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풍경을 한 눈에 마신다.
대통령 경호 목적으로 통제가 되어왔던 인왕산이 지난 2018년 전면 개방되었다. 5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서울의 유구한 역사와 오랜 시간 함께한 인왕산은 그 자체만으로 서울 시민들에게 큰 가치가 있다. 아름다운 경치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심신을 편안하게 해 주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준다. 서울 시민의 휴식처 인왕산. 이 곳에 숨은 ‘핫 플레이스’가 있다면? 그리고 이 곳에서 아름다운 서울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면 어떨까?
‘초소책방 더 숲’은 어떤 곳일까?
아름다운 인왕산의 한 자락에 책방이 생겼다. 인왕산 중턱에 단아하게 자리잡은 ‘초소책방’이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곳은 청와대 방호 목적으로 건축되어 50년 넘게 경찰 초소로 이용되었다. 본래 이 공간의 목적에 맞게 찾아가는 길은 어찌 보면 외지고 숨겨져 있다. 하지만 이 고즈넉함을 간직한 곳은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 본래 1968년 김신조 사건 이후에 세워졌기 때문에 분단과 대립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픈 과거도 역사이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아름답게 품을 수 있다. 결국 과거의 조각이 현재의 우리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곳은?
서울시와 종로구가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과 전망데크로 이 오래된 경찰초소를 리모델링했다. 성공적인 리모델링은 언뜻 보면 이 곳을 매우 현대적인 곳으로 변모시켰다. 하지만 인왕산 초소책방은 옛 건물의 골조를 살려 과거의 흔적을 남겨두고 있다. 벽돌로 건설된 초소 외벽의 일부가 남겨져 있으며 철제 출입문 또한 이 곳이 어떤 곳이었는지 암시하고 있다. 초소책방 옆 거대한 바위 아래 한켠에 녹슬어가고 있는 기름탱크는 현대 리모델링 건물과 대비되는 과거, 특히 분단과 대립의 아픔을 전해주고 있다.
‘왜 ‘인왕산 초소책방’이 특별할까?
1층에는 책방과 카페가 입점해 있다. 인왕산의 풍경을 한 눈에 마실 수 있도록 훤히 트인 유리창은 커다란 매력이다. 꽃이 핀 봄에도, 소나기가 내리는 여름에도, 소담한 가을의 단풍도,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도 언제나 서울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따듯한 차 한잔과 고즈넉한 풍경 안에서 독서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의 근심과 걱정은 저 풍경 사이로 모두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2층에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자리해 있다. 강의, 공연, 회의, 세미나, 갤러리 등 어떤 목적에도 부합할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이다. 원목 인테리어는 주변의 풍광과 더해져 더욱 운치가 있다. 2층과 연결되어 있는 데크는 서울 시내부터 남산의 풍경까지 우리 눈에 담게 해준다. 초소책방은 열린 공간이다. 건물은 유리로 되어 있어 안과 밖을 연결해 준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소통의 공간, 인왕산 초소책방.
인왕산 초소책방은 제 39회 서울시 건축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건축의 미학과 건물의 역사적 가치가 서울 전체와 종로의 사회적·문화적 가치와 성공적으로 융합된 것이다. 폐쇄된 초소가 소통의 상징으로 변모한 것은 리모델링을 통해 오래된 건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처럼 건축 그 자체의 의미가 있으며, 구세대와 신세대를 연결하는 의미도 포함한다. 서울 도심에서의 뛰어난 접근성을 가진 인왕산은 앞으로도 서울 시민들의 안식처가 될 것이다. 그 역사의 길에 인왕산 초소책방이 함께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