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로 보이는 두 남자는 도둑질을 하다 가정폭력으로 버려진 소녀를 집으로 데려오며 시작하는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진 전통적 가족의 개념을 해체하고, ‘선택’으로 맺어진 관계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를 받아들이고 보듬는 행위를 통해 진정한 가족애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작품이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가족의 경계를 넘어선 ‘이웃’이라는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영화 '어느 가족' 스틸컷>

현대 사회에서 이웃은 점점 더 낯선 존재가 되어간다. 과거에는 격없는 관계로 지내며 서로 안부를 묻기도 하는 등 자연스럽게 유대감을 형성했지만 이제는 같은 건물에 살아도 인사조차 하지 않은 채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웃’임에도 서로를 돌보고 의지하며 함께 살아간다. 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동거가 아닌, 선택으로 이루어진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이다. 이 작품은 ‘이웃’이라는 개념을 확장시키며, 진짜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혈연이 아닌 선택으로 맺어진 가족

<영화 '어느 가족' 스틸컷>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들이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노인, 건설현장 일용직, 세탁공장 노동자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버려진 아이까지 있다. 이들은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족이라 불릴 수 없는 관계이지만 가족으로 살아간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낳기만 하면 엄마가 되냐”고 말해온 노부요가 유리를 안고 "엄마라고 불러도 돼"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유리의 친모가 아닌 그녀가 진심을 담아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가족이라는 것이 반드시 출생의 순간부터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즉, 가족은 받아들이고 돌보는 행위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또 쇼타가 체포된 후 경찰에게 "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선택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 역시 타고난 관계가 아니라 선택한 관계에서도 충분한 애정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반드시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만 애정을 나눌 필요는 없으며, 가족보다도 깊은 관계를 이룰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이웃이라는 점을 말한다. 이처럼 확장된 이웃의 개념은 곧 가족으로도 이어진다. 혈연이 아닌 사람들끼리도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면, 우리가 주변에서 마주치는 이웃 역시 가까운 관계로 발전될 수 있지 않을까?



현대 사회 속 관계의 소중함과 확장성 

<영화 '어느 가족' 스틸컷>


어느 가족의 결말은 씁쓸하다. 결국 이들이 만들어낸 가족은 사회의 기준에 의해 해체된다. 경찰과 복지 기관은 그들을 하나의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각자는 흩어지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함께한 시간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맺는 모든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가족이든 친구든, 이웃이든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은 달라진다. 단순히 피로 이어져 있어 더 가까운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점점 더 개인화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 속 관계는 늘어가지만, 정작 옆집에 누가 사는지는 모른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이 보여주듯, 가족이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관계는 충분히 가능하다. 어느 가족은 그러한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주며,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더 따뜻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일깨운다. ‘관계’의 본질, 생물학적 거리를 초월한 가족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이웃의 확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주변인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을 작은 실마리를 건네는 영화를 통해 우리는 정말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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