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한다. "좋아하는 것을 좇으면 언젠가 그 꿈이 이루어진다." 라고. 그러나 실제로 꽤 많은,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은 이것이 허무맹랑한 소리로 치부하고 현실과 타협한 채 살아간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것'과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 사이 간극은 좁힐 수 없는 걸까. 그러나 여기 연남동에는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좇아 자신만의 멋진 결실을 이룬 이들이 있다. 


연남동은 특히 다양한 이색가게들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마포의 젊은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공방과 편집숍 등이 밀집된 공간으로, 경의선 숲길공원 연남동 구간 인근에 형성된 골목 문화공간이다.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벽화들이 그려져 있으며, 젊은 예술인들의 수공예작품들이 전시, 혹은 수집된 공간이 많다. 



고양이 애호가들의 보물창고 


입구부터 진열된 다양한 고양이 소품

 

입구부터 다양한 고양이 그림이 반기는, 고양이가 그려지거나 조각된 소품들을 파는 잡화점이 제일 먼저 반겨주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장님이 고양이 관련 제품을 모아 소개하고 판매하는 이곳은 비단 사장님뿐만 아니라 많은 고양이 애호가들의 '보물창고'와도 같은 곳이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골목길을 따라 5분 남짓 걷다 보면 고양이로 가득 채워진 이곳에 도착하게 된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작은 스티커나 엽서, 배지부터 가게 이름에 걸맞게 액자로 사용할 수 있는 큰 액자와 포스터가 구비되어 있었다. 인쇄물뿐만 아니라 컵, 양말, 핸드폰 케이스 등 굿즈와 다양한 장식품 역시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가게 내부 

 

고양이가 노래하는 듯한 울음소리가 배경음악으로 틀어주는데 "야옹, 야옹" 소리가 들릴 때마다 방문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 가게의 주인은 세 마리의 반려묘를 돌보는 집사로 "365일 '냥냥'거리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이 가게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주인 부부가 만든 작은 잡화점"이라고 소개한다. 알아본 바로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이 두 사람을 동네 주민들은 '고양이 가게 사장'이라는 뜻에 '고사장'이라 부른다고 한다. 즉, 이 가게에는 두 사람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이룬 결실이었다.



좋아하는 책을 수집하다 

독립 서적과 무알콜 음료를 판매하는 서점 

 

다음으로 찾은 가게는 책과 술을 사랑하는 이가 만든 독립 서점이었다. 올해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인 '2024 서울국제도서전'이 성황리에 마무리되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이어지며 책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 서점 역시 책에 대한 주인장의 사랑이 담겨있었다. 


독립 서점 내부 


이번에 만나본 곳은 다양한 독립 출판물을 취급하는 독특한 서점이다. 물론 기성 작품 역시 판매 중이나 어디서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사이즈와 독특한 디자인의 독립 출판물이 더욱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남동 골목 한 편에 위치한 이곳은 작지만 소박하게 꾸며져 있어 오가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독서하기에 적합한 아늑함을 주기 충분했다. 이곳의 사장은 애독가인만큼 애주가이기도 하는데 실제로 술에 관한 책 <술을 잘못 배워서>의 저자기도 하다. 그 때문인지 이 서점은 특이하게도 책뿐만 아니라 무알콜 와인을 같이 판매하고 있다.

 

독립 출판을 사랑하는 이들이 교감할 수 있는 매개체를 목적으로 열린 이 가게는 독립 출판물을 소개하며, 무알콜 음료도 판매한다. 내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자가 출판 강연 등의 모임을 연다. 동시에 출판사를 겸하고 있어 해당 출판사에서 취급하는 여러 독립 출판물을 읽어볼 수 있다는 것도 이 가게만의 장점이었다.



꽃은 결국 피어난다: 권삼현 민화 전시회


권삼현 민화 전시회 내부 


좋아하는 것을 수집할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좇아 자신만의 작은 전시회를 연 작가도 있었다. 이번에 찾은 '권삼현 작가의 민화 전시회(The Beauty of Korean Folk Paintings, 2024.10.01.~11.24)' 역시 그동안 작가가 좇아온 예술의 결실을 만날 수 있었다. 권삼현 작가는 현재 '프리다 민화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민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권삼현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지나온 시간들의 그림자들'이라고 표현했는데 실제로 14년 간 민화를 그려오며 민화가 가지고 있는 많은 의미로 모든 사람이 바라고 기원하는 행복과 풍요, 희망, 용기, 위로를 담아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권삼현 민화 전시회 내부 


전시된 작품들은 화려하고 다이나믹한 색감, 먹선의 경쾌함, 유연하고 따뜻한 해학과 희망의 의미가 있는 민화를 자신만의 시간으로 재해석하는 방법과 더불어 오일 파스텔, 아크릴 물감, 분채와 봉채, 금분의 재료를 더해 다양한 색감과 질감을 나타내었다.

 

권삼현 민화 전시회 방명록에 남겨진 메시지 


어느덧 가을이 무르익었다. 가을은 흔히들 봄부터 일궈낸 작물을 추수하는 '수확'의 계절로 불린다. 올 한 해 우리는 어떠한 결실을 수확했을까를 돌이켜 보는 시간이다. 자신만의 생각을 관철한 채 좋아하는 것을 좇는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좇고, 수집하고, 아끼어 하나의 가게가 되었고 어떤 이들은 자신만의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민화 전시회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방명록을 남기러 오는 순간 권삼현 작가가 남긴 '꽃은 결국 피어'라는 말이 유독 가슴에 아로새겨진다. 좋아하는 것을 좇는다면, 그리고 그 마음을 믿는 한, 꽃은 결국 피어날 것이다.



06336 서울특별시 강남구 개포로621

(대표전화 : 1600-3456)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Seoul Housing & Communities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