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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고향, 가족의 자리
이 전시는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고향’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풍경화를 통해 따라가는 자리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전쟁과 분단을 거치며 고향은 더 이상 단순한 출생지가 아니라, 빼앗기고 되찾고 끝내 마음속에만 남게 된 공간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고향의 의미는 자연과 땅을 넘어,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던 사람들, 곧 가족의 기억과 긴밀하게 얽혀 왔다.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전시는 향토, 애향, 실향, 망향이라는 흐름 속에서 각 시대의 풍경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가족의 서사를 품어왔는지를 보여준다. 전시장을 따라 걷는 일은 곧,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고향과 가족을 어떻게 잃고, 다시 불러왔는지를 되짚는 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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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향토 – 빼앗긴 땅
일제강점기의 향토 풍경은 겉보기에는 평온하다. 농촌의 들판과 강가, 일상의 장면들은 한없이 조용하다. 그러나 그 고요함은 식민지 현실을 덮고 있는 표면에 가깝다. 이 땅은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자 가족이 대를 이어 살아온 공간이었지만, 식민지의 시선 속에서는 이국적이고 순수한 향토로 소비된다.그럼에도 화가들은 자신이 발 딛고 살아온 자연의 색과 형태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들이 바라본 향토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삶이 오가던 공간이었다. 빼앗긴 땅은 곧 빼앗긴 삶이었고, 그 중심에는 가족이 있었다. 그래서 이 시기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쓸쓸하다. 그림 속에는 자연이 남아 있지만, 그곳에서 살아야 할 가족의 삶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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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애향 – 되찾은 땅
광복 이후, 고향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진다. 일본적 취향을 걷어내고, 자신의 땅을 스스로의 언어로 다시 그리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다. 이 시기의 작가들에게 고향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가족의 기억을 다시 확인하는 장소였다.손일봉, 문신, 이응노, 김환기, 유영국, 전혁림, 변시지 등의 작업에서 고향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공통적으로 ‘되찾은 땅’이라는 감각을 품고 있다. 그곳은 과거로의 회귀라기보다, 다시 살아가기 위한 출발점에 가깝다. 풍경에는 이전보다 더 분명한 시선과 의지가 담겨 있고, 그 안에는 흩어졌던 삶을 다시 잇고자 하는 바람이 깃들어 있다. 고향을 그리는 일은 결국, 가족이 다시 뿌리내릴 수 있는 공간을 마음속에 먼저 마련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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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실향 – 폐허의 땅
그러나 전쟁은 그 기대를 다시 무너뜨린다. 6·25전쟁은 고향을 또 한 번 빼앗아갔고, 이번에는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불타고 무너진 도시와 황폐해진 자연은 삶과 가족의 붕괴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많은 화가들이 피란길에 오르며 고향과 가족을 동시에 잃었다.이 시기의 풍경화는 더 이상 고향을 ‘살 수 있는 곳’으로 그리지 않는다. 그것은 기록이며 증언이고, 상실의 흔적이다. 사실적인 묘사든, 거칠고 분열된 화면이든, 그 안에는 공통적으로 돌아갈 수 없음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다. 가족은 더 이상 함께 있는 존재가 아니라, 기억 속에서만 불러낼 수 있는 이름이 된다. 폐허의 풍경은 고향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삶의 터전으로서 기능할 수 없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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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망향 – 그리움의 땅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고향은 점차 현실의 장소에서 멀어지고, 기억 속 이미지로 남는다. 이 시기의 풍경에서 고향은 실재하는 땅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재구성된 공간이다. 박성환, 이중섭, 윤중식, 홍종명, 최영림, 전화황 등의 작업 속 풍경은 실제보다 더 따뜻하거나 몽환적이며, 때로는 설화처럼 느껴진다.이곳에서 고향은 다시 가족과 만난다. 현실에서는 함께할 수 없기에, 그림 속에서는 더욱 간절하게 불러들여진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죄책감, 그리움은 풍경이라는 형식을 통해 원형적인 안식처로 재구성된다. 망향의 풍경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상실을 견디기 위한 마음의 공간이며,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선명해진 고향의 형상이다.
마치며
전시를 모두 보고 난 뒤, 고향이라는 말은 더 이상 지리적인 개념으로 남지 않았다. 그것은 가족과 함께했던 시간의 총합, 그리고 다시는 온전히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선명해진 기억이었다. 빼앗긴 땅에서 가족은 흩어졌고, 되찾은 땅에서는 다시 모이기를 꿈꾸었으며, 폐허 속에서는 헤어졌고, 망향 속에서는 마음으로 귀향했다.이 전시는 묻는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고향은 어디인가. 그리고 그곳에는 누가 있는가. 전시장을 나서며 깨닫게 된다. 우리가 끝내 돌아가고 싶은 고향은 특정한 장소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숨 쉬던 한 순간이라는 것을. 이 전시는 그 잊고 있던 순간을 조용히 다시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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