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걷다]
100년 근현대사 구현한 도시재생 공간, 돈의문박물관마을
‘돈의문박물관마을' 부분 개관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휴관 중이던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지난 7월 22일부터 부분 개관됐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돈의문 지역 100여 년의 근현대사를 아날로그 감성으로 새롭게 구현한 도시재생 공간이다. 어린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든 세대가 서울의 지난 100여 년의 역사와 문화 요소들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이번 개관은 마을전시관에 국한한 것으로, 공간마다 5인 이하로 입장을 제한한다. 아쉽게도 그 외 교육, 체험, 투어프로그램은 잠정 중단을 유지한다. 오랜만에 개관한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설레는 마음을 안고 조심스레 다녀와 봤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있기까지
돈의문은 한양도성의 서쪽 큰 문, 우리에겐 서대문으로 익숙한 곳이다. 1396년 세워졌으나, 1413년 경복궁의 지맥을 해친다는 이유로 폐쇄된 후, 1422년 현재 정동 사거리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때부터 새문(新門)이란 별칭이 생겼고, 문 안쪽 동네를 ‘새문안골’ 혹은 ‘새문안’ 동네라 칭했다. 아쉽게도 1915년 도시계획을 위한 도로 확장을 이유로 일제가 돈의문을 철거하면서, 현재는 서울의 사대문 중 유일하게 그 이름으로만 전해지는 문이 되었다.
1960~70년대 새문안 동네는 지금으로 보자면 학원이나 교습소인 과외방 밀집 지역이었다. 주변에 명문 학교들이 많다 보니 사교육의 메카가 된 셈이다. 그러다 다수의 명문고들이 강남으로 옮겨가고 과외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과외방도 자연스레 사라지게 됐다. 그 무렵, 주변에 고층 오피스 빌딩들이 많이 들어섰다. 이를 계기로 1990년대 새문안 동네는 인근 회사원을 대상으로 한 식당 골목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2003년 이 지역은 ‘돈의문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되어, 이 일대의 건물이 모두 철거되고 근린공원이 조성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서쪽 성문 안 첫 동네라는 역사적 가치와 근‧현대 서울의 삶과 기억을 간직한 이 동네를 어떻게 재생할 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마침내 2015년 마을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계획이 수정된다. 마을을 철거하여 새롭게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기존 건물을 보수하는 도시재생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마을은 ▲돈의문 지역의 역사와 재생을 소개하는 돈의문 전시관, ▲다양한 전통문화체험을 제공하는 한옥시설, ▲6080세대의 추억으로 가득한 아날로그 감성 공간 등 100여 년간의 시간과 문화가 숨 쉬는 박물관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마을전시관에는 어떤 공간이 있을까
이번에 부분개관 되는 마을전시관을 살펴보자. 우선, <돈의문역사관>이 있다. 돈의문역사관은 새문안 동네의 식당으로 운영됐던 건물을 활용해 새롭게 조성된 문화공간이다. 1960년대 가정집으로 건축되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식당으로 운영되어 온 건물들을 돈의문역사관으로 재탄생시켰다. 공간을 재생할 당시, 각 건물이 가진 건축적 질서를 존중하면서 안전을 위한 보강 공사가 실시됐다. 새문안 동네의 공간, 건축물 그리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 모습이다. 또한, 땅속에서는 경희궁 궁장이 발견되었는데, 현장 그대로를 보존하여 유적전시실로 조성하였다. 이는 생생한 전시, 교육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1960~80년대의 영화관을 재해석해 놓은 공간인 <새문안 극장>은 6080세대라면 누구나 추억 속으로 이끌어줄 공간이다. 1층에는 필름 영화를 전시하고 있으며, 2층에는 그 시절의 영화나 만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돼 있다. 영화는 하루 4회 상영되며 상영 시간표는 마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모 세대가 즐겼던 게임과 만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돈의문 콤퓨타게임장>과 <새문안 만화방>도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준다. 또한, 할아버지 세대가 젊었을 때 살았던 집은 어땠는지 체험할 수 있는 <생활사 전시관>도 있다. 지금은 거의 보기 힘든 부뚜막, 자개장, 어린이 좌식 책상 등이 그 시절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냈다.
<삼거리 이용원>은 할아버지들이 다녔던 이발소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 당시에 사용한 이발 의자, 요금표, 영업 신고증, 이발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동네마다 있었던 사진관을 사라지게 하였는데, 그렇다면 우리 부모 세대의 사진관은 어땠을까? 돈의문박물관마을의 마을전시관에 있는 <서대문 사진관>에 방문하면 1980년대 결혼식장을 콘셉트로 조성된 예스러운 사진관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마을전시관에는 <박에스더의 집>, <돈의문구락부>, <시민갤러리>, <서울미래유산관>, <작가갤러리>, <생활사전시관> 등이 있다.
다시 일상을 누리기 위한 조심스러운 시작
코로나19로 인해 잃어버린 일상의 소중함을 조심스럽지만 조금씩 회복해 가야 할 시점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 등 다양한 전시 공간들이 제한적이지만 개관을 하는 것도 그 출발점에 있는 노력이다. 그런 만큼, 여러 사람이 모인 공간에서 지켜야 할 마스크착용, 출입등록,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 등을 철저히 지키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돈의문박물관마을의 완전한 정상화를 앞당기게 될 것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제한됐지만 다양한 교육‧체험‧투어가 재개되어 보다 많은 사람이 찾는 돈의문박물관마을로 돌아가기를 희망해 본다.
