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사러 다녀올게.” 최근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었다. 빠르게 여행지를 찍고 돌아온다는 의미에서 이를 퀵턴(Quick-Turn)여행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조금만 걸어도 땀이 뻘뻘나는 무더운 여름, 멀리 가지 않아도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만한 여행지는 어디가 있을까. 고즈넉한 처마 아래 마루를 통해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러 남산골 한 옥마을을 찾았다.
남산골 한옥마을 전경
1998년 4월 17일 개관한 남산골 한옥마을은 옛 수도방위사령부를 인수하여 조성된 곳으로
서울시 지정 민속자료 한옥5동, 전통공예관, 천우각, 전통정원 등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한국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체험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 남산 자락을 따라 전통조경 양식으로 조성된 계곡과 정자, 각종 화초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도 함께 한다.
천우각
청학지와 천우각
정문에 들어서서 왼쪽을 보면 가장 먼저 천우각(泉雨閣)이 반긴다. 이곳은 조선시대
한양도성을 수비하고 궁궐을 호위하는 군사들이 근무하는 금위영(禁衛營) 소속의
남별영(南別營)이 있었던 자리로 천우각은 이 남별영 안에 있었던 누각이다. 천우각의
남쪽으로 있는 연못은 청학지(靑鶴池)로 전체적으로 네모난 모양의 연못 가운데에 둥근
섬이 하나 있다. 이 모양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 사상이
반영된 형태로 옛선조들의 자연에 대한 철학을 느낄 수 있다.
서울남산국악당
서울남산국악당 앞마당과 카페 ‘달강’의 시그니처 메뉴 ‘연잎차’
천우각을 지나 조금 더 위로 올라오면 남산국악당의 무대인 크라운 해태홀이 보인다. 해태홀에 들어서면 넓게 깔린 푸른 잔디가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준다. 파란 하늘 아래 한옥을
배경으로 한 잔디밭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의 포토 스팟이 되어주고 있었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옆 건물로 들어가면 고즈넉한 분위기의 전통 카페가 있다. 카페 ‘달강’ 에는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줄 다양한 음료들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 중 전통차는 이들의
시그니처 메뉴였다. ‘연잎차’를 마시며 잠깐 동안 더위를 식혀보았다.
공연 준비 중인 크라운 해태홀
어느 정도 더위가 식고 아래로 향하는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마침내 크라운 해태홀이 나온다. 남산국악당에서 진행 중인 공연들을 관람할 수 있는데 다가오는 9월에는 다음과 같은 공연들이 이루어질 예정이니 관심이 있다면 참고하는 것을 추천한다.
1. 영재한음(국악)회
- 제 236회: 2024.09.01
- 제 237회: 2024.09.08
- 제 238회: 2024.09.22
- 제 239회: 2024.09.29
2. 사단법인 한국춤협회 <2024 춤&판>: 2024.09.04 ~ 2024.09.07
3. 2024 추석맞이 전통놀이 체험: 2024.09.17 ~ 2024. 09.18
4. 유지숙 소리인생 60 <기원과 덕담>: 2024.09.26
5. 2024 서울무형문화축제: 2024.09.27~2024.09.28
남산골 한옥마을
남산골 한옥마을 5개동 중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천우각에서 왼쪽으로 가면 남산골 한옥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남산골의
본래 모습을 찾기 위해서 1989년에 시작하여 현재 한옥가옥 5개동을 이전 및 복원한 공간
이다. 모두 다섯 채의 한옥으로서 삼각동 도편수 이승업 가옥, 삼청동 오위장 김춘영 가옥, 관훈동 민 씨 가옥, 제기동 해풍부원군 윤택영 재실, 옥인동 윤 씨 가옥이 있다. 이 중 건물
이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낡은 옥인동 윤 씨 가옥만 새 자재를 사용해 복원했고 나머지 건물
은 종래의 집 부재를 그대로 이전했다. 남산골한옥마을에는 다양한 체험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한옥 다섯 채를 활용하여 한옥실내 공간을 체험하면서 동시에 한국 전통문화프로
그램을 접할 수 있다. 한복 입기, 한지 접기, 한글 쓰기, 전통차 마시기를 체험할 수 있고, 전통예절학교와 한방체험도 운영하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에는 전통혼례가 실제로
치러지고 전통혼례체험도 운영된다.
국가무형유산 제4호 갓일 정춘모 전시
갓일 정춘모 전시장 내부
현재 이곳에서는 7월 9일부터 '국가무형유산 제4호 갓일 정춘모'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갓일이란 갓을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갓은 예로부터 선비의 인격이 배어나는 단정 한 매무새의 상징으로 종류도 다양하고 독특한 형태적 특징과 아름다움을 지닌 문화유산이 다. 특히 조선 시대 성인 남자들이 외출할 때 반드시 갖추어야 할 예복 중의 하나로 원래는 햇볕, 비, 바람을 가리기 위한 실용적인 모자였으나 양반의 사회적인 신분을 반영하는 용도 로도 사용되었다.
전시 중인 갓일 정춘모 선생의 작품
갓일 정춘모 선생이 만들어낸 양태는 곡선미를 추구하는 우리 고유의 조형적 특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반투명의 검은빛 광택에서 느껴지는 격조 높은 화사함은 선비의 기품과 절 조를 드러낸다. 섬세하게 만들어진 갓의 양태 위에 내려앉는 햇살과 반투명으로 걸러진 햇 살이 연출하는 얼굴 위의 은은한 그림자는 열림과 닫힘의 절묘한 조합을 특징으로 하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미의 진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형유산은 형체가 없기 때문에 대대로 전통을 계승하는 것으로 유산이 보존된다. 특히 공 예쪽은 이와 같은 형태로 전통을 이어왔으나 이 과정 속에서 이미 몇몇은 역사 속으로 사라 지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갓일 정춘모'의 전시는 그 어려움 속에 서 전통의 맥을 이어왔기에 이번 전시가 더욱 뜻깊을 수 있다.
창호지 문 너머 한옥마을의 여름 풍경
남산골 한옥마을은 도심지에 있어 평일 점심시간에도 잠깐의 힐링을 즐기러 오는 직장인들 이 많다. 마을에 들어서면 도심 한가운데에서 마치 그 곳만 다른 시간이 흐르는 느낌을 준 다.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정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정자 아래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창호지 사이 느껴지는 여름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 다른 휴양지 남부럽지가 않다. 그러니 어딘가 떠나고 싶은 기분이 잠시 들지만 멀리 떠날 수는 없을 때 잠깐 동안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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