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현대조각의 거장 론 뮤익(Ron Mueck)의 대표작들을 만날 수 있는 특별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된다. 인간 존재의 본질을 집요하게 탐구해온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이번 전시는, 조각에 대한 그의 깊은 열정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1958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난 론 뮤익은 현재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특수효과 제작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1990년대 중반, 극사실주의 조각으로 미술계에 본격 등장하며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작품은 피부 질감, 주름, 표정 등을 극도로 섬세하게 묘사하며, 실제보다 크거나 작은 인체 형상을 통해 관람자의 감각과 인식을 강하게 자극한다.

이번 전시에는 호주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소장 대형 설치작품 ‹매스›(2016–2017)를 중심으로, ‹젊은 연인›(2013), ‹쇼핑하는 여인›(2013) 등 독립적이거나 한 쌍으로 구성된 인물상, 그리고 초기 조각의 요소를 재해석한 최신작까지 폭넓게 소개된다. 또한, 뮤익의 작업 과정을 25년 넘게 기록해온 프랑스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 고티에 드블롱드의 영화 두 편과 사진 연작도 함께 선보인다.

 

 

갤러리 5 핵심 작품 4선

갤러리 5에서는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이지만, 특히 눈여겨봐야 할 네 점의 핵심 작품이 있다. 자전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마스크 II›, 관조적인 시선을 이끄는 ‹침대에서›, 감각적 경험의 변화를 시도하는 ‹어두운 장소›, 그리고 죽음과 집단성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은 대형 설치작 ‹매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들에는 작가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조각 언어의 다양한 면모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마스크 II›
자신의 얼굴을 본뜬 ‹마스크 II›는 실제 크기의 약 4배 크기로 제작된 거대한 자화상이다. 앞에서 보면 정교한 인체 묘사에 숨소리까지 느껴질 듯하지만, 뒤로 돌아가면 텅 빈 내부가 드러나며 가면처럼 느껴진다. 뮤익은 얼굴이라는 껍데기를 통해 정체성과 실재의 경계를 탐색하고, 사실과 허구 사이의 긴장을 유도한다. 

*관람 포인트 : 정면과 후면의 인상이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 보세요. ‘얼굴’이라는 표면이 우리에게 무엇을 감추고, 또 무엇을 보여주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길 바란다.



‹침대에서›
이 작품은 침대에 누운 중년 여성을 실물보다 훨씬 크게 재현한 조각이다. 압도적 크기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매우 고요하고 내밀하게 표현된다. 관람자는 그녀의 존재를 방해하지 않는 거리에서 감상하며, 오히려 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된다. 뮤익은 크기와 시선을 통해 내면을 사유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관람 포인트 : 인물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거리감을 유지하되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며, 인물이 보고 있는 ‘어딘가’를 상상해 보자.



‹어두운 장소›

완전한 어둠 속에서 만나는 이 작품은 거대한 마스크 형상의 윤곽만이 서서히 드러나는 설치 조각이다. 관객의 시각은 점차 어둠에 적응하며 미묘한 형태를 인식하게 되고, 그 과정 자체가 감상 경험이 된다. 뚜렷한 맥락 없이 부유하는 얼굴은 유령처럼, 기억처럼 남으며 감각과 감정을 자극한다.


*관람 포인트 : 작품을 보려 하지 말고 ‘어둠에 머물러’ 보자. 시각이 아닌 감각으로 대상을 인지하는 경험을 통해, 우리가 평소 어떻게 무언가를 바라보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매스›

‹매스›는 거대한 인간 두개골들로 구성된 설치 작품으로, 뮤익이 약 20년 만에 ‘죽음’을 다시 다룬 작업이다. 익명화된 두개골의 반복은 개별성이 아닌 군집의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내며, 개인에서 집단으로 시선을 전환하게 한다.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이 오브제는 삶의 유한성과 죽음을 둘러싼 상징과 감정을 관람자의 몸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관람 포인트 : 작품 사이사이를 살펴보며, 군중의 무게와 침묵이 주는 정서를 느껴보자. 반복과 규모가 만들어내는 집단적 죽음의 상징성과, 그 안에서 나 자신의 존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갤러리 6에서는?


갤러리 6에서는 론 뮤익의 작업실을 오랜 시간 가까이에서 기록해 온 프랑스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 고티에 드블롱드의 시선을 통해, 작가의 창작 세계를 또 다른 방식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18개월에 걸친 촬영 끝에 완성된 다큐멘터리 스틸 라이프와 조각 작품의 이동 과정을 담은 치킨/맨이 상영되며, 뮤익이 어떻게 고요한 몰입 속에서 조각을 완성해가는지 관찰하게 한다. 뮤익의 대표작들이 제작되는 과정을 담은 드블롱드의 사진 연작 12점도 국내 최초로 함께 공개된다. 무대 뒤에서 포착된 이 장면들은 작가의 손끝에서 생명을 얻는 조각들의 탄생 순간을 섬세하게 담아, 완성된 작품이 아닌 그 이전의 ‘과정’에 집중함으로써 뮤익의 예술 세계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연계 프로그램

이번 전시에서는 론 뮤익 작품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인생극장’, ‘인생질문’, ‘인생서점’ 등 참여형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인생극장’에서는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고, ‘인생질문’은 관람객이 직접 인생의 의미를 되묻는 시간을 제공한다. ‘인생서점’에서는 자신만의 인생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작품과 함께하는 예술적 성찰을 경험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열정을 바탕으로 한 인간 존재의 진솔한 순간들을 마주하며, 관람객 스스로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06336 서울특별시 강남구 개포로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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