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예진 님! SH 톡톡 구독자 분들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자연, 일상과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오감을 자극하며 다양한 경험을 전달하는 브랜드 오티에이치콤마를 운영하고 있고, 동시에 다양한 장르의 취미들을 향유하는 문예진이라고 합니다.


Q. 잠깐 둘러봐도 딱 느껴지는데요, 정말 다양한 반려식물과 함께 지내는 예진 님의 공간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첫 반려식물을 기억하시나요?

- 6년 전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고 4평 원룸 방에서 첫 자취를 시작했어요. 가구를 구매하러 방문한 이케아에서 만난 작은 야자가 제 인생 첫 반려 식물이었습니다. 집안의 싱그러움보다는 인테리어 목적으로 가볍게 구매했던 식물이었어요. 식물을 키우는 재미를 전혀 모르던 그 시절, 관심을 크게 주지 않아도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을 보고, 평생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희열감과 뿌듯함 느꼈습니다. 결국엔 ‘이 아이들도 하나의 생명이구나’ 라는 뒤늦은 깨달음과 함께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고, 동시에 식물과 함께 성장해 가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거주하시는 집에는 몇 개(종)의 반려 식물이 있는 건가요?

- 성인 남자의 평균 키 보다 큰 대품은 2.5m정도 되는 야자나무, 송오브 인디아, 마지나타, 굴곡이 아름다운 휘커스가 있고, 벽을 타고 줄기를 널리널리 뻗어나가 대품만큼이나 존재감이 확실한 스킨답서스 4개, 번식력이 어마어마한 나비란 2개, 아스파라거스 마제타 그리고 아비스, 4년 동안 함께 하고 있는 행잉 식물 2개와 몇 번씩이나 서로 다른 줄기를 부러트려도 부러진 곳에 다시 새 싹을 피워내는 뷰티그린, 뮤렌베키아, 호야, 칼라디움과 원숭이꼬리 선인장, 레몬밤, 백일홍, 아보카도, 마지막으로 씨앗부터 키워낸 오늘 10개월만에 꽃을 피운 바질까지 총 23개가 있습니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대부분 번식력이 좋고 충분한 빛과 바람과 물을 주는 시기만 잘 지킨다면 오래오래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식물들 뿐이네요. 제 성격상 희귀식물은 키운다는 건, 단시간 시각적인 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한 제 욕심일 뿐, 저는 항시적으로 사람의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은 키우지 못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저와 맞는 식물의 기준을 알지 못해서 개인의 욕심으로 풍성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집에 들어왔다가 끝내는 빈 화분으로 나가게 된 아이들이 꽤 많았어요. 나쁜 의도는 아니었어도 나도 모르게 이 아이들에게 학대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빈 화분을 보내면서 반성을 하게 되는 횟수가 잦아졌고, 이후에는 저와 잘 맞는 식물들만 집에 들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저와 함께하고 있는 아이들은 지금의 공간에 만족한지 아무 탈 없이 잘 자라주고 있고요.

Q.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한 조건이라면, 적절한 볕이 첫번째로 떠오르는데요. 큰 창이 매력적인 예진 님의 집을 살짝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차를 타고 먼 곳을 떠나지 않아도, 집안에서도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며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했어요. 처음 이 집을 만났을 때는 가장 좋은 뷰를 자랑하는 곳이 애석하게도 꽉 막힌 베란다로 멋진 뷰가 가려져 있어 얼른 베란다 확장 공사부터 해야 겠다 싶었죠. 전형적인 화이트 창틀은 기필코 하고 싶지 않았기에, 결로 현상이 없고, 단열 효과가 뛰어난 동시에 디자인까지 만족스러운 필로브 창호를 선택했더니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막힘 없는 통창이라 가끔 소파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창문은 사라지고 집 안으로 나무가 들어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온실 속 같은 집이에요.


