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초대
-청진지구
믿기지 않겠지만 빌딩 숲을 지나다 보면 문득 까마득한 과거와 마주하게 되는 곳이 있다. 청진지구가 조선시대로 여러분을 초대하고자 한다.
도심 속 조선
서울 종로 일대인 청진동, 서린동, 송현동, 관훈동, 장교동, 통의동이 바로 청진지구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시장이 들어서고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 ‘운종가’라 부르기도 했다. 2000년대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진행되고 고층 건물들을 짓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조선시대 건물터, 우물, 도로 등 다량의 유구(옛 건축물의 흔적)가 발견되었다. 건설사들과 마음을 모아 문화재 발굴과 유구 보존에 집중했고, 그렇게 청진지구는 도심 속 조선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혜정교
혜정교부터 시작해 청진지구를 둘러보자. 혜정교는 종로1가 89번지 현 광화문우체국 북쪽에 있던 다리였는데, 지금 다리는 사라지고 표지석만 남아 있다. 이곳은 탐관오리에게 팽형을 내렸던 곳으로, 아직도 조선의 결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출처:내손안에서울
건물지와 우물지
교보빌딩에서 D타워로 가면 건물지와 우물지가 있다. 예전 식수를 구했던 곳인데, D타워의 전면, 후면, 중앙 통로에 15~17세기 건물지 3기와 우물지 1기가 보존되어 있다. 중앙 통로엔 당시 토층의 색깔, 흙의 굵기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토층 2기도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선의 일상이 현대의 일상과 어우러지며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출처:내손안에서울
피맛골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에는 아담한 골목이 있다. 바로 피맛골, 당시 백성들은 말을 탄 고관들의 행차 때 엎드려 존경심을 표해야 했는데, 이러한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다니던 뒷길이 피맛골이다. 이곳은 맛집들이 즐비하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 배를 채우고, 마음을 채운다. 서민들의 삶, 나누고, 웃고, 행복해지고. 그래서 피맛골은 그때나 지금이나 온정이 넘쳐난다.
▲출처:내손안에서울
우물과 석축
타워8과 그랑서울 사이, 조선의 더 생생한 자취를 느낄 수 있다. 청진8지구 우물은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한 피맛골에서 발견되었는데,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돼 실재감을 더한다. 청진구역 끝에 위치한 그랑서울 한편엔 석축과 초석이 위엄을 자랑하고, 건물지, 토층, 복제 유물이 시민들에게 조선의 이야기를 전한다.
▲출처:내손안에서울
능성위궁
그랑서울에서 헌법재판소 가늘 길, 능성위궁 터와 마주한다. 능성위궁은 영조가 시집가는 막내딸 화길옹주를 위해 지어준 집으로 추정되는데, 2016년 헌법재판소 별관을 증축하기 위해 땅을 파던 중 터가 발견되었다. 능성위궁은 관청, 학교 등으로 활용되며 2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다. 때로 과거의 기억은 미래의 지혜가 된다. 조선의 기억, 청진지구를 걷다 보면 자연스레 내일의 나를 그려보게 된다.
▲출처:내손안에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