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정답은 없다. 설령 정답이 있다 하더라도 채점할 수 있는 평가 주체는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누군가 설계해 놓은 틀 안에서 정답을 찾지 못하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평생을 인생의 패배자라는 사회적 편견 속에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인생은 정답을 찾은 승리자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고, 존재만으로도 소중하다는 말은 사탕발림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 설계해 놓은 인생의 정답을 찾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을 허비하며 시들어간다. 


누군가 설계해 놓은 인생의 틀에서 벗어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게다가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설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애써 스스로 위로하기도 하지만, 나만 혼자 뒤처진 것 같은 불안감은 지워지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할 성인도 이런데, 하물며 미성년자는 어떠할까? 무한 생존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기성세대가 설계한 인생의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꿈과 희망은 언감생심, 감히 언급할 수도 없다. 청소년 특유의 반짝이는 순수나 싱그러운 열정도 퇴색한 지 오래다.


윤석진(충남대 국문과 교수, 드라마평론가)


인생에 정답은 없다. 설령 정답이 있다 하더라도 채점할 수 있는 평가 주체는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하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누군가 설계해 놓은 틀 안에서 정답을 찾지 못하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평생을 인생의 패배자라는 사회적 편견 속에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인생은 정답을 찾은 승리자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고, 존재만으로도 소중하다는 말은 사탕발림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 설계해 놓은 인생의 정답을 찾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을 허비하며 시들어간다. 


누군가 설계해 놓은 인생의 틀에서 벗어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게다가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설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애써 스스로 위로하기도 하지만, 나만 혼자 뒤처진 것 같은 불안감은 지워지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할 성인도 이런데, 하물며 미성년자는 어떠할까? 무한 생존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기성세대가 설계한 인생의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꿈과 희망은 언감생심, 감히 언급할 수도 없다. 청소년 특유의 반짝이는 순수나 싱그러운 열정도 퇴색한 지 오래다.

 

(출처 : tvN ‘반짝이는 워터멜론’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고단하고, 우울하고, 불안한 청춘”을 위해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 장치를 통해 꿈과 희망을 역설한다. 18살의 남학생 하은결(려운 분)은 청각장애가 있는 부모와 형제를 위해 음악에 관한 꿈을 접으려 하고, 18살의 여학생 온은유(설인아 분)는 실패한 인생을 보상받고 싶었던 엄마로 인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 한다. 각기 다른 이유로 지치고 힘들어하던 두 사람은 악기점 ‘라비다 뮤직’의 마스터(정상훈 분)를 만나 “두 개의 달이 뜨는 날 열리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시간의 문”을 통해 시간여행을 떠난다. 


(출처 : tvN ‘반짝이는 워터멜론’ 공식 홈페이지)



사전 정보 없이 2023년에서 그들이 태어나기 전인 1995년으로 돌아간 두 사람은 부모의 18살 시절을 여행한다. 하은결의 아버지 하이찬(최현욱 분)은 ‘달팽이 하숙집’을 운영하는 할머니 밑에서 “자체 발광이 가능했던 봄”을 만끽하고 있었던 반면, 온은유의 어머니 최세경(설인아 분)은 “딸을 잃고 우울해하는 아내를 위해 선물한 살아있는 인형” 같은 입양아로 살아가면서 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은결은 아버지가 청력을 잃게 된 18살의 사고를 막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온은유는 유학 중인 어머니와 똑같은 외모로 최세경 행세를 하면서 자신의 출생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은결과 온은유(최세경) 그리고 하이찬의 연결 고리는 청소년 밴드 ‘워터멜론 슈가’이다. 하이찬은 최세경에게 한눈에 반해 평소 관심도 없던 음악을 하겠다고 밴드를 결성하고, 하은결은 아버지가 청력을 상실하게 된 사고를 막기 위해 밴드에 합류한다. 온은유는 자신이 태어나지 않으려면 어머니의 결혼 상대를 바꿔야 한다 생각하고, 어머니의 첫사랑을 찾아 이어주기 위해 하이찬과 하은결 주변을 탐색한다. 이들의 관계 속에 훗날 하은결의 어머니가 될 선천적 농인 윤청아(신은수 분)가 엮이면서 18살의 꿈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가 깊을수록 누구나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한다.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살아보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청각장애가 있는 가족을 지키고 돌보기 위해 꿈을 포기하고 살아가던 하은결이 변화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시간여행’이라는 극적 허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은결은 아버지 하이찬의 18살을 여행하면서 비로소 “인생은 모든 조건이 갖춰졌을 때 반짝이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 반짝이는 거라고. 행복은 그 순간들이 모여 완성되는 경험이라고. 가끔은 반짝여봐도, 가끔은 심장이 시키는 일을 해봐도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다.”라는 형 하은호(봉재현 분)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는다. 


(출처 : tvN ‘반짝이는 워터멜론’ 공식 홈페이지)


물론, 하은결의 시간여행은 하이찬의 사고를 막지 못했다. 하지만 죽음을 생각하던 온은유를 살리고, 선천적 농인이라는 이유로 인해 아버지의 외면 속에 새어머니에게 학대당하던 윤청아를 구원했다. “깊은 바닷속에 잠겨 있는 느낌”으로 받아들였던 청각장애에 관한 생각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그래서 “정말 두렵지 않아. 어떤 어려움도 우리를 가로막을 수 없어. 한번 넘어져도 두 번 일어날 거야. 그래 멈추지 마.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워진 너와 나의 꿈을 따라서 이젠 멈추지 않을 거야.”라는 가사의 노래 <반짝이는 그대에게>를 18살의 아버지와 함께 만들 수 있었다. 침묵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를 방황하던 그가 음악의 세계에서 음악으로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엄마의 행복 강매 속에 온몸으로 행복을 전시”하면서 죽음을 생각했다가 시간여행을 통해 삶의 희망을 품은 온은유가 있었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 장치를 통해 무한 생존경쟁이 고착되면서 포기하라고 강요당했던 ‘희망’을 역설한다. 현실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풀기 위한 극적 장치로서의 ‘시간여행’이 판타지의 세계로 자리 이동했던 ‘희망’을 현실 세계로 돌려놓은 것이다. 그뿐 아니라, 청각장애에 관한 사회적 편견에도 일침을 놓았다. 18살의 사고로 청각장애인이 된 하이찬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통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면서 그에 적합한 정답을 찾아냈다. 절망의 순간에서도 삶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덕분이다. 그야말로 ‘비바 라비다(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다. 



만약 누군가 설계해 놓은 인생의 틀에서 정답을 찾지 못해 절망하고 있다면, 어른이 된 하이찬(최원영 분)의 수어(手語)에 귀 기울이기를 권한다. “처음 소리를 잃었을 땐 무척 무서웠습니다. 두려웠고, 분노했고, 많이 절망해서 그 어떠한 소리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기를 포기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18년 동안 소리의 세계에 살아봤기에 소리를 기억할 수 있었고,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28년 동안 소리가 없는 세계를 살아봤기에 가장 간절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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