Q. 예진 님의 집과 삶은 가히 많은 이들의 로망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식물과 함께 살면서 어떤 점이 가장 좋은가요?

- 그저 흘러 보냈던 계절을 더 깊게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겨울에는 식물들이 추위에 몸을 움츠리고 자신의 힘들을 축적해놓느라, 이 아이들의 성장점이 이제 끝난 것일까 걱정이 될 때쯤 봄이 찾아오면 “너의 걱정. 우리가 들어줄게.”라고 말을거는 듯 그간 비축해둔 힘들로 멋지게 피어내죠. 여름에는 또 어떤가요? 멋진 성장력에 제가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예요. 어떤 순간에는 경이롭기까지 하죠. 가을에는 내년을 기약하기 위해 긴 잠에 들기 전, 준비를 부지런히 하면 다시 겨울이 찾아와요. 창 밖의 풍경이 시도때도 없이 변하는 것을 통해서도 곧 계절을 알아차릴 수 있지만, 식물과 함께 살게 되면서 더욱 깊게 계절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 같아요.


Q. 반대로, 혹자는 식물 관리가 굉장히 힘들다고도 하는데, 예진 님이 생각하시는 어려움 혹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개인적인 팁이 있다면요?

- 서로에게 피곤해지지 않기 위해 약간의 무관심과 약간의 애정은 사람과 식물 사이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각자의 취향과 집의 조건을 맞춰주고, 자주 들여다보고, 때에 따라 상황을 체크하고, 식물과 공간의 합을 맞춰나가야 해요. 6년이라는 시간동안 다양한 아이들을 경험해 보면서 공간과 맞는 식물을 꾸준히 찾아내고,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어요. 지금은 저와 제 공간에 딱 맞는 식물들만 남게 되어 바깥에서 또 다른 생명을 데리고 올 때 어느 정도의 기준이 성립된 상황이에요.


Q. 예진 님의 반려 식물 모두가 소중하시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가는 식물을 뽑는다면 어떤 식물이 될까요?

-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모두가 평등해 보였는데 요즘에는 가장 마음이 가는 식물을 뽑는다면 ‘바질’이에요. 작년 초여름에 씨앗부터 심었던 바질인데, 10개월만에 꽃이 펴서 더욱 애틋한 것 같아요. 사실 바질에 꽃이 피는지도 몰랐어요. 최근에 기존과 다르게 줄기 끝으로 맨드라미처럼 작고 자잘한 잎들이 분포되어 있길래 그게 잘못된 건 줄 알고 아쉬운 마음을 애써 감추지 못한 채 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그 다음날 그게 꽃봉오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향긋한 바질 잎들 사이에 하얀색 꽃이 핀 거예요.

“헉 꽃이 피다니. 다른 씨앗이 섞여 있던건가?” 하고 노심초사 검색했더니 다행히 건강한 바질에서는 꽃이 피고, 그 꽃이 시들면 수술에 감춰져 있던 씨앗들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 또 다른 바질을 피어낸다고 해요.


어쩐지 제가 키우던 자식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모습을 아주 짧은 시간에 경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에게 일용한 양식도 주고, 한 번도 속을 썩인 적이 없을 뿐더러 이런 멋진 경험을 선물해 주다니.


씨앗을 심을 때는 제 손길이 투박해서 얼마 못 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려와 다르게 지금은 저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고 있네요.

저에게 바라는 것 없이 아낌없는 나무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주는 바질이 지금 제 마음속에 크게 차지하고 있어요.

Q. 식물이 예진 님에게 주는 가장 큰 영감은 무엇일까요?

- 집 안에 무수히 많은 식물들과 나만의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재미도 있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결국에는 나 자신을 돌본다는 것이에요.


Q. 마지막으로 예진 님에게 ‘반려’는 어떤 의미일까요?

어떠한 역경이 닥쳐도 함께 힘을 합쳐 헤쳐나가 스스로 만든 한계에 가둬두지 않고 오랜 시간 갇혀있던 우물에서 서로를 꺼내주어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것.


서로에게 씨앗같은 용기가 되어, 그 용기가 계속해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것.


함께 하는 일상이 많아지고 서로의 삶을 공유할수록 나의 분신이 생기는 기분을 만끽하며 늘 곁에 존재해줌으로써 서로의 삶을 계속해서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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