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중부시장까지 가기 위해서는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며 2시간가량을 이동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곳을 찾는 이유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랑이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아버지는 중구청 옆에서 작은 구둣방을 하고 계셨다. 구두를 만드느라 투박해진 손만큼이나 무뚝뚝했던 아버지였지만, 막내였던 나를 무척이나 귀여워해주셨다.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구둣방에서 조금 떨어진 중부시장을 가곤 하였다. 중부시장은 어린 나에게 또 다른 세상이었다. 대로변부터 시작되는 갖가지 물건들은 눈길을 머물게 하고, 구부러지고 이어지면서 연결되는 곳마다 떠들썩한 이야기가 발길을 멈추게 했다. 거기에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얻는 즐거움은 특별한 선물이었다. 그 후로 40여년 세월이 흘렀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의 구둣방은 넓혀진 도로 사이로 자취를 감추었고 중부시장도 많이 변했지만 아직도 그 모습 그대로인 곳도 있어 반가움이 앞선다.
아버지의 사랑에서 남편의 사랑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아 기르면서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를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쳐 삶의 의미마저 잃어버릴 때가 있다. 아마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이곳을, 중부시장을 찾기 시작한 때가. 작게나마 하던 남편의 사업이 부도를 맞아 모든 것은 내놓아야 했을 때는 시장 길목 양쪽으로 줄지은 좌판에 널어놓은 신기한 물건들 중에 앙증맞게 튀어 오르는 말 장난감을 손에 쥐어주던 아버지의 넉넉한 웃음으로 마음을 다잡고. 경제적인 무력감으로 남편이 밖으로 돌아 막막할 때는 추운 겨울날, 매콤달콤한 떡볶이와 뜨끈한 어묵국물로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아버지의 든든함으로 심호흡을 크게 하고. 그렇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아버지의 걸음을 따라 걷다보면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은 물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다. 아버지의 투박한 사랑을 가슴에 안고...
jungso0915
분주함 속 여유를 찾고 싶을 때, 헌법재판소 내 위치한 천연기념물 서울 재동 백송을 보러간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딱딱함과, 주변을 지키는 경비 분들로 인해 헌법재판소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들어갈 수 있다. 헌법재판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우측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는데, 그곳에 작은 정자와 서울 재동 백송이 멋들어지게 위치하고 있다. 높은 벽을 배경으로 홀로 서 있는 서울 재동 백송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다른 멋을 보여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윤보선 가와 맞대고 있는 높은 벽 너머로 분주한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지만, 백송 옆에서는 고요함이 느껴질 때다. 기분 좋은 괴리감, 분주함 속 여유를 서울 재동 백송을 바라보며 느껴보자.
karinara86
이화 벽화마을은 서울에서 가장 화사하고 감성적인 곳이라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만나는 다채로운 벽화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보는 이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준다.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어도 좋고, 그저 벽화를 감상하며 걸어도 좋다. 마음이 울적할 때, 이화 벽화마을의 색채는 작은 위로를 건넬 것이다. 색채가 주는 행복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보자.
samal3883
기분이 울적할 땐 서울숲으로 향한다. 서울숲역 2번 출구로 나와 주차장을 지나, 서울숲 종합 안내도부터 쭉 걸어본다. 숲속놀이터와 곤충박물관을 지나고, 실제로 도시양봉 작업을 하는 꿀벌정원도 구경한다. 계속 걷다보면 나비정원의 수생연못을 만날 수 있는데, 하절기에는 수생식물을 볼 수 있으니 더욱 좋다. 이외에도 계란후라이를 닮은 꽃을 구경하고, 꽃사슴이 있는 생태숲도 보고, 울창한 나무와 수변쉼터에서 휴식도 취하고... 푸릇한 자연을 감상하면서 서울숲만의 고요하고 한적한 시간을 즐기다 보면 절로 기분전환이 된다.
