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도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사용하는 도구도 있는가 하면,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주는 도구도 있다. 이렇게 삶 속에서 단순한 도구 이상의 의미로 자리잡은 도구를 ‘반려도구’라고 정의해보았다.

다양한 장인의 반려도구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영등포구 문래동이다. 문래동은 방직공장에서 사용되는 물레의 소리에서 유래하여 동네의 이름이 붙여졌을 정도로, 1930년대에는 여러 방직공장들이 입주한 지역으로 유명했다. 1980년대 들어서 문래동은 우리나라 철재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고, 이곳에서 쇠를 다루며 살아가는 수많은 장인들이 탄생했다. 4월 어느 날, 장인과 오랜 세월을 함께한 반려도구를 만나기 위해 문래동을 찾았다. 그들의 손에서 탄생하는 제품들의 특별한 가치와 의미를 함께 만나보자.

용접기술 하나로 40년간 문래동을 돌리다


▲ 문래동 중심에 위치한 제일기공의 수레바퀴 모형

 

빽빽한 골목길 회색 건물들 사이로 쇳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이곳, 익숙한 손짓으로 용접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제일기공 대표를 만났다.


제일기공은 문래동을 40년 동안 지켜온 가공 공장이다. 주로 보일러통 가공과 납품을 하고, 그 밖에 반도체 공장의 기계 부품 치료 기계 등 작은 공장에서 꼭 필요한 다양한 부속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설립 당시 공장의 이름이 ‘퍼펙트’ 가 될 뻔했다는 일화도 있었는데, 용접일에서 만큼은 국내 최고라고 할 수 있다는 대표의 자부심이 나타난다.

 

대표는 가장 오래되고 애착이 가는 반려도구로 ‘용접기’를 꼽았다. 이 용접기는 제일기공의 역사와 기술력을 대변하는 중요한 기구 중 하나다. 철과 철을 이어주는 용접기는 상품을 만드는데 빼놓을 수 없는 도구다. 요즘은 기능이 좋은 기계들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대표는 손때 묻은 본인의 반려도구 용접기만을 고집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골동품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대표에게는 40년을 함께 해온 동반자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 제일기공의 세월을 느낄 수 있는 용접기들

 

 

제일기공 앞에는 수레바퀴가 설치되어 있다. 이 수레바퀴는 제일기공이 40년간 문래동과 함께 했으며, 앞으로도 문래동을 지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대표에게 문래동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최근 젊은 감성의 상점들이 공업사 자리에 들어오며 역사가 차츰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있다. 하지만 ‘제작’에는 불가능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지난 40년간 최선을 다하며 문래동 자리를 지켜왔다. 앞으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킬 것이다.”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기술에 낭만을 더한 하람이노베이션


▲ 하람이노베이션 대표의 애마와

힙한 음악이 흐르는 작업장의 모습

 


문래동에는 장인 정신을 이어가는 작은 공업사들이 즐비했다. 그 중에서도 공장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기자기한 식물들로 꾸며진 낭만 있는 하람이노베이션을 찾았다. 하람이노베이션의 대표는 1990년대부터 문래동 소재의 공업사에서 직원으로 일을 하며 다양한 경력을 쌓았고, 6년 전 하람이노베이션을 개업해 대표가 되었다.

 

대표는 작업실 안 빼곡히 쌓인 도구 중, 수동으로 작업하는 ‘프린터’를 가장 애착이 가는 반려도구로 소개하며 연신 웃어 보였다. 기계와 나란히 선 대표의 모습은 반려도구 자체를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공장에는 입력값만 설정하면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최신식의 기계도 있었지만, 대표는 직접 수동으로 작업하며 어릴 때 일을 배웠던 기계에 더 애정이 간다고 말했다. 반려도구인 프린터를 통해 그동안의 세월과 추억을 떠올리는 듯했다.


▲ 하람이노베이션 대표의 반려도구, 프린터



하람이노베이션 안에는 반려도구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도 있었다. 시간 날 때 마다 대표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문래동을 돌아다니는 골목대장 강아지, ‘잔디’다. 각양각색의 기계소리가 들림에도 잔디는 이 공간이 고요하다는 듯이 편안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문래동의 변화 속에서 하람이노베이션은 장인 정신을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6년 전 뿌리내린 작은 기업에서 반려도구와 함께 더 큰 규모로 성장해 나갈 것을 기대해본다.


문래동의 새로운 시간을 갈아가는 메종드베르


문래동의 또 다른 이름, ‘문래동 창작촌’. 몇 해 전부터 젊은 예술가들이 문래동에 모여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젊은 층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매캐한 분진이 가득하던 골목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예술이라는 새로운 바람에 힘을 보태는 ‘메종드베르’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리의 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가게는 입구에서부터 투명하고 눈부신 스테인글라스 작품들이 즐비해 있었다. 메종드베르의 젊은 대표는 지인을 따라 문래동에 놀러왔다가 이곳의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아 바로 부동산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메종드베르는 업력 3~4년 정도 되었으며, 원데이 클래스 등 활발한 운영을 펼치고 있다.

 

▲ 아름다운 유리들이 빛을 내고 있는 메종드베르 내부 모습

 


메종드베르에는 손때 묻은 고무매트와 자, 도안, 동테이프, 네임펜, 유리칼 등 다양한 도구들이 있었다. 반려도구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대표는 망설임 없이 ‘글라인더’를 향해 걸어갔다. 유리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글라인더는 작품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도구이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애착 도구라고 한다.


▲ 메종드베르 대표의 반려도구, 글라인더

 


앞으로도 오래도록 함께할 반려도구, 글라인더가 손때로 투박해지는 날에는 문래동에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 된다는 메종드베르의 대표. “아무것도 없던 골목에 이끌려 뿌리를 내렸는데, 상점 주변으로 점차 젊은 감성의 상점과 공방이 생겨나고 있다”며 “문래동에 도는 활기가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렇게 문래동에 자리잡은 장인들의 다양한 반려도구에 대해 알아보았다.

 

대로변에는 요즘 세대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꾸며진 가게들이 즐비하고, 뒷골목에는 장인들의 오래된 간판들이 가득한 문래동. 문래동 안에서 만난 반려를 누군가는 낡고 초라한 것들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가 담은 문래의 반려는 오랜 세월, 배를 곯지 않게 만들어 준 평생의 동반자였다.

06336 서울특별시 강남구 개포로621

(대표전화 : 1600-3456)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Seoul Housing & Communities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