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앤 프랭크>가 우리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지점은, 결국 프랭크가 로봇 ‘VGC-60L’을 단순한 기계가 아닌 자신의 친구로 인지하는 순간에 온다. ‘VGC-60L’의 메모리칩에는 프랭크의 ‘결정적 실수’(강도행각)가 저장되어 있는데, 프랭크가 위기를 모면하자면 메모리칩을 포맷해야만 한다. 프랭크는 결국 VGC-60L의 메모리칩을 포맷하지 못한다. 포맷하는 순간 그간 쌓인 둘의 추억이 저장된 파일까지 한꺼번에 삭제될 테니까 말이다. 디지털 기기로 여겨졌던 성가신 로봇은, 어느새 프랭크에게 감정과 추억을 공유한 가장 소중한 존재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는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껴지는 노인에게 ‘VGC-60L’은 ‘반려’ 로봇으로 끈끈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닫혀 있던 노인의 마음을 열어 주는 역할을 해준다.
영화적 상상이라고 하지만, 요즘 들어 로봇과 프랭크의 ‘동거’는 거의 현실화되고 있지 싶다. ‘디지털 기술 취약계층’이라고 일컬어지는 노인들이야말로 디지털 기술의 수혜를 가장 필요로 하는 계층이 되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각국에서 노인 돌봄을 위한 ‘실버테크’의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AI 돌봄 로봇의 출시 소식도 활발하다. 영화 속 ‘VGC-60L’이 더이상 상상의 존재가 아니다. 기술적인 업무 보조나 도우미 서비스는 어느 정도 실행할 수 있는 기술적 단계에 이르렀다. 이를테면 복약 알림 같은 건강관리 케어 정도는 기본 서비스이고, 움직임 감지로 119 연계 응급 호출 등 응급 대처 기능도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일본의 경우는 돌봄 로봇이 의료 기기가 아닌 복지 용구로 구분되어 제조, 판매 인허가가 된 상태다. 의료용으로 규정되었을 때보다 돌봄 로봇의 보급이 더욱 손쉬워져 로봇 기술이 일상에 가까이 적용되고 있다.
독거노인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지면서, 돌봄 로봇에게 더 많은 기능을 요구하게 된다. 소통이 원활하고, 감정까지 전달할 수 있는 반려 로봇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일례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협업한 로봇 ‘다솜K’ 는 평소 노인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의 데이터를 축적하여 이를 분석해 기분과 정서를 파악해 응대한다고 한다. 단순한 돌봄 보조 기능에서 벗어나 정서적인 교감을 불러일으키는 장치가 추가되는 추세다. 단순하게는 AI로봇 ‘효돌이, 효순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로봇 재질이 아닌, 봉제 인형 형태로 만들어져 사용자들에게 친근감을 더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