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기행]
도시 전체가 가우디 박물관인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매력적인 도시로 영화 촬영 장소로도 큰 인기다. 영화 <내 남자의 여자도 좋아>, <비우티플>, <스패니쉬 아파트먼트>가 모두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찍은 영화다. 또 몬주익 언덕에는 마라톤 선수인 황영조 기념탑이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대회 때 우리나라에 우승을 안겨준 도시이기도 하다.
100년째 공사중인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스페인 제2의 도시인 바로셀로나(Barcelona)는 17세기에 건설된 항구 도시다. 이 도시는 수도 마드리드와는 확연히 색깔이 다르다. 카탈루냐(Cataluña)만의 언어를 쓰고 민족성이 결합된 자기 고유의 독특한 문화를 유지한다. 관광도시로 유명하며 특히 안토니오 가우디(Antonio Gaudi, 1852∼1926)의 건축물은 탁월한 명소다. 성 가족성당(La Sagrada Familia), 카사 밀라(1905~1910), 카사 바트요(1905~1907)는 건축 문외한의 눈길도 절로 끌어간다. 특히 성 가족성당은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다.
‘사그라다 파밀리에’의 뜻은 ‘성가족’이라는 의미로 예수 그리스도, 마리아, 요셉을 뜻한다. 이 성당의 원 설계자는 가우디의 스승인 비야르로 성 요셉 축일(1882년 3월 19일)에 착공했다. 그러나 비야르는 건축 의뢰인과의 의견 충돌로 중도 하차하고 이듬해 가우디(당시 31세)가 맡게 된다. 가우디는 1926년까지 12년 동안 오로지 이 성당에만 매달렸지만 성당을 완공하기 전, 전차에 치여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가 사망했을 때, '예수 탄생' 파사드, 종탑 한 개, 4개의 탑, 지하 납골당만이 완성된 상태였다. 그날 이후 공사는 끊임없이 진행되어 가우디가 죽은 지 100년(2026년)이 되는 해에 드디어 완공된다고 한다. 생전에 "이 성당은 천천히 자라나지만, 오랫동안 살아남을 운명을 지녔다"고 한 그의 말이 이뤄질 것 같다.
구리 세공인의 아들로 태어나
비싼 성당 입장료에도 매표소는 늘 장사진을 이루는데, 입장료는 완공을 위한 기부금으로 쓰인다. 일단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400여 개의 회오리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서 구경하면 된다. 가우디의 유해는 지하 박물관에 있다. 1852년, 타라고나주의 레우스(Reus)에서 구리 세공인의 아들로 태어난 가우디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대장간에서 일했다. 불 다루는 법, 구리 제련법, 무쇠 녹이는 법 등을 배웠는데, 이 작업은 후에 창조적인 건축가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된다.
1869년(17세), 가우디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형이 이미 수학하던 바르셀로나로 터전을 옮겨 건축학교에 입학한다. 고향과는 달리 큰 도회지인 바르셀로나에서 적응하기는 어려웠지만 그 시절, 많은 자극과 동기를 갖게 된다. 1874년(22세),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건축학교(Escola Superior D'arquitectura)에 입학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특이한 창조성은 유망주라기보다는 혹평을 많이 받았다. 고정관념 가득 찬 교수들의 눈밖에 늘 벗어난 탓이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졸업장을 받은 가우디에게 당시 교장 로젠은 "제군들, 내가 오늘 이 졸업장을 천재에게 주는 것인지 아니면 바보에게 주는 것인지 모르겠네"라고 비꼬았다. 또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가족 성당을 두고 “무조건 새로운 것과 기괴한 것을 좇는 가우디의 의식적인 노력은 천박하기만 하다"라고 경멸했다.
그는 말이 없고 허름한 차림새에 이상한 실험들을 일삼았기 때문에 평생 괴짜라는 꼬리표를 안고 살았다. '귀족적이면서 천박한, 댄디이자 방랑자, 박식하지만 오락가락하는, 기지가 넘치지만 재미없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근대건축의 거장 르 꼬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만이 그를 천재라고 칭찬했다. 사후 30년 후인, 1960년대부터 그는 인정받기 시작했고 현재는 바르셀로나를 빛내고 있다.
