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한 조건이라면, 적절한 볕이 첫번째로 떠오르는데요. 큰 창이 매력적인 예진 님의 집을 살짝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차를 타고 먼 곳을 떠나지 않아도, 집안에서도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며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했어요. 처음 이 집을 만났을 때는 가장 좋은 뷰를 자랑하는 곳이 애석하게도 꽉 막힌 베란다로 멋진 뷰가 가려져 있어 얼른 베란다 확장 공사부터 해야 겠다 싶었죠. 전형적인 화이트 창틀은 기필코 하고 싶지 않았기에, 결로 현상이 없고, 단열 효과가 뛰어난 동시에 디자인까지 만족스러운 필로브 창호를 선택했더니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막힘 없는 통창이라 가끔 소파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창문은 사라지고 집 안으로 나무가 들어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온실 속 같은 집이에요.
Q. 예진 님의 집과 삶은 가히 많은 이들의 로망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식물과 함께 살면서 어떤 점이 가장 좋은가요?
- 그저 흘러 보냈던 계절을 더 깊게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겨울에는 식물들이 추위에 몸을 움츠리고 자신의 힘들을 축적해놓느라, 이 아이들의 성장점이 이제 끝난 것일까 걱정이 될 때쯤 봄이 찾아오면 “너의 걱정. 우리가 들어줄게.”라고 말을거는 듯 그간 비축해둔 힘들로 멋지게 피어내죠. 여름에는 또 어떤가요? 멋진 성장력에 제가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예요. 어떤 순간에는 경이롭기까지 하죠. 가을에는 내년을 기약하기 위해 긴 잠에 들기 전, 준비를 부지런히 하면 다시 겨울이 찾아와요. 창 밖의 풍경이 시도때도 없이 변하는 것을 통해서도 곧 계절을 알아차릴 수 있지만, 식물과 함께 살게 되면서 더욱 깊게 계절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 같아요.
Q. 반대로, 혹자는 식물 관리가 굉장히 힘들다고도 하는데, 예진 님이 생각하시는 어려움 혹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개인적인 팁이 있다면요?
- 서로에게 피곤해지지 않기 위해 약간의 무관심과 약간의 애정은 사람과 식물 사이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각자의 취향과 집의 조건을 맞춰주고, 자주 들여다보고, 때에 따라 상황을 체크하고, 식물과 공간의 합을 맞춰나가야 해요. 6년이라는 시간동안 다양한 아이들을 경험해 보면서 공간과 맞는 식물을 꾸준히 찾아내고,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어요. 지금은 저와 제 공간에 딱 맞는 식물들만 남게 되어 바깥에서 또 다른 생명을 데리고 올 때 어느 정도의 기준이 성립된 상황이에요.
Q. 예진 님의 반려 식물 모두가 소중하시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가는 식물을 뽑는다면 어떤 식물이 될까요?
-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모두가 평등해 보였는데 요즘에는 가장 마음이 가는 식물을 뽑는다면 ‘바질’이에요. 작년 초여름에 씨앗부터 심었던 바질인데, 10개월만에 꽃이 펴서 더욱 애틋한 것 같아요. 사실 바질에 꽃이 피는지도 몰랐어요. 최근에 기존과 다르게 줄기 끝으로 맨드라미처럼 작고 자잘한 잎들이 분포되어 있길래 그게 잘못된 건 줄 알고 아쉬운 마음을 애써 감추지 못한 채 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그 다음날 그게 꽃봉오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향긋한 바질 잎들 사이에 하얀색 꽃이 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