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ing]
안심콜 서비스, SH콜센터를 가다
“식사하셨어요? 건강은 좀 어떠세요?” 청약공고나 사업문의 등으로 눈코뜰새 없는 와중에도 상담원들이 전화하는 곳이 있다. 사정을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모녀 사이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일면식도 없는 사이. 콜센터 상담원들은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70세 이상의 독거 어르신들에게 정기적으로 안부를 묻고, 시시콜콜 일상을 나누기도 한다. 사회안전망이 챙기지 못하는 틈새를 메꿔주는, 꼭 필요한 활동이다.
가장 반가운 전화, 안심콜
수많은 문의가 쏟아지는 SH콜센터는 여느 콜센터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강남센터 상담원들에게서는 왠지 활력이 느껴졌다. 이들은 전화업무로 사회공헌에 일조하고 있는데 시범운영 기간까지 포함하면 벌써 7년째, 안심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일주일에 1~2회 어르신들게 전화드려서 안부를 묻고, 주거 불편사항을 들으며 지병이나 치매 등이 악화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안심콜 서비스 절차]
❍ 대상자 (70세 이상, 다가구·다세대·원룸 등의 입주자도 포함) : 132명 실시(2015. 5월)
❍ 선정방법 : 입주세대 정보 자료 활용, 각 센터와 업무협의로 선정
최윤심 부팀장은 70세가 넘은 홀몸 어르신 4분을 전화상으로 챙기고 있다. 처음엔 공통분모가 없는 어르신과 대화를 이어나가가기 쉽지 않았지만 말벗 하나도 아쉬운 분들이라 아주 일상적인 대화에도 마음을 열고 이런저런 얘길 터놓기 때문에 대화는 즐겁다.
“친딸처럼 생각하는 분도 계시고, 형편이 어렵다며 도움을 바라는 분도 계세요. 직접 도와드릴 수는 없지만 안도감을 드리는 역할이에요. 너무 고맙다고 기다리는 분도 있고, 명절에 전화하면 더 좋아하세요. 치매 때문에 저번주에 통화한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분도 있지만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어가요. 단 증세가 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방문부서에 확인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전화로 정이 쌓이다
콜센터 상담업무 틈틈이 전화를 드리지만 어느새 일의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근무시간의 약 10~20퍼센트 정도를 어르신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데 쓴다. 전화만 드리면 말이 끊이지 않는 어르신을 위해 아예 저녁시간을 할애해 자발적으로 야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낮에는 복지관 다니시고 밤에 집에 계시거나, 통화가 길어지는 분들은 저녁에 통화해요. 통화 시간이 쌓이면 정이 들 수밖에 없어요. 간혹 돌아가시거나 하는 경우 눈물이 나요. 주변 상담원들도 함께 침통해하고, 위로해주죠. 서로의 마음을 아니까요.”
기본적으로 민원상담업무의 경우 스트레스가 높은 편이다. 누군가의 불편한 마음을 헤아려야 하고, 해답을 제시할 수 없는 경우도 왕왕 있어서다. 헤드셋을 끼고 오랜 시간 일하면 한쪽 귀가 멍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안심콜 서비스를 하며 힘든 것보단 보람이 훨씬 크기 때문에 업무 만족도와 근속기간이 비교적 길다고 한다.
“부모님 생각이 나서, 더 자주 전화 드리게 돼요. 최근에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은 장애인 시설에 30년 거주한 어르신이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하셨다고 해서 같이 기뻐했어요. 표면적인 친절보다 눈높이를 맞춰서 대화하는 일이 보람 있습니다.”
문자와 카톡이 전화를 대체하는 시대에 목소리로 일상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러면서 오가는 정이 크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바쁜 상담업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민원을 소홀히 하지 않는 원동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