[서울을 걷다]
100년 근현대사 구현한 도시재생 공간, 돈의문박물관마을
‘돈의문박물관마을' 부분 개관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휴관 중이던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지난 7월 22일부터 부분 개관됐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돈의문 지역 100여 년의 근현대사를 아날로그 감성으로 새롭게 구현한 도시재생 공간이다. 어린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든 세대가 서울의 지난 100여 년의 역사와 문화 요소들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이번 개관은 마을전시관에 국한한 것으로, 공간마다 5인 이하로 입장을 제한한다. 아쉽게도 그 외 교육, 체험, 투어프로그램은 잠정 중단을 유지한다. 오랜만에 개관한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설레는 마음을 안고 조심스레 다녀와 봤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있기까지
돈의문은 한양도성의 서쪽 큰 문, 우리에겐 서대문으로 익숙한 곳이다. 1396년 세워졌으나, 1413년 경복궁의 지맥을 해친다는 이유로 폐쇄된 후, 1422년 현재 정동 사거리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때부터 새문(新門)이란 별칭이 생겼고, 문 안쪽 동네를 ‘새문안골’ 혹은 ‘새문안’ 동네라 칭했다. 아쉽게도 1915년 도시계획을 위한 도로 확장을 이유로 일제가 돈의문을 철거하면서, 현재는 서울의 사대문 중 유일하게 그 이름으로만 전해지는 문이 되었다.
1960~70년대 새문안 동네는 지금으로 보자면 학원이나 교습소인 과외방 밀집 지역이었다. 주변에 명문 학교들이 많다 보니 사교육의 메카가 된 셈이다. 그러다 다수의 명문고들이 강남으로 옮겨가고 과외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과외방도 자연스레 사라지게 됐다. 그 무렵, 주변에 고층 오피스 빌딩들이 많이 들어섰다. 이를 계기로 1990년대 새문안 동네는 인근 회사원을 대상으로 한 식당 골목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2003년 이 지역은 ‘돈의문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되어, 이 일대의 건물이 모두 철거되고 근린공원이 조성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서쪽 성문 안 첫 동네라는 역사적 가치와 근‧현대 서울의 삶과 기억을 간직한 이 동네를 어떻게 재생할 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마침내 2015년 마을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계획이 수정된다. 마을을 철거하여 새롭게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기존 건물을 보수하는 도시재생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마을은 ▲돈의문 지역의 역사와 재생을 소개하는 돈의문 전시관, ▲다양한 전통문화체험을 제공하는 한옥시설, ▲6080세대의 추억으로 가득한 아날로그 감성 공간 등 100여 년간의 시간과 문화가 숨 쉬는 박물관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마을전시관에는 어떤 공간이 있을까
이번에 부분개관 되는 마을전시관을 살펴보자. 우선, <돈의문역사관>이 있다. 돈의문역사관은 새문안 동네의 식당으로 운영됐던 건물을 활용해 새롭게 조성된 문화공간이다. 1960년대 가정집으로 건축되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식당으로 운영되어 온 건물들을 돈의문역사관으로 재탄생시켰다. 공간을 재생할 당시, 각 건물이 가진 건축적 질서를 존중하면서 안전을 위한 보강 공사가 실시됐다. 새문안 동네의 공간, 건축물 그리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 모습이다. 또한, 땅속에서는 경희궁 궁장이 발견되었는데, 현장 그대로를 보존하여 유적전시실로 조성하였다. 이는 생생한 전시, 교육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1960~80년대의 영화관을 재해석해 놓은 공간인 <새문안 극장>은 6080세대라면 누구나 추억 속으로 이끌어줄 공간이다. 1층에는 필름 영화를 전시하고 있으며, 2층에는 그 시절의 영화나 만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돼 있다. 영화는 하루 4회 상영되며 상영 시간표는 마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모 세대가 즐겼던 게임과 만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돈의문 콤퓨타게임장>과 <새문안 만화방>도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준다. 또한, 할아버지 세대가 젊었을 때 살았던 집은 어땠는지 체험할 수 있는 <생활사 전시관>도 있다. 지금은 거의 보기 힘든 부뚜막, 자개장, 어린이 좌식 책상 등이 그 시절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냈다.
<삼거리 이용원>은 할아버지들이 다녔던 이발소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 당시에 사용한 이발 의자, 요금표, 영업 신고증, 이발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동네마다 있었던 사진관을 사라지게 하였는데, 그렇다면 우리 부모 세대의 사진관은 어땠을까? 돈의문박물관마을의 마을전시관에 있는 <서대문 사진관>에 방문하면 1980년대 결혼식장을 콘셉트로 조성된 예스러운 사진관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마을전시관에는 <박에스더의 집>, <돈의문구락부>, <시민갤러리>, <서울미래유산관>, <작가갤러리>, <생활사전시관> 등이 있다.
다시 일상을 누리기 위한 조심스러운 시작
코로나19로 인해 잃어버린 일상의 소중함을 조심스럽지만 조금씩 회복해 가야 할 시점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 등 다양한 전시 공간들이 제한적이지만 개관을 하는 것도 그 출발점에 있는 노력이다. 그런 만큼, 여러 사람이 모인 공간에서 지켜야 할 마스크착용, 출입등록,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 등을 철저히 지키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돈의문박물관마을의 완전한 정상화를 앞당기게 될 것이다. 아쉽게도 지금은 제한됐지만 다양한 교육‧체험‧투어가 재개되어 보다 많은 사람이 찾는 돈의문박물관마을로 돌아가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