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시선]
도시재생, 현명한 전환기를 맞이하길 바라며
숭실대학교 건축학부
유해연 교수
지난 몇 달 동안 ‘도시재생’은 뜨거운 감자가 되어, 소셜 미디어와 뉴스에서 비판의 소재가 되어 등장했다. 하지 말아야 할 사업들이 너무 많이 진행되었고, 그로 인해 소요된 시간과 비용, 인력이 너무 아깝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이처럼 따가운 시선이 지속되면서, 지난 15년 동안,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도시재생과 관련된 제도와 정책을 만든 정책가들과 테스트베드와 인력을 양성하며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던 수많은 연구자들, 그리고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사업을 발굴하며 시행했던 관계자들, 무엇보다 사업 대상 지역의 참여 주민들은 ... 과연 어떻게 이 상황을 받아들였을까?
동전은 양면이 명확하다.
굳이 공들여 세우지 않는 한 앞‧뒷면 외에 다른 면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사람의 삶은 동전처럼 단순하지 않다. 도시재생 정책과 사업들은 다양하고 복잡한 거주자의 삶을 가치 있고 풍성하게 돕기 위해 도시의 여러 가지 측면, 즉, 물리적‧환경적, 사회‧문화적, 경제적 등 통합적인 재건 방향을 모색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자 했다.
과연 우리는 도시재생의 용어를 사용하기 전에는 이같은 노력을 하지 않았었을까?
잘 되짚어 보면 근대 이후 전쟁을 겪고,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든 이후부터 전문가들은 유사한 정책과 사업들을 진행하며, 거주민들의 터전을 개선하는데 노력해왔다.
도시재생과 연계하여 생각해보면, 때로는 물리적‧환경적 측면이 강조되어 뉴타운사업과 재건축‧재개발이 활성화 되었고, 때로는 거주자의 역량강화가 강조되어 공동체 사업이 활성화되었다. 또한 창업과 연계사업 등을 통한 경제적 재생사업이 주축이 되기도 했으며, 미래 산업과 사회를 대비한 스마트 도시재생사업이 주가 되기도 하였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도 재생의 이슈는 다양하게 변했었다. 역사‧문화적 가치를 품은 지역, 대학 또는 기업과 연계된 지역, 도심 상업지역과 농어촌 지역, 중심가로와 재래시장이 있는 지역 등 유사하지만 매우 다른 형태의 재생사업이 발굴되고 진행되어 왔었다.
이렇게 다양한 특성의 도시재생을 어떤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맞을까?
도시재생사업의 결과물이 하나같이 특색이 없고, 모두 유사하다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꼼꼼히 살펴보면 방법론이 유사할 뿐 어느 하나도 같은 목적, 같은 결과를 도출한 지역은 없다. 지역 고유의 특성도, 거주자도, 그들의 삶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동전의 양면처럼, 도시재생 관련 정책과 사업은 “잘했다와 잘못했다.”, 또는 “맞다와 틀리다.”의 이분법적 사고로 평가하기에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가치를 품고 있다.
도시재생은 처음부터 지역 고유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통합적 재생을 목표로 시작된 만큼, 진행하는 사업의 목적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변질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만, 기계적으로 명확한 답을 낼 수 없는 분야이기에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경우도 있었고, 수없이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힌 사업들이기에 결과물이 생각만큼 쉽게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즉 공동체와 주민역량 강화, 사회경제조직 양성, 일자리 창출 등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시간동안 ‘도시재생’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이가 드물고, 마을의 커뮤니티센터(그것이 도시재생센터이든 마을공방이든, 또 다른 어떤 형태의 SOC시설이든)에서 강좌나 행사, 주민회의 등에 참석하지 않았던 이가 없을 정도로 해당 사업지 내 누구에게나 ‘도시재생’은 익숙한 단어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도시재생’은 주민들에게 분명 긍정적 효과도 가져 왔으리라 생각된다.
사회가 발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흘러 변화하기도 하지만, 마치 계단처럼 한 단계 한 단계 명확하게 구분되며 발전하기도 한다. 자연스럽든 명확하든, 변화가 일어날 때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현명한 전환기’를 보내야 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정책을 통해 잘된 부분은 지속하고, 잘못된 부분, 부족했던 부분은 반드시 고쳐서 보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함께 만들고 발전시켰던 모든 사업들을 동일한 잣대를 대어, 갑작스레 중단하거나 비하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현명한 전환기’를 통해, 도시재생에 만족하여 자생력이 생긴 지역 주민들에게는 지속할 수 있는 기회를, 새로운 정책과 사업을 원하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마무리 할 시간을 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시작보다 더 중요한 것이 현명한 마무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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