내일은프로
몇 년 전, 서울로 상경하여 직장을 다닐 때였다. 타지에서 혼자 사는 건 힘들고 우울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어디를 가야할 지, 누구를 만나야 할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우울함이 극도로 달한 어느 날, 터벅터벅 걷다 우연히 청계천에 가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는 것을 보며 그 여유로움이 부럽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얄밉기까지 했다. 그래도 사람들을 따라 돌에 걸터앉아 흐르는 물을 멍하니 바라봤다. 계속 보다보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유히 흐르는 물소리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고, 주변의 빛나는 주명은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았다. 도심 속에서 이렇게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니. 신기하기도, 감사하기도 했다. 긴 시간동안 물의 흐름과 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그 후로도 가끔씩 청계천을 찾았다. 힘들 때, 고민이 많을 때 청계천은 언제나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대단한머그컵
잘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타는 엄마와 한강 암사생태공원으로 향한다. 집안에만 있으니 답답해하는 엄마가 안쓰러워 갈 곳을 찾곤 하는데, 한강 암사생태공원은 접근성이 좋고, 맨발걷기 열풍으로 황토길로 다듬어져 있어 휠체어가 잘 굴러가서 좋다. 한적한 숲길을 가다보면 어느새 넓고 푸른 한강이 눈앞에 나타난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엄마의 걷기 연습을 돕고, 그저 멍 때리고 늘어지기도 한다. 어린 나를 애지중지 키웠던 엄마가 지금은 아이가 되어 내 앞에 서있다. 힘들 때도 많지만, 강바람에 날려버리고 거듭 다짐을 합니다. 언제까지나 엄마와 함께 하겠다고. 엄마 사랑해요.
시이저
기분전환을 위해 가끔 아무 버스나 타고, 무작정 종점으로 향한다. 버스 안에서 사람도 구경하고, 다양하게 바뀌는 거리를 스치듯 살펴본다. 이렇게 다니면 그동안 못보고 지나친 거리의 풍경도 볼 수 있고,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떠오르곤 한다. 며칠 전에는 동묘를 거쳐 동대문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동네 길목 구석구석을 볼 수 있었다. 창신동 골목도 처음 가보았다. 평소와는 다른 버스 여행만의 묘미, 여러분도 느껴보기를 추천 드린다.
엣지있게
사당역에서 시작하여 서울대입구역까지 이어지는 약 9km의 관악산 사당능선 코스 등산은 나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에너지를 채워준다. 등산을 시작하러 사당역에 가는 것은 쉽지 않다. 일상 속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게 말이다. 사당역에 도착하는 순간, '그래도 시작했으니 올라가보자!' 라는 마음이 든다. 관악산을 차근차근 오른다. 오르막길과 무더운 날씨에 지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새로운 일에 도전했을 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이를 이겨내고 멋진 풍경을 볼 때면 ‘역시 하길 잘했다’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길에서 보았을 때 그토록 커 보였던 롯데타워, 63빌딩, 한강이 눈앞에 자그마하게 보이는 순간 ‘내가 오르지 못할 곳은 없다!’라는 마음도 생긴다. 관악산은 나에게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자신감을 채워주며 기분전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곳이다.
윤이나네
사회초년생 시절,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친구도, 가족도 없는 서울에서 만든 유일한 취미는 전시회와 박물관을 가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적적했던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다.
그러다 방문하게 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옥상정원 8층으로 올라가자 놀라운 야경을 감상할 수도 있었다. 그곳에서 바라본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은 누구에게나 자랑할 만한 광경이었다. 아직도 그 때 그 풍경을 잊을 수가 없다. 사회초년생, 낯선 서울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해준 풍경.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밤까지 개장하는 요일도 있으니,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확인 후 방문하기를 추천 드린다.
피키테이스트
기분전환 하고 싶을 때면 추억이 담긴 곳으로 향한다. 나에겐 대학로에 있는 마로니에공원이 그런 곳이다. 아내와 첫 데이트 장소이자, 많은 시간을 보낸 소중한 장소. 처음으로 아내와 사진을 찍기도, 공연을 보기도 했다. 지금도 아내와 함께 마로니에공원에 방문해 그때의 추억을 되짚어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