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박혜림 에디터님! SH 톡톡 구독자님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자꾸 읽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이 꿈인 콘텐츠 에디터 박혜림입니다.
Q. 에디터로서의 삶을 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는 글을 쓰는 직업이랑은 거리가 먼 전공을 공부했어요. 첫 사회생활도 글과 관련이 없는 콘텐츠 디자이너로 시작했고요. 계속 뭔가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디자이너 생활을 하다 보니 언제부터 인지, 제 안에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건 이미지가 아니라 텍스트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런 생각을 스스로 인지하기 전까지는 한번도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막상 제 안의 소망을 확인하고 나니까 그 때부터 에디터라는 꿈도 뚜렷하게 생긴 것 같아요.
글재주도 없었고, 글을 제대로 완성해본 적도 없었지만 몇 날 며칠을 고생하며 제 이름으로 된 첫 글을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이 이 직업을 제가 오랫동안 원해왔다고 확신을 느끼게 해줬어요. 그리고 그런 글을 뜻깊게 받아들여주는 독자분이 저 너머에 있다는 사실도 너무 동기부여가 되었고요. 글을 통해 사랑을 받는 이 직업을 오래도록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글을 사랑하기 때문에 계속 이어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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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계속해서 새로운 글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에디터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가 있으신 가요?
텍스트는 이미지랑 다르게 항상 의미가 열려 있다는 특징이 있어요. 예를 들어 파란색을 표현할 때, 영상이나 사진은 딱 정해진 하나의 색상을 표현하지만 텍스트는 ‘파랗다, 퍼렇다, 푸르딩딩하다, 푸르스름하다, 푸르다, 청량한 파란색, 산뜻한 파란색’ 처럼 다양한 표현을 쓸 수가 있죠. 작가 입장에서 어떤 것을 떠올리고 그것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가 독자 입장에선 전혀 다른 의미가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작가는 독자에게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하고, 독자는 본인의 입장에서 그것을 해석해서 받아 들여요. 정확한 정보가 오고 가지는 않을지라도 서로가 생각하는 의미 범주 내에서 작가와 독자는 한없이 열려 있는 소통을 주고 받는 셈이죠. 저는 이런 텍스트만이 가지고 있는 ‘의미의 비고정성’, 열려 있는 소통의 여지를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에디터는 그런 텍스트의 묘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고요.
Q. 다양한 글을 쓰려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영감이나 좋은 자극을 받는 에디터님 만의 공간이 있을까요?
다른 에디터분들은 글이 잘 써지는 카페가 따로 있다고도 하시고, 백색소음이 없는 독서실 같은 분위기여야 영감이 샘솟는다고도 하시는 데요. 저는 오히려 집에서 글을 쓰는 게 더 제게 좋은 자극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일할 때 제가 생각하는 것을 가장 잘 대변하는 단어를 골라서 문장을 적으려고 노력하는데요. 같은 맥락으로 제 집을 꾸밀 때도 저를 잘 대변하는 것들로 만 방을 꾸미려고 오랫동안 공을 들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글을 쓰다가도 뭔가 잘 안 풀리고 생각이 막히는 느낌이 들 때면 그냥 제 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책도 펼쳐보고, 인형도 한번 툭 건드려보고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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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내 방에 이런 것도 있었네, 내가 이런 걸 좋아했네’하면서 생각을 작은 것에서부터 하나하나 넓혀 나가는 작업을 하죠. 그러다 보면 막혔던 생각의 흐름도 서서히 풀리고, 갑자기 번뜩 새로운 발상이 떠오르기도 해요. 제가 특히 좋아하는 색이 짙은 회색인데요. 세상은 너무 하얀색이어도 안 좋고, 너무 어두운 색이어도 안 좋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회색은 그 중간 색이니까, 항상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제 방에는 회색으로 된 물건들이 가득해서 그런 생각의 방향을 항상 떠올릴 수 있답니다.
Q. 본인의 방에서 가장 사랑하는 부분이 있나요?
제 하루를 편안하게 이완시켜주고 마무리하도록 도와주는 제 침실이 가장 소중합니다. 제가 그동안 모아왔던 책들도 이 곳에서 저랑 함께 휴식하고 있고요, 제 애착인형들도 군데군데 눈길 닿는 곳에 두어서 방에 들어오기만 해도 마음이 안정되고 행복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저는 형광등을 켜 두는 것을 싫어해서 스탠드 조명이나 램프 조명으로만 불을 켜 두는데, 거기서 오는 적당한 어두움도 늘 만족하고 있어요. 제가 저에게 딱 맞는 밝기를 찾아서 세팅해 둔 기분이 들거든요.
Q. 서울에서 1인 가구로서 혼자 살아가면서 외롭거나 힘듦을 느끼신 적은 없나요?
사실 처음에 자취를 시작했던 광진구 화양동 주변은 워낙 학생가이기도 하고, 인근에 주점이나 식당도 많아서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오토바이도 너무 많고, 인도와 차도 구분이 없는 보행길도 많아서 어지럽고 비좁게 이동해야 될 때도 많았죠. 소음도 심했고 여기저기서 흡연하는 분들도 많아서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안 좋게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혼자 사는게 원래 이렇게 고달픈 건가?’하고 생각할 때도 있었고요.
그런데 지금 살고 있는 쪽은 완전 주거지역이거든요. 바로 인근에 어린이대공원도 있고요. 그래서 거주민들의 연령대도 다양하고, 조금 더 사람 사는 느낌이 강해요. 이웃에 대해서 서로 관심도 많은 편이고요. 예를 들면 제가 4년 정도 화양동에 살 때는 누가 옆집에 이사를 왔고, 누가 사는지도 전혀 몰랐고 서로 알아도 인사를 주고 받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이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날 옆집에서 다 인사를 하러 와 주시더라고요. 아무래도 다가구 주택 건물이다 보니까 한 건물에 여러 가구가 살게 될 테고, 서로한테 피해가 가지 않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니까 그러신 게 아닐까 싶어요.
제 입장에서는 처음 입주하는 날부터 이렇게 찾아와서 말을 건네 주시니까, 환영 받는 기분도 들고 ‘앞으로 이런 사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살아가는구나’하면서 설레게 되는 기분도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느꼈죠. 혼자 사는 게 무조건 어려운 게 아니라, 혼자 살기 어려운 동네에서 살면 힘들어질 뿐인 거구나. 이렇게 사람 사는 느낌 나는 동네에서 산다면 그렇게 까지 힘들고 외로울 건 없구나. 결국 1인 가구라고 해도, 본인에게 맞는 지역이나 이웃, 방의 조건 등을 하나하나 경험하면서 발전시키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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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으로 SH 톡톡 구독자님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바쁘고 정신없게 돌아가는 도시 서울에서 오늘도 힘내고 계신 구독자 여러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참 좋은 소식이 드문 시대인 것 같아요. 언제까지고 힘들고 벅찬 시간들만 이어질 것 같다고 생각하면 마음 한 켠도 답답해는 것 같죠. 하지만 아무리 힘든 하루라도 반드시 끝은 나고, 끝날 것 같지 않은 업무나 과제들도 결국엔 다 마치게 되어 있어요. 고단한 하루의 끝에는 반드시 돌아올 집이라는 공간도 있답니다. 어제를 보란 듯이 이겨냈던 것처럼, 오늘 하루도 승리하고 위풍당당하게 집으로 돌아가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제 침실에서의 휴식처럼, 여러분도 스스로에게 따뜻하고 안락한 휴식을 선물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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