만리동예술인주택협동조합(이하 막쿱)에서는 ‘마을’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다. 가가호호 경계가 없어서가 아니라 같은 뜻을 모아 예술의 소통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문학과 영상, 음악과 연극 등 예술 각 분야를 아우르는 주민들이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지 궁금하던 차에, 제1회 네트워킹 파티 ‘산만리싸롱’이 열린다는 소문을 듣고 잔치자리를 찾았다.



삼삼오오 예술가들의 마을잔치

9월 15일 오후 4시, 막쿱 2주년을 맞이해 '마을, 생활, 예술 그리고 사람을 잇다’란 키워드로 네트워킹 파티 '산만리싸롱'이 열렸다. 만리동 자락 숲속 부지에 들어선 막쿱에는 1인가구(9세대)부터 유자녀가구까지 다양한 29가구가 공존하고 있다.


막쿱은 들어가는 길부터 남다르다. 마포경찰서 맞은편 언덕을 올라, 환일고등학교 정문 옆 나무 계단으로 올라가면 숨이 차오른다. 높은 경사의 계단을 가로지르는 샛길, 그리고 완만하게 숲길을 감아도는 찻길이 있다. 땀을 좀 흘리고서야 찾은 막쿱은 회색빛의 세련된 건물에 범상치 않은 포스의 행위예술가부터 외양은 직장인 같은 예술인이 공존하고 있다. 높은 지대에 고급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소위 ‘달동네’라는 편견은 조금 걷혔지만 여전히 막쿱을 기점으로 고급 주택과 오래된 연립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자리다. 보통의 공동주택과 다른 점은, 임대로만  운영된다는 것이다.


“예술을 통해 지역의 결핍을 해결하고 예술가가 함께하는 문화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서 협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주거가 안정되면서 성과를 떠나서 작업을 대하는 호흡 자체가 달라졌어요. 왜 젊은 작가들은 쳇바퀴를 돌 듯이 작업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올해 조합장직을 맡아 주거안정과 창작활동, 시민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경호 위원장은 사진에서 시작해 영상, VR을 활용한 단편까지 다양한 매체를 오가는 시각예술가다.



지역민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건립한 최초의 예술가 전용 공동주택, 막쿱은 입주 3년차에 들어섰다. 이곳에서 서로의 꿈은 조금 더 안정이라는 단어에 가까워졌고 생산성의 종류가 달라졌다. 생계와 작업, 아르바이트를 오가던 일정도 더 단순해졌다. 지금도 종종 마감에 닥쳐서 일하지만 전 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아이와 육아가 있는 삶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원을 받아 일주일에 두 번, 세 시간씩 공동육아를 하고 있습니다. 육아 전문가와 엄마들이 협업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어요. 놀러온 동네 아이들이 같이 참여하는 등 반응이 좋아서더 확대해나가려고 합니다. 지역민들을 위한 다원예술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어요.”


입주민들의 삶은 더 이상 생계를 위한 노동과 개인작업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매월 입주민 회의가 열려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공동생활에 필요한 수칙을 논의하며 새로 입주한 이웃을 반기는 자리도 열린다. 파티가 열린 1층의 공용공간과 공용텃밭으로 꾸리고 있는 옥상은 공동주택의 핵심이다. 옥상의 화분에서는 상추, 허브 등 여러 작물이 열리고, 매월 공동 대청소 시간을 가진 뒤 음식을 함께 해먹으며 이웃 간의 정을 나누기도 한다.


네트워킹 파티 ‘산만리싸롱’은 막쿱과 중구마을모임이 뜻을 모아 지역민들을 만나는 자리로 준비했다. 주민들이 손수 준비한 잔치음식을 먹으며 환담이 오가고, 시간차를 두고서 지형지물을 활용한 공연이 열렸다. 아이들이 뛰어다녀도 뭐라하는 이 없이,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는 분위기였다.


입주민이자 청년배우인 강지희씨가 보여준 실험극 ‘뛰는여자’와 김여은의 ‘기억’을 필두로, 메조소프라노 김영옥과 자립음악가 한받의 미니콘서트가 열려 이곳의 문화적 다양성을 엿볼 수 있었다. 해가 넘어가자 막쿱에 ‘서울의 달’이 떠올랐고 예술가와 주민들의 담소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예술, 창작활동도 계속될 것이다. 안정적인 주거공간과 작업을 함께 할 이웃이 주어지는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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