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마을공동체가 시작하는 기후위기 대응, 전환마을은평
올여름 한반도에는 유난히 많은 비가 쏟아져 내렸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에서 기후 이상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환경파괴와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중 우리나라에서 환경 및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인 ‘전환마을은평’을 소개한다.
아일랜드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전환마을
‘전환마을’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온 마을 공동체를 뜻한다. 2006년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킨세일의 한 대학에서 퍼머컬처(Permaculture, 지속가능한 농업 혹은 문화) 강의를 가르치던 롭 호킨스(Rob Hopkins) 교수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학생들에게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자고 제안한다. 이는 메뉴얼화된 훈련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고, 현재 세계 곳곳에 전환마을 운동으로 퍼져나가 거대한 흐름을 만들었다.
‘전환마을은평’이란?
‘전환마을’은 한국에도 존재한다. 서울 은평구에 자리한 ‘전환마을은평’이 그중 하나다. 은평구 주민이 자신들의 힘으로 도시농업을 시작한 것이 그 출발점이었다.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 그 계기였다. 무엇보다 공동체적인 시민단체가 나선다면 좀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마을 내 탄탄한 공동체를 형성해 협력한다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모범적인 삶을 구축할 수 있겠다는 판단도 더해졌다.
현재는 퍼머컬처학교, 풀학교, 자립자족학교, 생명의논학교, 반GMO운동, 지구의 온도를 2℃ 낮추는 밥상모임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환마을은평’의 진정성이 만든 성과
‘전환마을 은평’은 출범 후 지역 주민에게 기후문제나 그로 인한 삶의 변화를 알리고자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 덕인지 최근 '전환마을은평' 활동에 적극 동참하는 개인 및 단체가 늘어나는 추세다.
2015년 퍼머컬처 학교 졸업생과 시민이 출자해 만든 먹거리 자급체계를 위한 로컬푸드 식당 ‘밥·풀·꽃’을 구산역 부근에 세웠다. 농부들이 직접 생산한 식재료로 요리하고, 유통경로를 알 수 있는 로컬푸드를 판매하기도 한다. 저녁엔 강의, 워크숍 등을 위한 장소로도 활용된다. 또한, 퍼머컬쳐 학교 졸업생들은 각자의 마을에서 제2, 3의 전환마을을 위한 활동과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의 추후 계획은 마을의 변화를 통해, 기후 문제 정책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시위, 캠페인을 통해 환경문제를 홍보하는 것이 아닌, 전환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믿는다. 환경파괴로 인해 변해가는 기후에 어떻게 대처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다. 더 많은 사람이 기후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해내고자 한다.
사실 이들의 최종적인 목표는 정해지지 않았다. 구성원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기보다는,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려는 마음에서다. 이들은 개개인이 각자의 목표를 스스로 인지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하며 자유롭게 살아가길 바란다.
아일랜드 작은 마을의 움직임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영향을 미쳤듯, 각자의 자리에서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으로도 세상은 바뀔 수 있다. ‘전환마을은평’의 작은 움직임 또한 더 밝은 내일을 만들어갈 귀중한 걸음이 될 것이다.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이들의 일상이 더 오랫동안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