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은돌님! SH 톡톡 구독자님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은돌입니다.   저는 작년 겨울부터 새로운 둥지를 열심히 찾아다니다가 올해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자칭 집 덕후 인데요.
집에서 쉬는 시간동안 에너지를 얻어야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라, 집을 즐겁고 편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제 취미입니다.

 




Q.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판매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스토어 관리와 운영 직무를 맡고 있습니다. 환경을 위한 소비가 일상 속에서 좀 더 자연스럽고 쉽게 스며들 수 있도록 고민하며, 직장인으로서 서울살이 고군분투 중입니다. 일과 삶의 고민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요. 쓰레기가 덜 나올 수 있는 생활도구나 방법을 찾아 집에서 직접 사용해보고, 직장 동료들에게 후기를 공유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가고 있어요.


 


Q. 최근 자취를 시작하셨다고 들었는데, 새 집을 구하면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을까요?

집 자체는 겉모습보다는 구조에 집중했어요. 못 하나도 박기 어려운 집은 피하고 싶어서 오히려 오래된 집을 주로 찾았어요. 특히 옥상에 작은 텃밭 화분을 놓을 수 있는지가 여러 후보 가운데 이 집을 선택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 외 오래된 집이어도 방범창이나 샷시가 교체되어 있는지, 화장실 하수구에서 냄새가 올라오지 않고 환기가 잘 되는지 같은 실용적인 조건을 따졌어요. 겉모습이 낡았어도, 구조가 잘 정비되어 있어야 곰팡이 걱정 없이 살 수 있고 냉난방비 같은 에너지 문제에도 훨씬 유리하거든요.


동네는 퇴근길이 안전하고, 느슨한 마을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곳 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확인하는 방식은 소박해요. 예를 들면, 옆가게 앞까지 화분을 늘어놓는 꽃집이 있는지, 김밥집이나 세탁소, 철물점 같은 일상적인 가게들이 주변에 있는지,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있으면 더 좋고요. 그 가게들을 중심으로 느슨한 커뮤니티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일상이 너무 고립되지 않도록, 연결된 삶이 가능해야 하니까요.

 



Q. 홈가드닝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가드닝을 취미로 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가드닝에 대한 작가님의 가치관이나 생각이 궁금합니다. 어느 날, 자연의 순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뒤로 가드닝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런 질문이 문득 들었거든요. ‘내가 먹은 채소들의 생애는 결국 이 도심 한가운데 우리집 식탁 위에서 끝나는 걸까?’ 자연 속의 식물은 남은 자리에 다시 싹을 틔워 다음 세대가 다시 자라니까요. 그 질문이 시작이 되어, 먹고 남은 아보카도 씨앗을 물에 담가 싹을 틔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3년간 키운 아보카도 나무가 있었죠. 아쉽게도 이사 직전에 모두 죽고 말았지만,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씨앗을 틔우고 식물을 돌보고 있어요. 식물에서 싹이 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신기하고 재밌어요.

그리고 지금은 그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기도 해요. 누군가가 여행을 가면 물을 대신 주기도 하고, 때론 식물을 나누기도 해요. 식물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즐거움도 생긴거죠. 최근에는 식물의 순환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서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를 묻는 화분을 만들었어요. 이 화분에서 퇴비로 발효된 흙은 다시 옥상에 있는 식물의 비료가 돼요. 이러한 순환을 실천하는 여러가지 실험을 해보며 저는 가드닝이라는 취미를 레벨 업 하고 있답니다.


  


Q. 집에서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 있을까요?

공간이라고 하기는 머쓱하지만, 저는 집에서 가장 사랑하는 공간으로 도시락통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 저를 먹이고, 쉬게 하고, 에너지를 채워주는 공간이라는 의미에서요. 이러한 맥락에서 도시락통이 제게는 돌봄의 공간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자기 돌봄이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시락통에 무엇을 담아, 나에게 무엇을 먹이는 가는 저에게 중요한 자기 돌봄이 돼요. 특히, 저는 채식을 하고 있어 주중 점심시간에는 채식 도시락을 챙겨 다니면서 먹어요.  채식 도시락은 그 전날 저녁을 먹으며 동시에 준비하는데요. 다음 날 출근해서 도시락을 꺼내 먹으면 어제의 내가 차려준 음식을 먹는다는 느낌을 받아요. 제가 저를 보살피는 것이죠. 먹으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의 양식을 채우게 되고, 무엇보다 나 답게 먹을 수 있어 만족감을 느껴요. 물론, 식비가 준다는 큰 장점도 있고요.


자기 돌봄의 공간으로서 도시락통을 출근길에 들고가면 작은 밥상을 가져 가는 느낌이에요. 도시락통이 꼭 집이라는 공간에 국한되지는 않지만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것 같습니다. 




Q. 제로웨이스트 관련 업무를 하는 만큼, 무해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가치관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작가님이 추구하는 무해한 공간으로서의 집, 무해한 도시로서의 서울에 대해서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저에게 무해한 공간으로서의 집은 삶을 정돈해나간다는 것을 의미해요. 편리함,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어느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하기도 하지만 생활과 소비에서 규모를 줄이고, 비운다는 것은 저의 삶을 단순하게 해 준 것 같아요. 배달음식 쓰레기로 가득 찬 쓰레기통, 안 입는 옷이 쌓인 옷장, 화장품으로 가득 찬 화장대를 정리하고 나니 삶이 조금 더 단순하고 편안해졌어요.


저도 완벽하진 않아요. 그렇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쓰레기를 덜 만들고, 친환경적이며, 생산과 판매과정이 공정한 - 사회적 가치를 담은 물건을 고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선택들이 쌓이면, 언젠가 나와 우리 모두를 위한 공간이 만들어질 거라 믿어요.

  


서울이라는 도시는 각자의 삶을 위해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는 곳 같아요. 저만 보더라도 제 삶이라는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거든요. 그래서 ‘무해함’과 ‘서울’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두 단어를 나란히 놓고 생각해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협력해서 살아가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요. 사람이 많이 밀집해 있다는 것은 결국 나눌 수 있고, 나눔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한마디로 정리하면, 저에게 무해한 도시로서의 서울은 협력과 순환의 공간이에요. 저는 필요 없는 물건이 생기거나 필요한 것이 생기면 중고 마켓을 이용해요. 사람이 많다 보니 선택지가 방대해서 쇼핑하는 즐거움도 있고요. 뿐만 아니라 헌 옷을 교환하는 21%파티, 아름다운 가게에 가기도 하는데요. 이런 대안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기에 오히려 서울에서 순환하는 삶의 방식을 실천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Q. 이 집에서 이뤄 나가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전에 살던 세입자보다 에너지를 아끼고 싶어요. 서울에는 ‘그린 마일리지’라는 제도가 있어서, 이전 세입자의 에너지 사용량과 제 사용량을 비교해볼 수 있거든요. 물론 요즘처럼 기후위기가 매년 심해지는 시기에 냉난방을 덜 쓰며 집안에 열효율을 좋게 만들기가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SH 톡톡 구독자님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무해한 삶이란 나 혼자만이 아니라 비인간 동물들과 다음 세대의 사람들까지 생각하며, 서로를 조금이나마 덜 해치는 방향으로 천천히 전환해가는 여정이 아닐까 해요. 그 여정은 속도보다는 지속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여러분 모두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하나하나 게임의 퀘스트를 깨듯 시작해 보세요!


p.s. 장마가 시작하고 모기가 많아지기 전에 천연 수세미를 조금 잘라 방충망 틈에 껴서 여름 숙면을 보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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