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을 만나다] 


손으로 짜맞춰 만드는 가구 혹은 작품

아크라프트 고영규 작가


 




대량생산의 시대, ‘가성비’의 반대편에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장인’이 있다. 그중에서도 나무를 다루는 목공은 절대적으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생활에 필수적인 가구는 거기에 담긴 노력이나 유일무이함에 따라 그저 물건을 수납하는 도구가 아니라, 때로 예술품의 가치를 지닌다. 아크라프트 고영규 대표에게는 나무 다루는 것이 일상이다.



신진작가, 전통가구의 매력에 빠지다

고영규 작가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가르치다가 2004년 가람가구학교에서 수학하며 목공의 길에 발을 디뎠다. 1년 정도 나무와 씨름하며 전통짜맞춤가구 기법을 배운 후, 동료와 힘을 합쳐 비교적 소자본으로 스튜디오를 꾸린 것이 2009년. 교육에 뜻을 두고 홀로서기를 감행한 지 수년, 공방에는 매일같이(쉬는 날은 빼고)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 소리가 들려온다. 같은 취미와 관심사를 지닌 수강생들이 이제 동료가 된 경우도 부지기수.


“나무로 조형물을 만드는 데 익숙했기 때문에 금세 익힌 편입니다. 그래도 지금까지도 배우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회원에게 자극을 받기도 해요. 1년에 한 번 정도 꾸준히 전시도 해왔는데 ‘세상에 하나뿐인 가구’를 만드는 데 큰 동기가 됩니다.”


목공방마다 특성이 있지만 아트+크라프트의 합성어인 아크라프트는 도구보다 손을 사용하고 가능한 나사 없이 짜맞추는 방식을 고수한다. 그래서 입문용 소품이야 금방 만들지만 서랍장 같은 가구를 만드려면 3~4개월의 ‘인고’가 필요하다. 물론 사람 차는 존재한다. 손재주가 좋은 수강생들은 금세 배우지만 흥미를 잃는 속도도 빠른 경향이 있단다. 오래도록 나무를 가까이 하는 원동력은 얼마나 좋아하는가, 지난한 과정을 거친 완성품의 성취를 즐기는가에 달렸다.


“작업의 효율만 추구하는 분들과는 잘 맞지 않아요. 호흡이 맞으면 오래 가는 편이라 4~5년씩 계속 수강하는 분도 계시고요. 제 스타일은 전통공예에 모던한 디자인을 접목한 것입니다. 나라마다 짜맞춤 방식이 조금씩 다른데 북미 쪽은 좀 더 장식적이에요.”


곡선과 직선이 무람없이 어울린 그의 작품은 모던하지만 흔히 보던 전통가구를 탈피한 스타일이다. 얼치기의 눈에 뵈기는 동서양이 이룬 조화랄까. 어쨌든 매력이 있다. 한 번 목공에 꽂힌 사람들은 아예 공방이 있는 판교로 이사를 올 정도란다. 오랜 시간 정직하게 땀을 흘려 하는 노동/창작은 이렇게 중독성이 있다.



공간을 채우는 나무의 힘

무겁고 위험한 도구를 다루는 일이지만 의외로 여성 수강생의 비율도 높았다. 능숙도와 집중력이 물리적인 힘보다 더 중요한 요건이기 때문. 평일 주간에는 여초, 직장인이나 주말반은 남성이 더 많다. 다들 궁금해 하는 비용은 입문 20만원대, 중급 30만원대 정도. 재료비가 별도인 경우도 많으니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하루짜리 클래스가 많아서, 근처 공방에서 체험해보고 상담을 거쳐서 공방을 결정하면 된다.


“주문제작도 하지만 저는 주로 교육과 전시에 집중합니다. 요즘 디자인가구 회사가 많이 생겨서 가격 면에서 차별화하기도 어렵고요. 목공을 배운 분들이 가죽공예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아서 가죽 강의도 개설했습니다. 가죽과 나무의 콜라보도 시도해봤는데 재밌는 작업이에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끈기를 길러주고, 입체를 구상해 만들기 때문에 뇌를 활성화시킨다. 실제로 뜨개질이 일상화된 북유럽에서는 치매 발생 비율이 낮다고 한다. 공방에도 중학생부터 지긋한 노년의 은퇴자까지 다양한 수강생이 모여있다.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이지만 집의 가구를 하나씩 핸드메이드로 바꾸는 것도 인테리어 효과가 크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저렴한 무늬목이나 MDF가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은 당연지사. 좋은 가구는 이래저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인테리어 비용보다 직접 만드는 비용이 더 저렴할 걸요. 가족들을 위해 직접 만들었다는 의미도 크고요. 계속 강습을 하고 10월 경에는 ‘슬로우 퍼니처’ 그룹전시를 합니다. 당분간 준비하느라 바쁠 것 같아요.”


 고영규 작가는 술도 담배도 하지 않고 커피로 맑은 정신을 유지한 채 작업을 한다. 목공하는 사람에게는 영광의 상처인 손의 흉터도 목공을 접게 하지 못했다니 나무의 힘이 참으로 센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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