카사 밀라와 카사 바트요, 구엘공원
바르셀로나에는 성 가족 성당 말고도 가우디의 모더니즘 건축의 최고로 꼽히는 카사 밀라 가 있다. 산을 주제로 디자인하고 석회암과 철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독특한 건축물로 파도가 치는 듯한 곡선이 인상적인 건물이다. 또 카사 바트요(2005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는 요셉 바트요 카사노바가 그라시아가의 집을 보수해 달라고 요청해 가우디가 새로 단장한 저택이다. 바다를 주제로 디자인한 이 건물은 도자기 타일과 유리 모자이크가 아름답다.
구엘공원(Parc Guelld,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은 가우디와 구엘 백작의 합작품이다.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 백작은 이상적인 전원도시를 만들 목적으로 펠라다 지역의 땅을 매입했다. 구엘은 가우디에게 영국의 전원도시를 모델로 하고 그리스의 팔라소스산과 같은 신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곳에 60호 이상의 전원주택을 지어 스페인의 부유층에게 분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원 부지는 돌이 많은데다 경사진 비탈이어서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가우디는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땅 고르는 것도 반대했다고 한다. 그는 이 단지에 무려 14년(1900~1914)이나 매진했지만 결국 자금난 등으로 미완성으로 끝났다. 1922년에 바르셀로나 시의회가 구엘 백작 소유의 이 땅을 사들였고, 이듬해 시영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구엘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독특한 공원 중 하나다.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사람은 꼭 방문해봐야 하는 곳으로 손꼽힌다.
*Travel Data
찾아가는 방법: 대한항공이 주 1회씩(4/28~6/9 매주 목, 6/17~7/1 매주 금) 바르셀로나 전세기를 운항한다. 주 3회(월, 수, 금)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까지 직항편이 있으며 그밖에 다른 유럽 도시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면 된다. 파리에서 1시간 40분, 런던과 프랑크푸르트에서 2시간 20분이 소요된다.
현지교통: 지하철, 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1일권이 있다. 또 10회권을 사면 한 장으로 여러 명이 함께 쓸 수 있다.
음식과 숙박: 스페인은 유럽 중 쌀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로 매콤한 요리가 우리 입맛과 유사한데 바르셀로나 음식이 특히 그렇다. 쌀을 이용한 파에야(paella)가 유명하다. 바닷가 인근이라서 해산물 요리가 발달해있고 람브라스 거리에는 한국의 남대문시장과 비슷한 분위기의 시장이 있다. 과일은 물론 즉석에서 요리를 해주는 코너가 있다. 식당보다 가격도 저렴하다. 또 작은 바에서는 잔술과 함께 타파스(tapas: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먹는 간단한 음식)를 즐겨 먹는다. 숙박할 곳은 아주 많고 한인 민박집도 여럿 있다.
씨에스타: 시에스타(Siesta)라는 낮잠시간이 있다. 그래서 상점 등이 오후 1시 또는 2시부터 약 3시간 동안 폐점하고 4시경부터 8시경까지 영업을 재개한다. 대도시인 바르셀로나는 이 풍습을 꼭 지키지 않지만 시골에 가면 마켓, 식당 등이 거의 문을 닫는다. 익숙하지 않은 문화로 인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식재료를 미리 사두자.
기타 정보: 생각보다 박물관 입장료가 비싸다. ‘바르셀로나 카드(barcelonacard.org)’를 사면 박물관은 물론 숍과 레스토랑에서도 할인받을 수 있다. 바르셀로나는 유럽 다른 도시보다 훨씬 모바일 친화적이다. 시내버스 등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쓸 수 있고, 웬만한 관광명소 입장권은 온라인으로 미리 살 수 있다. 결제 후 종이 티켓으로 바꿀 필요 없이 모바일 티켓을 입구에서 보여주면 된다.
주변 볼거리: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말고도 피카소 미술관, 후안 미로 미술관이 있다. 그 외에도 몬주익성, 황영조 공원을 비롯해 플라멩코 춤 등 볼거리, 할거리가 아주 많다. 거기에 인근의 몬세라토, 시체스해변, 타라고나 등 소도시 기행도 빼놓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