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공간이 지닌 의미 또한 바뀌어왔다. 과거의 공간은 구체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었지만, 지금의 공간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과 같이 추상적인 감정을 충족하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예를 들어 카페는 커피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찾는 공간에서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찾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는데, 그 과정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역할 확장을 볼 수 있다. 사람들에게 카페는 대화와 휴식의 공간, 공부나 업무를 하는 작업 공간,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여가 공간, 베이커리도 제공하는 식사 공간, 도서·전시 등을 복합적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공간이라는 의미의 변화, 복합문화공간 발달의 배경에는 공간·경험 마케팅이 있다. 주 소비층인 MZ세대는 자신의 취향을 행동의 근거로 선정하고, 취향을 충족할 수 있는 경험을 중시하는 세대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경험과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복합문화공간은 더 주목받을 수 있었다. 여러 기업에서는 복합문화공간을 통해 대중이 문화예술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동시에 기업철학을 자연스럽게 녹였다.
(사진: 일상비일상의틈byU+)
서울의 복합문화공간 몇 곳을 소개해 본다. 강남구에 위치한 ‘일상비일상의틈byU+’은 LG유플러스에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까지 420평 규모를 자랑하며 각각 카페, 포토존, 체험관 그리고 감성적인 루프탑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는 평범한 일상이 비일상이 되는 새로운 경험을 제안한다.
(사진: 일상비일상의틈byU+)
MZ세대의 관심사와 트렌드를 반영한 콘텐츠, 특히 다양한 브랜드와의 팝업 스토어가 각광받고 있다. 2020년 9월 개장 이후 레고 BTS 다이너마이트, 칠성사이다, 캐릭터 무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해왔다.
(사진: 더숲)
노원구에 위치한 ‘더숲’은 영화관이자 독립서점, 미술관, 카페이기도 한 그야말로 복합문화공간이다. 더숲아트시네마에서는 영화를 볼 수 있고, 더숲아트갤러리에서는 미술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북토크, 낭독회 등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문화생활을 즐길 수도 있다. 카페에서 음료는 물론 와인을 마실 수도 있으며, 베이커리, 파스타 등 식사도 가능하다. 이렇게 더숲 한 공간에 오래 머물며, 인상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복합문화공간은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경험을 충족하고, 문화예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다만 모든 복합문화공간이 이러한 강점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포토존 등으로 일회성 방문객만을 모집하거나, 단순 제품 판촉들을 늘어놓는 것은 오히려 주변 상권에 피해를 주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과, 공간 운영철학이 뒷받침될 때 많은 이들이 오래도록 찾는 복합문화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