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챗 GPT’를 찾는 시간이 많아졌다. OpenAI가 개발한 프로토타입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인 ‘챗 GPT’ 기특하게도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귀찮아하지 않고 엉뚱한 질문에도 친절하게 대답해준다. 디지털 기술이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실생활에 적용되는 걸 보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로봇과 함께하는 ‘미래’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 빨리 오겠구나 싶어진다.


디지털 기술이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실생활에 적용되는 걸 보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로봇과 함께하는 ‘미래’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 빨리 오겠구나 싶어진다.


디지털 속도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아닌, 노년층에게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적용해 본 영화가 있다. 


제이크 슈레이어 감독의 <로봇 앤 프랭크>(2012)는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24시간 언제나 편의를 돌봐 준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영화다. 


로봇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지극히 일상화된 근미래, 로봇과 동거를 하게 된 사연의 주인공은 나이 든 노인 프랭크(프랭크 란젤라)다. 과거 금고 털이범으로 화려하게 활동했던 전적을 가진 그는, 지금은 나이가 든 채 아내와도 헤어지고 혼자 시골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그가 치매 증상을 앓고 있고, 돌봄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자식들이 있긴 하지만, 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프랭크와 거리는 멀다. 딸 메디슨(리브 타일러)은인권운동을 하느라 얼굴 보기도 힘들고, 아들 헌터(제임스 마스던)는 자기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도 빠듯하다. 헌터는 자신을 대신해 병든 아버지의 손과 발이 되어 옆에서 돌봐 줄 신제품 로봇 ‘VGC-60L’을 구매해 집으로 데려온다. 로봇과 노인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 계기다.



프랭크는 로봇이 맘에 들지 않는다. 그건 로봇보다는 로봇 하나 던져 주고 할 일 다 한 듯이 하는 아들에 대한 서운함이 더 커서였다. 게다가 그는 디지털 기기와는 거리가 먼, 여전히 도서관에 직접 가서 빌려 온 책을 읽는 게 즐거운 아날로그 형 인간이기도 하다.


프랭크에게는 로봇이 하는 말이 모두 ‘잔소리’처럼 들리지만, 이 최신형 로봇의 성능은 사실 엄청나다. 보기엔 마냥 단순해 보이는 외형인데 이 신생 로봇은 프랭크의 취침 시간부터 식습관, 그리고 규칙적인 산책 같은 운동 습관까지 옆에서 바로바로 체크하는 고성능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사용자의 마음을 돌리는 기능까지 있는 아주 수완 좋은 로봇이기도 하다. 프랭크가 잔소리를 하면, ‘만약 건강관리가 실패하면 자기는 폐기 처분될 것’이라는 귀여운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주거니 받거니 말싸움을 하다 보니, 프랭크는 한 치 양보 없이 자신의 말을 재치 있게 맞받아치는 로봇에게 점차 닫혔던 마음을 열게 된다.


로봇과 프랭크가 우정의 단계로 진입하는 데는 공동의 목표, 작당 모의를 시작하면서부터다. 결정적으로 로봇과 프랭크가 소통하게 되는 계기는, 프랭크의 버릇인 금고 털기 기술에 있다. 프랭크는 치매로 기억을 잃어 가고 있는데, 유독 아날로그 기술인 프랭크의 ‘손맛’은 지금도 녹슬지 않은 데다, 과거보다 더 정교해졌다.


집에서도 가끔 연습하는데, 로봇마저도 노인의 솜씨와 카리스마에 반했다고 할까. 프랭크가 도서관에 가는 건 책을 읽을 목적도 있지만 사실 도서관 사서인 제니퍼(수잔 서랜든)를 향한 호감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디지털화 작업에 돌입한 도서관이 곧 없어질 위기에 처하게 되고, 프랭크는 제니퍼를 위한 책 한 권을 훔쳐 오기로 한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거사를 함께 ‘조수’가 되어 도모해 줄 로봇 ‘VGC-60L’과 함께다. 영화는 이렇게 끊임없이 아날로그 가치로 대변되는 ‘노인’과 디지털을 상징하는 ‘로봇’의 공존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가늠해 보는데, 둘의 대립과 화해를 통해서 그 격차가 점차 좁혀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로봇 앤 프랭크>가 우리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지점은, 결국 프랭크가 로봇 ‘VGC-60L’을 단순한 기계가 아닌 자신의 친구로 인지하는 순간에 온다. ‘VGC-60L’의 메모리칩에는 프랭크의 ‘결정적 실수’(강도행각)가 저장되어 있는데, 프랭크가 위기를 모면하자면 메모리칩을 포맷해야만 한다. 프랭크는 결국 VGC-60L의 메모리칩을 포맷하지 못한다. 포맷하는 순간 그간 쌓인 둘의 추억이 저장된 파일까지 한꺼번에 삭제될 테니까 말이다. 디지털 기기로 여겨졌던 성가신 로봇은, 어느새 프랭크에게 감정과 추억을 공유한 가장 소중한 존재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는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껴지는 노인에게 ‘VGC-60L’은 ‘반려’ 로봇으로 끈끈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닫혀 있던 노인의 마음을 열어 주는 역할을 해준다.


영화적 상상이라고 하지만, 요즘 들어 로봇과 프랭크의 ‘동거’는 거의 현실화되고 있지 싶다. ‘디지털 기술 취약계층’이라고 일컬어지는 노인들이야말로 디지털 기술의 수혜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계층이 되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각국에서 노인 돌봄을 위한 ‘실버테크’의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AI 돌봄 로봇의 출시 소식도 활발하다. 영화 속 ‘VGC-60L’이 더이상 상상의 존재가 아니다. 기술적인 업무 보조나 도우미 서비스는 어느 정도 실행할 수 있는 기술적 단계에 이르렀다. 이를테면 복약 알림 같은 건강관리 케어 정도는 기본 서비스이고, 움직임 감지로 119 연계 응급 호출 등 응급 대처 기능도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일본의 경우는 돌봄 로봇이 의료 기기가 아닌 복지 용구로 구분되어 제조, 판매 인허가가 된 상태다. 의료용으로 규정되었을 때보다 돌봄 로봇의 보급이 더욱 손쉬워져 로봇 기술이 일상에 가까이 적용되고 있다.


독거노인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지면서, 돌봄 로봇에게 더 많은 기능을 요구하게 된다. 소통이 원활하고, 감정까지 전달할 수 있는 반려 로봇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일례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협업한 로봇 ‘다솜K’ 는 평소 노인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의 데이터를 축적하여 이를 분석해 기분과 정서를 파악해 응대한다고 한다. 단순한 돌봄 보조 기능에서 벗어나 정서적인 교감을 불러일으키는 장치가 추가되는 추세다. 단순하게는 AI로봇 ‘효돌이, 효순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로봇 재질이 아닌, 봉제 인형 형태로 만들어져 사용자들에게 친근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AI로봇의 기능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알 수 없다. 영화에서처럼, 단순한 기능에서 벗어나, 로봇과의 정서적 교감을 이루어지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디지털에도 온기가 생겨나길 기대하는 시대가 됐다.


이화정(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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