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4: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가까운 미래인 2084년을 배경으로 현재를 조명합니다. 전시는 테크놀로지가 제공하는 새로운 시공간에서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되고, 마이크로 생태계부터 우주까지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을 추적합니다. 이는 마치 미래 세대나 외계생명체에게 현재를 이야기로 전달하는 서사시와 같습니다.“




이진 〈경계의 고리〉


문화역서울284와 서울문화재단이 협력하여 주관한 《2084: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2010년 서울문화재단이 시작한 ‘언폴드엑스 Unfold X’의 행사 중 한 가지로,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이 2024년을 조합하고 추측하여 만든 2084년을 담고 있다. 해당 전시는 2024년 11월 7일 목요일부터 11월 30일 토요일까지 운영되었다.



1. 고래의 노래  


메모 악텐 〈경계〉


첫 번째 섹션, 〈고래의 노래〉는 바람, 하늘, 나무, 물 등 자연 요소와 기술을 결합하고, 소리를 다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서 고래는 심해와 수면을 오가고 지구를 순환하며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노래로 소통하는 화합을 상징하는 존재다. 특히 전시장에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작품인 〈경계〉 (2024)는 초청 작가인 메모 악텐의 비디오 아트는 삶과 존재, 그리고 상호 연결성을 탐구한다는 소개처럼 탈인간적 사고를 잘 보여주었다. 물에 물감 한 방울이 떨어지고, 이것이 스크린 전체에 퍼져 어느새 융화되는 과정은 우주의 한 풍경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주를 유영하며 인간과 비인간의 간극을 잇는 ‘고래의 노래’를 감상하고있자 마음 한 구석에 잠시동안 안정이 찾아왔다. 



2. 시공의 함선


고래를 관찰하는 것을 넘어 이젠 직접 함선을 타고 이동해 볼 차례다. 〈시공의 함선〉은 심해, 우주,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 물질의 세계를 넘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그중 양숙현의 〈지구물질인간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은 AI를 사용한 관객 참여형 전시로 생년월일을 8글자로 입력하면, 동양의 만세력이라고 하는 동아시아의 의미 달력 주기로 데이터를 변환한다. 태어난 연도, 달, 일에 따라 천간과 지지를 자동으로 계산하고 이 데이터가 주는 어감에서 느끼는 바를 AI가 한 편의 시와 이미지로 승화시킨다.

나의 생년월일을 입력해 받아본 시와 이미지는 아래와 같다.

양숙현 〈 OOX 2.0 - 지구물질인간존재도를 위한 어플리케이션〉  


3. 미래의 유적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미래의 유적’이다. 이 섹션의 작품들은 미래 세대나 외계의 존재가 발굴한 현재, 다시 말해 미래에 우리는 어떤 식으로 전해질 수 있는가를 시사한다. 인류는 도구를 사용하며 문명을 이뤘고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를 재해석하며 미래로 나아갔다. 인간, 도구, 기술과 비인간 존재 중 과연 무엇이 남고, 무엇이 소멸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뱅상 모리세 〈벨 오케스트라 사운드 하우스〉


뱅상 모리세의 〈벨 오케스트라 사운드 하우스〉는 그것이 음악이라고 답한다. 해당 작품은 음악과 기억으로 구성된 상상의 집에 들어가는 참여형 설치 작품으로 꽃병, 책, 칼림바, 양초 등 일상의 물건들에서 나는 소리를 음악화시킨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갖가지 소리가 화음을 이루는 장면은 작품의 제목처럼 하나의 오케스트라 연주와도 같았다.


김호남 〈해저 광케이블을 위한 에코 챔버 시스템〉


음악은 생각보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첫 번째 섹션 〈고래의 노래〉처럼 결국 소리의 일종이다. 비단 뱅상 모리세의 작품뿐 아니라 소리를 다루는 작품은 모든 섹션에서 존재하였다. 한재석의 〈영소닉〉은 작곡을 건축행위로 재해석하였고,  알랭티보의 〈아폴로 11 꿈〉은 가면 음악극 형식으로 내용이 진행된다. 해저 광케이블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물질적 웅성거림을 작품으로 승화한 김호남의 〈해저 광케이블을 위한 에코 챔버 시스템〉, 실시간 음석을 파노라마 이미지로 변환하는 데이비드 로크비의 〈보이스 스크롤〉, 주변의 작은 소음을 공간의 고유한 음색으로 읽어낸 후니다 킴의 〈무심한 귀를 위한 애피타이저 시리즈〉 역시 전부 소리를 다룬다.


알랭 티보 〈아폴로 11 꿈〉


청각은 인간의 여러 감각 가운데 가장 먼저 깨어나고 가장 마지막으로 닫히는 감각이라고 한다. 나 역시 후에 미래 세대나 외계의 존재에게 가장 보존된 채 전해질 수 있는 것은 소리 아닐까 한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대신 주변 소음에 귀를 기울였다. 공간에 융화된다. 이 소리는 어느 시간 선에서부터 우리와 함께하였을지 마지막으로 사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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