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는 불편한 영화다. 일반 관객들에게 추천하기에 시종일관 무겁고 우울하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남겨두었으면 좋으련만, 참담한 결말까지 밝은 부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런 씁쓸함이 이 좋은 영화를 봐야 할 여러 이유들을 모두 상쇄시킬 수는 없다. ‘비닐하우스’는 고의든 아니든 우리가 외면하면서 살고 있는, 그러나 반드시 직시해야만 할 현실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업영화들이 거의 주목하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과 복지의 사각지대가 100분 동안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윤성은 영화 평론가


‘비닐하우스’는 불편한 영화다. 일반 관객들에게 추천하기에 시종일관 무겁고 우울하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남겨두었으면 좋으련만, 참담한 결말까지 밝은 부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런 씁쓸함이 이 좋은 영화를 봐야 할 여러 이유들을 모두 상쇄시킬 수는 없다. ‘비닐하우스’는 고의든 아니든 우리가 외면하면서 살고 있는, 그러나 반드시 직시해야만 할 현실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업영화들이 거의 주목하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과 복지의 사각지대가 100분 동안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작정하고 소외 계층을 하나하나 호명해가듯 ‘비닐하우스’는 문정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을 소개한다.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문정은 비닐하우스 안에 살고 있다. 그녀는 아들이 소년원에서 나올 날만을 기다리며 노부부 돌보는 일을 한다. 그 중, 치매에 걸린 아내 화옥은 문정과 남편 태강과의 관계를 의심하며 문정에게 침을 뱉고 욕을 하기 일쑤다. 이런 상황도 벅찬데 지적 장애를 가진 그녀의 친엄마도 병원에 입원중이다. 문정은 이처럼 끔찍한 상황을 잊기 위해 가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정신을 차리려고 애쓴다. 아들이 소년원을 나오면 함께 비닐하우스를 벗어나는 것만이 그녀의 유일한 꿈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고로 그녀는 아직 맛보지도 못한 그 행복을 뺏길 위기에 처한다. 간병인 문정에게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문정이 가난, 노동, 정신적 고통과 싸우고 있다면, 그녀가 돌보는 화옥과 태강은 고령, 고독, 육체적 병과 싸우고 있다. 돈은 부족하지 않지만, 이들은 타국에서 생활하느라 부모가 어떤 상태인지 잘 알지도 못하는 자녀들로부터 소외당해 있다. 점잖고, 배려심 많고, 원래 밝은 사람이었던 태강은 이미 오래 전에 눈이 먼데다 치매 초기 진단까지 받자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다. 그는 오히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이 싫어 남은 생을 포기하려 한다. 그 와중에도 문정에게 집 구할 돈까지 남기는 따뜻함을 보인다. 이런 태강에게는 늙고 병들었어도 끝까지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고, 존중받으며 살게 해줄 환경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벼랑 끝에 몰려 있는 ‘비닐하우스’의 등장인물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다소 끔찍한 결말부를 제외한다면, 태강이라는 캐릭터는 긍정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예의바르고, 고마움과 부끄러움을 알며, 베푸는 기쁨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태강 같은 사람들은 어디서 구원받을 수 있을까. 영화에는 비슷하게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공감하고, 격려하는 모임이 등장한다.



물론, 사회의 어두운 면에 집중하는 ‘비닐하우스’의 서사에서는 순기능 보다 역기능이 강조되어 있다. 일례로, 지적 장애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은 이 모임에서조차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어려움을 나누면서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다는 본래의 기능에 충실한다면 이런 모임은 지역 사회가 제공하는 작은 울타리로서 긍정적인 면이 많다. 좋은 모임이 되기 위해서는 잘 훈련된 리더가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교류의 장을 만들어주고, 적절한 도움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문정역을 맡은 김서형 배우는 따뜻하고 여린 간병인부터 사고 이후 극도의 긴장과 강박에 시달리는 여성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냄으로써 올해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과 부일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앞으로도 그녀의 수상 릴레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서형은 영평상 수상소감으로 불행이 아닌 희망을 연기했기에 행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각본에는 없는 희망을 표현하는 것이 그녀가 배우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스스로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 아프지 않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문정과 같은 고통 속에 있는 인물에게는 전혀 아프지 않을 것 같아서 본인도 그런 감정으로 연기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영화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동참하고자 하는 한 배우의 열정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관객들에게도 ‘비닐하우스’가 자극제가 되어 사회의 약자들과 진심으로 동행하는 일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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